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Aug 14. 2023

선풍기 날개를 주문했다.

며칠 전 선풍기 날개가 부서졌다. 요즘은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는 것이 쉬워 선풍기를 구경했다.  선풍기 날개가 있는 것만 보았고, 가격대도 저렴해서 하나 구매할까 싶어 망설이고 있었다. 리모컨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중에 어느 것을 살까 고민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왕 사는 거 요즘 거로 사라며 말씀하셨다. "요즘 꺼라면 어떤 것을 말하시는 건가요" 묻자, "그거 있잖니 언젠가 아는 형님네 갔더니 날 없는 선풍기가 있던데 그거 좋더라. 그걸로 하나 골라보렴." 아 네. 검색해 보니 가격은 일반선풍기보다 3배-8배 가까이 비쌌다. 날 없는 선풍기라.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다.


없는 선풍기 구매 후기를 보았더니 대부분 평은 나쁘지 않았으나 어딘가 모르게 더 가격을 주고 사야만 좋은 것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내 오래된 선풍기 보다야 성능면에서는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다. 날개가 있든, 없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직 오래된 선풍기는 모터가 고장이 나질 않아 날자체만 교체하면 될 듯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선풍기 날을 검색해 보니 역시 있었다. 가격은 4천 원에서 6천 원 선인데, 선풍기 날개 지름 길이와 높이 등 재서 잘 맞는지 확인 후에 선택해야만 했다. 고장 난 선풍기 날개를 풀러 자로 재고 나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고 나서 결제를 하려 했더니 배송비가 걸려 필요한 물건을 하나 더 시켜야 했다.


어머니에게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가격 얼마 안 되는데 하나 사지 그러니, 그래도 고쳐 쓸 수 있으면 좋죠. 그래 그럼 그건 고쳐 쓰고 나중에 필요하면 선풍기 하나 더 사지 뭐. 하시며 필요한 것 없냐 여쭤보니, 세탁기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하셨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정품필터가 있긴 한데, 일반배송이라 다음에 사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싶어 최근 영화를 볼 때 소리가 작아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만할까 싶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도 6천 원부터 시작하는데 1만 원데는 라디오, 시계, 불빛 등 기능이 있는데 난 다른 기능은 필요 없어서 물통처럼 생긴 스피커로 튼튼하고 소리만 잘 나면 됐기에 2만 원짜리로 결정했다.


선풍기 날하나 사려고 덕분에 두 었던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샀다. 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어쩌다 선풍기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더운 날에는 시원한 바람이 최고다.

 

덥고 습하다. 그래서 지난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그립기도 하다.


사용하던 것이 없다는 것은 불편함을 갖게도 하지만, 때론 그 불편함이 선풍기의 고마움을 느끼게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풍기 날이 부러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