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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생명

by 캡틴 제이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유달리 겁이 많았던 유년기를 지나 공군에 입대하고 20대 초에 사고로 순직한 동기생의 조각난 사체를 마주하고 난 다음부터 내 마음에 뭔가 변화가 있었다.


몸속에서 공포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죽음은 더 이상 내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상상할 수 없이 복잡한 장기와 세포들로 이루어진 인간 생명체가 서로 의기투합해 매 순간 폐를 움직여 숨을 쉬고 음식물을 소화하면서도 처음 그 형태를 대체로 온전히 유지해 90 가까이 살아낸다는건 기적이다.

내가 보기에 죽음은 살아 숨 쉬는 일보다 더 자연스럽다.


분명 살아 숨 쉬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악조건 속에서도 오늘 하루 큰 문제없이 기능을 해준 내 몸속 모든 장기와 세포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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