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관제사와 눈치 없는 조종사
소말리 랜드의 관제사
내일 비행할 루트를 살펴보는데
두바이에서 아프리카 서쪽 기니의 카날크리에 가는데 비행시간이 10시간이 넘는다. 이는 내전 상태인 리비아와 수단의 항공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프리카 북동쪽 인도양을 접한 소말리아에서는 최근에 독립을 선포한 북쪽 소말리랜드관제사들이 운항을 힘들게 한다.
놀랍게도 한주파수에서 두 명의 관제사들이 각기 다른 지시를 한다.
IATA에서도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일단은
“VHF 지시를 무시할 것! CPDLC 데이터통신만을 따를 것! “
이런 일을 두고 Unlawful Interference라고 하는데
'불법적 방해'라고 해석을 해야 할 것 같다.
권한이 없는 대상이 관제를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문제는 조종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소말리랜드 관제사이고 어느 쪽이 기존의 합법적인 모가디쉬 관제사인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기존의 모가디쉬 컨트롤 주파수 135.4를 통한 지시를 무시하도록 NOTAM(Notice to Airmen) 이 발송되었다.
데이터 통신과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대형항공기에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VHF만으로 비행하는 소형항공사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이젠 소말리아 상공은 비관제공역처럼 운항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하루는 이 공역을 지나는데 모가디쉬 컨트롤로부터 데이터통신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VHF지시를 따르지 마시오. 그리고 현재 근처에 00 항공 000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시기 바람. 현재 고도와 FIR EXIT POINT인 000의 ETA(도착예정시간)을 물어서 데이터 통신으로 내게 알려주기 바람."
종종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구역에서 조종사들이 유지하는 또 다른 주파수인 126.9(맹목방송용)로 이 항공기를 불렀다.
"모가디슈에서 현재 고도와 000 ETA를 요구합니다. 불러주시면 전달할게요!"
상대는 젊은 조종사였다.
그런데 그의 응답을 듣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쪽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가짜가 아니란 걸 어떻게 믿죠?"
.......
속 터지는 줄.... 이쪽 일에도 참 눈치 없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