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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13. 2023

선풍기 날이 부러졌다

선풍기의 역사는 이렇다. 10 몇 년 전쯤 사촌 동생이 대학을 다닌다고 우리 집에 왔다.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던 사촌여동생은 중국에 이민을 가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에 다시 왔다. 그러고는 몇 년간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다. 요리를 곧잘 하는 사촌동생은 가끔 음식을 선보였고, 선풍기를 사서 쓰고는 집을 떠나기 전 선물이라며 남겨 놓고 갔다.


선풍기는 총 2대인데, 선풍기 하나는 여동생이 사용하고 하나는 내가 사용한다. 사촌동생이 남겨 놓고 간 선풍기가 올해부터 삐그덕 소리를 내더니 기름칠을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한 해 선풍기를 쓰면 무조건 닦고 관리를 해보관해 논다. 다음 해에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오래 사용한 선풍기가 오늘 머리를 말리기 위해 틀어 놓았는데, 덜컹 소리가 나 보니 날개가 날이 부러지고 말았다.


하긴 사람도 관리를 안 하면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데, 기계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마지막이 될 때 정비하려 했는데 날이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날의 조각을 모아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 장만하긴 했어야 했는데, 오래돼서 그러려니 했지만, 뭔가 아쉽다.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할 당시, 정비고에 문구가 있었다. 닦고 기름칠하고 조이자.라는 문구다. 그때는 차량을 정비하면서 손에  기름칠 범벅이 되고 손에 때가 묻고, 지저분해져서 귀찮아질 때가 종종 있었다.


집에서 물건을 고칠 때면 대부분 나사가 풀러 졌거나, 오래돼서 기름칠을 안 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닦지 않아서 생긴 문제들이었다. 최근 문에 달린 도어스테퍼에 고무가 낡아 없어져 비슷한 고무를 갖고 테이프를 붙여서 돌돌 말아 버티고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 테이프가 벗겨지고 말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도어스테퍼를 주문하고 몇 년 만에 다시 문에 도어스테퍼를 달았다. 어머니는 도어스테퍼를 달고 나서 위치가 맞지 않아 마음에 드시지 않아 했다.


다시 조정해 달면 된다고 했더니, 문에 나사 자국이 나서 싫다 하셔서 고무에 장갑을 씌워 높이 조정을 했더니 잘되고 만족해하신다.


며칠 전 어머니의 양산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확인해 봤다. 아무래도 오래 사용해서 우산이 잘 펴지지 않는 것 같아 쇠 부분에 기름칠을 해주었더니 이후 사용해 보시고 안되면 말해달라 어머니에게 했다. 어제 다시 물어보니 이제는 양산이 잘된다고 했다.


물건은 대부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 대부분은 원래 되로 잘 사용된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거나 오늘처럼 선풍기 날이 부서질 때는 어쩔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미리 확인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오래 썼으니 그러려니 한다. 새로운 상품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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