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연휴에 연차 1일 써서 6일 동안 쉬었지만 여행은 다녀오지 않았다. 제주도, 강릉, 춘천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원래 남들 다 쉬는 날에 어디 가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대신 평일에 여행 가는 걸 선호한다.
6월에 갑자기 대선 일정이 생기면서 2일 연차 쓰면 다시 6일을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남들 쉴 때 여행 가는 건 원치 않으니 평일 연차를 활용한 날을 중심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듯하다. 그래서 원래는 평일을 메인으로 해서 부산 2박 3일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부산도 작년 5월 말에 다녀왔다. 즉 이 계절의 바다를 봤다는 이야기.
그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내 여행 중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갔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인데 부여, 공주, 목포, 화순, 안동.... 을 떠올리다가 아차 나에게 요즘 꼭 필요한 건 오션뷰라는 걸 깨닫고 목포 숙소를 알아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항구 뷰가 아닌 진짜 오션뷰를 원하는데 목포의 숙소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숙소는 찾기 힘들었음.
여행을 알아보는 순간부터가 여행 설렘이 기분 좋게 만들어 주면서 이미 마음은 그곳에 가 있는 게 보통인데 어째 슬슬 피곤하고 귀찮은 데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장기 여행을 해본 것은 한 달가량 베를린에 머물면서 독일 여행 및 북유럽 일부 방문을 한 것과 암스테르담에 머물면서 벨기에를 돌아본 3주 정도가 전부다. 그 이상의 긴 여행을 해본 경험이 없다.
일을 아예 길게 쉬면서 다른 일을 찾거나 마음먹고 쉬는 기간을 길게 잡는 게 아니라면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이건, 자영업자 건, 프리 랜서건 1달 이상 2~3개월 여행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해외여행 나가서 외국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이 한국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짧은 기간으로 여행을 나와서 그냥 발자국만 찍고 돌아다니는 식의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입 아프게 우리의 끔찍한 노동환경에 대해 성토를 했다. 그게 이미 십여 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인데 지금이라고 딱히 달라진 것도 없다.
22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운 좋게 길게 쉰 적이 있어 장기 여행은 아니어도 평일에 원하는 만큼 여행을 여러 차례 다녀와서 그런지 더더욱 이렇게 숨 막히는 짧은 일정의 여행이 싫어진 모양이다. 커리어 전환기처럼 큰 변화가 오는 시점에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게 더 낫지 싶다.
6월 연휴 생각하고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내린 조금은 허망하고 씁쓸하지만 사실적인 결론.
*사진은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