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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널씨 VinylC Mar 14. 2022

금융 UX Writing의 책임 있는 쓸모를 기대하며

UX Writing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텍스트다. 서비스의 쓸모를 강화하기 위한 배경에서 등장한, 디지털 디바이스의 문법에 맞춘 텍스트 문법이기도 하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사용자에게 보다 쓸모 있는 정보 전달을 위해 기업은 모바일 문법에 맞춰 작성된 UX Writing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고 듣는 단어, 문장 등을 디자인해 사용자에게 익숙한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UX Writing의 쓰임이 도드라지는 건 금융권이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쉽게 풀어써 금융에 대한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이다. 


앞서 바이널씨도 UX Writing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vinylc/3


이번에는 UX Writing에 적극적인 금융 서비스의 UX Writing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UX Writing을 할 때도 가져야 하는 책임 있는 쓸모는 무엇일까?



금융 서비스가 책임 있는 UX Writing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는 텍스트가 많다. 금융 약관, 금융 용어, 혹시 모를 사고 방지를 위한 안내 등 모바일 화면을 텍스트로 가득 채울 정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텍스트가 너무 많은 탓에 제대로 읽지 않고 넘기고 싶을 만큼 부담스러운 양이기도 하다. 


텍스트가 쉬워지고, 익숙한 용어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 책임은 여전하다. 사용자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텍스트를 읽고, 해당 서비스를 판단하고 금융 활동을 한다. 금융 활동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문제일 수도 있는 만큼 금융 서비스가 전달한 텍스트의 무게는 적지 않다. 


실제로 금융 용어를 오해해 비관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미국의 한 대학생은 -73만 달러 구매력(Buying Power)을 투자 손실로 이해한 이 학생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만약 금융 서비스가 구매력이 무엇인지 쉽게 풀어주거나, 구매력에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표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안내했다면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금융 투자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권도 투자에 대한 책임 있는 전달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 한국 투자 시장은 10~30대의 투자 비율이 늘어났다. 일명 빚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청년 세대가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빌린 금액이 4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주식시장 진입은 꾸준히 증가해,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신규 개설된 증권 계좌(2115만 개) 중 절반 이상인 1172만 개가 청년층의 계좌였다. 청년 세대의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청년 투자자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가 주식에 편중된 점, 초보 투자자가 많아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 등의 이유로 자칫 주식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다른 세대보다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금융권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작부터 이해하기 쉬운 UX Writing을 적용해 사용자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재 금융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는 UX Writing 유형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하나, 쉽게 풀어쓰는 UX Writing 


금융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금융 서비스는 일상 언어로 풀어쓰는 UX Writing을 적용하고 있다. 단순히 쉽게 풀어쓰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의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지정가와 시장가는 각각 주식을 구매할 때 가격을 지정해서 주문한다는 뜻과 시장에서 변동되는 가격에 맞게 빠르게 주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용어를 KB금융의 MTS는 '희망 가격/현재 가격'으로 썼고, 토스 증권은 원하는 가격으로 '구매하기/최대한 빠르게 구매하기'라는 설명을 더하고 있다. 


매수와 매도도 어느 쪽이 사는 것이고, 파는 것인지 한 번에 이해되지 않을 수 있어 대체되는 용어 중 하나다. 토스 증권의 경우 '구매하기/판매하기'로, 삼성증권 오늘의 투자는 '바로 투자하기/팔기'로 언어를 풀어쓰고 있다. 


물론 풀어쓰기만이 정답은 아니다. 엄밀히 의미를 따져보면 순화된 표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의 매수와 매도는 기업 지분과 경영권이라는 권리를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구매와 판매로 대체할 경우 유형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풀어쓰기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 용어를 뜻하는 자곤(Jargon)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언어다. 새롭게 서비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존의 모든 언어를 바꿔버린다면, 자곤에 익숙한 전문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을 보여주듯 KB증권은 두 가지 모드의 MTS를 서비스하고 있다. 일반 모드의 경우 자곤으로, 이지모드에서는 풀어쓰기를 제공한다.  




둘, 서비스 사용 과정이 편안한 UX Writing 


용어가 쉬워졌다고 해서 애플리케이션 사용 자체가 쉬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애플리케이션은 빡빡한 텍스트로 채워져 있다. 금융 UX Writing은 빡빡한 텍스트의 이해도를 높이는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통일성이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좌 설치나 상품 가입을 진행할 경우 사용자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화면에는 사용자에게 꼭 전달되어야 하는 주의 사항이 보인다. 텍스트가 분산되어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게 삼성증권 오늘의 투자의 경우 단계별 정보를 화면 하단에 배치했다. 숙달된 사용자는 익숙하게 넘어갈 수 있고,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궁금한 사항을 그때마다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 케이스다. 


간결하게 나눠 쓰는 것도 통용되는 법칙 중 하나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긴 안내 텍스트 대신 짧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토스의 잡초뽑기(Weed Cutting)가 대표적인데, 토스는 나눠 쓰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알림 텍스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셋, 사용자가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UX Writing


투자, 대출과 같은 금융 활동은 금전적인 문제와 엮여 있는 만큼 개인의 생계, 미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만큼 금융 서비스도 그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게 당연하다. 서비스 제공사는 특히 오해나 실수가 생길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내용을 미리 안내해 불안감을 줄이는 방식을 차용한 곳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신용 점수를 여러 번 조회해도 영향이 없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안내해 서비스 이용을 돕는다. 토스의 경우 사용자에게 수신되는 문자를 통해 계좌 연결이 잘 되었다는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주관적인 문장이나 오해의 소지가 담긴 설명은 지양하는 게 좋다. 자신의 투자에 후회를 일으켜 매수를 유도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대출 조회를 유도하는 방식은 삼가야 하는 방식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이 어렵다는 생각과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금융 UX Writing이 사용자를 위한 책임 있는 역할까지 그 쓸모가 확대되길 바라본다. 





레퍼런스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013668.html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625_0001489929

https://brunch.co.kr/magazine/uxlabel

https://blog.toss.im/article/uxwriter-interview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794566625803360&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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