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fish-little-pond effect
Big-fish-little-pond effect 큰 물고기 작은 연못 효과
BFLPE (big-fish-little-pond effect, 큰 물고기 작은 연못 효과)는 교육학에서 오래된 연구 주제 중 하나였다. 허버트 W. 마쉬(Herbert W. Marsh)에 따르면, BFLPE는 비슷한 수준의 영재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영재를 위한 학교에 다닐 때 더 낮은 수준의 자아 개념을 발달시키고, 더 낮은 수준의 영재를 가진 학교에 다닐 때 더 높은 자아 개념을 발달시킨다고 말한다. 좀 더 쉬운 말로 요약하자면, 자신감이 특별히 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서는 특히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성취도가 낮은 다른 친구로 인해 자신의 학습 동기와 자신감이 더 강해지는 현상을 설명한다.
용 꼬리 vs 뱀 머리, 용과 뱀이란 무엇일까
여기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발생한다. 용과 뱀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정의, 기준이 존재하는가.
사람마다 용과 뱀에 대한 가치 판단 기준이 다 다를 것이다. 용과 뱀에 대한 기준 선정은 비단 교육학에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가, 도시, 회사와 사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1. 국가와 도시 (한국 vs 외국 / 대도시 vs 중소도시)
2. 사회 (대기업 vs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3. 학교 (명문대 vs 일반대, 명문고 vs 일반고, 영재학급 vs 일반학급)
국가, 도시적 차원, 사회적 차원, 교육적 차원에서 무엇을 용으로 볼 것이고, 뱀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성향에 따라서 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인지도, 성장률, 경제력, 만족도, 경쟁력, 삶의 질 등등 각 분야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기를 소망하는 강대국, 대도시, 대기업, 명문학교 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큰 틀 안에서는 용과 뱀을 어느 정도 구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육적 관점에서의 용의 꼬리 vs 뱀의 머리, 무엇을 선택할까
용의 머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만약 용의 꼬리와 뱀의 머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이 선택이, 각자 개인의 삶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려면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상황, 능력, 성격 등에 대해 잘 알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지에 정답이나, 옳고 그름은 없다.
뱀 머리가 더 나은 경우
앞서 언급했던 Big-fish-little-pond effect 큰 물고기 작은 연못 효과는 뱀의 머리가 더 낫다는 결과이지만, 그것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영재의 경우'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 예능 프로그램 <티쳐스>에서 국내외 명문대 엘리트 부모 밑에서 자란 한 중학생이 원하는 명문고에 진학을 하기 위해 일타강사님들의 조언을 구하고자 출연을 한 것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타 강사님들은 학생에게 명문고보다는 일반고에 가는 것을 더 권장했다. 왜냐하면 그 학생의 경우,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대 수준과 승부욕, 욕망에 비해 성적 하락이라는 부정적 사건을 극복해 내는 회복 탄력성이 충분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하고, 실망과 좌절로 빠지는 성향을 보였던 것이다. 충분히 훌륭한 학습 태도와 실력을 지녔지만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있는 명문고에 가서 성적 하락을 할 경우, 단번에 감정과 성적이 나락으로 갈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이런 케이스는 일반고에서 지금의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원하는 대학 진학을 노려보는 전략이 더 알맞을 수 있다.
사람마다 기질과 성향은 다 달라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다. 대기업에서 좁은 파트의 일을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대체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관료 체계 안에서의 업무) 하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팀장이 되어서 좀 더 스펙트럼이 넓은 업무 (기획, 마케팅, 회계 등 총괄)를 맡아하는 것에 가치를 느끼는 타입일 수 있다. 규모는 다소 작더라도 자신의 역량이 크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에서 리더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는 바쁜 삶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변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거나 그들에게 배우기보다는 자신이 나서서 어쩌면 무거운 책임감으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은 있다.
용 꼬리가 더 나은 경우
한편 주도성보다도 팀 전체의 성장과 성취욕구 강한 사람도 있다. Best 플레이어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팀 성장뿐만 아니라 훌륭한 동료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라면 용 꼬리가 더 나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류의 발전에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고급 인재들은 그들의 착착 들어맞는 팀워크에 매우 만족하고, 실제로도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낸다.
반면 훌륭한 팀에서 용 꼬리로 라도 남고 싶어 하는 성향의 사람들 중에는 무임승차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케이스도 있기는 하다. 내가 적당히 해도 팀원들이 훌륭해서 팀 자체의 성과는 좋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보다는 삶을 즐기는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경우이다. 적당히 할 일을 하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경우랄까.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그것이 회사이든, 학교이든 결국은 개인의 성과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도 있는 불안한 자리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이런 케이스는 오래가지는 못하겠지.
이 경우를 제외하면 뱀 머리보다 용 꼬리를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는 웬만한 외부 상처는 덤덤하게 이겨내고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성향의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용 꼬리는 어쨌든 꼬리이기 때문에 주변에 나보다 잘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은 보이지 않게 자신의 자존감을 많이 떨어뜨리는 요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타인의 성취는 타인의 것으로 두고, 그들에게 좋은 점을 배우면서, 자신의 역량을 페이스대로 끌어올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만이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
나의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일부러 각자 다른 시간에 개인적으로 물어보았다. 대답은 두 아이 모두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용 꼬리'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도 있고, 좋은 교육적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지는 것을 잘 못 참는 성향이 있어 뱀 머리를 하겠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재미난 기회였다.
내가 독일 소도시에서 사는 이유, 그리고 그룬트 슐레와 김나지움 선택
독일 소도시 (뱀)을 선택한 이유
독일은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대도시에 살게 되면 워낙 이민자, 외국인들 비율이 높기 때문에 영어 소통이 어렵지 않다. 이민 1세대로서는 대도시에 사는 것이 편의 시설, 영어 사용 가능, 더 많은 아시아 음식점 및 식료품 구입만 보더라도 더 편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독일의 소도시, 거기서도 좀 더 떨어진 시골스러운 곳에서 거주하는 이유는 단연 아이들의 독일어 때문이었다.
한국 사람은커녕 아시아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만 보이는 이 시골마을에도 다양한 외국 (유럽 국적)인들이 사는 편인데,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인들이 다양하게 섞여 사는 것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이 한참 독일 문화와 언어, 음식 등에 익숙해져야 하는 때에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이곳 학교에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거의 없다. 결국 아이들은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일어에 노출되고 독일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뒤늦게 국제학교에서 독일 학교로 전학 왔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독일어가 늘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초반에 독일어를 하나도 못할 때 이민자들을 모아놓은 반에서 3개월가량 공부를 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 각자의 모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 대도시의 학교는 이민자들이 많고, 그들 그룹이 국가별로 무리가 지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독일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하거나 다른 나라의 언어 노출이 더 많을 수 있다. 또한 대도시는 워낙 아이들 수도 많아서 각종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어도 대기 순서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소도시는 곧바로 등록 및 참여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런 외부 활동을 통해서도 언어와 문화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소도시에서 적극 활용했다.
요약하자면, 대도시를 용, 소도시를 뱀으로 친다면, 우리가 거주 지역은 뱀 (소도시)을 선택한 이유는 독일어 때문이었다.
동네 김나지움을 결정한 이유
아무리 소도시라고 하더라도 그룬트슐레에는 다양한 유럽 국가의 이민자들도 많이 섞여있고, 부모가 생업에 종사하느라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반 분위기가 어수선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평점 2,33 이상이 되는 학생들만 김나지움에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나지움에 진학 한 이후로는 그래도 반 분위기가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종류로 굳이 따지자면 레알슐레나 하우프트 슐레를 '뱀'으로 본다면, 김나지움은 '용'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16개 주별로 교육 지침이나 상급학교 진학 기준이 다른데, 특히 바이에른 주의 경우에는 다른 몇몇 주들에 비해 상급학교 진학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기 때문에 바이에른주의 김나지움 또한 '용'으로 분류는 가능할 것 같다.
바이에른 주의 김나지움이기에 기본적인 학습 습관은 잡힌 학생들이 김나지움에 진학했을 것이고, 그런 기초 위에 이제 대도시 김나지움이냐 소도시 김나지움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무척 고민됐었던 시기가 있었다. 앞서 아이들의 용 꼬리 vs 뱀 머리 질문에서 의외로 아이들이 용꼬리를 선택했었지만, 영재 학교가 아닌 이상 대도시, 소도시 김나지움은 그 편차가 적어 어디를 용으로 보느냐, 뱀으로 보느냐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인포마틱 과정이 있고, 영어 바이링구얼 반이 있고, 집에서 가까우며, 이민자 수가 적은 학급 구성이 되어 있는 동네 김나지움을 선택했다. 이미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는 학교 변화를 더 이상 원치 않았기 때문에 영재학교로의 전학은 하지 않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정리하자면 용 꼬리, 뱀 머리 논쟁은 무엇을 용으로, 뱀으로 두느냐의 기준에서부터 성향, 기질뿐만 아니라 경제력, 거주지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옳고 그름도 없고,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던가 가볍게 생각해보는 재미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