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中)

겸손과 호기심으로 써 내려온 인류의 우주 서사시

by 동이의덕왕

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中)

겸손과 호기심으로 써 내려온 인류의 우주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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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시간,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선언한 1543년부터, 암흑물질의 존재를 발견한 1933년을 지나 우주에 사는 생명체의 숫자를 추청한 드레이크 방정식까지 긴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이야기의 두 번째 시간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의 인류의 우주를 향한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3. 지구 밖으로 망원경이 올라가다 (1970년~현재)

우주망원경 하면 거의 대부분 허블 우주망원경을 떠올리며,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까지 알지만 사실 우주망원경은 꽤 많습니다. 1970년 이후 90개 이상의 우주망원경이 발사되었으며, 현재 약 26개가 가동 중입니다. 가시광선부터 감마선부터 적외선, 그리고 전파까지 8개 파장 영역을 커버하며 지구와 우주를 365일 24시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호기심을 넘어 관음증이라 할 만합니다. 왜 굳이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릴까요? 지상 망원경도 충분히 크고 강력한데 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지구의 대기가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대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고마운 존재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관찰에 방해만 되는 흐린 유리창과 같습니다. 빛이 굴절되고 흔들리고 일부는 아예 흡수됩니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것도 사실은 대기의 요동 때문입니다. 별 자체는 반짝이지 않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1.35.png 선생님 거짓말쟁이!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 했잖아요?


허블 우주망원경(1990년 발사~현재): 2.4미터 주경을 가진 허블은 30년 이상 운영되며 천문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처음 발사되었을 때는 참사였습니다. 렌즈에 결함이 있어서 흐릿한 이미지만 나왔고, 언론은 "10억 달러짜리 실패작"이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1993년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우주에서 수리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후 허블은 우주 나이 측정(138억 년), 암흑에너지 발견, 은하 진화 연구 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1995년 찍은 '허블 딥 필드' 사진은 손톱 크기만 한 하늘 영역을 10일간 노출하여 3,000개 이상의 은하를 담았습니다.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우주의 광대함을 실감하게 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허블은 외계행성 대기 프로파일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2001년 HD 209458b에서 나트륨을 최초로 검출하여,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기 구성을 알아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2.59.50.png 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수리 성운 창조의 기둥 / 허블 울트라 딥필드 / 솜브레로 은하 / 황소자리 게성운


찬드라 X선 천문대(1999년~현재): X선으로 블랙홀, 초신성 잔해, 은하단 등을 연구합니다. X선은 대기에 완전히 흡수되기 때문에 반드시 우주에서 관측해야 합니다. 찬드라는 인도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수백만 도)가 내는 X선을 관측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질량을 측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스피처 우주망원경(2003-2020): 적외선으로 먼지에 가려진 은하, 별 형성 지역, 외계행성 대기를 연구했습니다. 적외선은 먼지를 투과할 수 있어서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마치 X선이 우리 몸을 투과해서 뼈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2009-2018): ‘통과 측광법(Transit photometry)’으로 2,6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약간 어두워지는 것을 감지하는 방법입니다. 케플러는 15만 개의 별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9년간 하늘을 응시했습니다. 단일 임무로는 인류 역사상 최다 행성 발견 기록입니다. K2 미션으로 연장 운영되었으며, 현재는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그 임무를 이어받았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3.02.png 밝기 변화를 통해 행성을 발견하는 통과측광법 (Transit photometry)


플랑크 위성(2009-2013): 우주배경복사(CMB)를 전례 없는 정밀도로 관측하여 우주 나이를 13.787±0.020억 년으로, 우주 구성을 암흑에너지 68.3%, 암흑물질 26.8%, 일반 물질 4.9%로 결정했습니다. 빅뱅 38만 년 후의 빛을 측정하여 우주의 '베이비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2021년 발사~현재): 현 지구 1 대장으로써 금으로 코팅된 6.5미터의 주경을 가진 적외선 망원경이며, 허블의 공식 후계자입니다.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쥬 L2 지점(우주세기 건담에 나온 바 있습니다)에 위치하며 테니스 코트 크기의 썬실드(sunshield)로 -233°C의 초저온을 유지합니다.


라그랑쥬 L2 지점은 지구-태양 사이의 중력 균형점으로, 지구와 태양을 동시에 등지고 있어서 태양 빛과 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해와 달이 일직선상에 있어서 일식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적외선 관측에는 극저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위치가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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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ST는 초기 우주, 은하 형성, 외계행성 대기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3년 외계행성 WASP-39b 대기에서 CO₂와 SO₂를 검출했고(CO₂는 외계행성 최초, SO₂는 광화학 반응의 증거), 134억 년 전 은하를 관측했습니다. 이것은 빅뱅 후 6억 년 만에 형성된 은하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은하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발견은 기존 은하 형성 이론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K2-18b에서는 메탄, CO₂, 수증기를 발견했는데, 이 관측을 분석한 결과 풍부한 수소의 대기와 물로 된 액체 바다인 '하이시안(Hycean)'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수소와 물이라니! 혹시 생명이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JWST는 오늘도 관음증 환자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며 행성들을 스토킹하고 있습니다.


우주망원경은 대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파장별로 다른 우주 과정을 드러냅니다. 허블과 JWST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우주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허블이 가시광선과 자외선에 강하다면, JWST는 적외선에 특화되어 있어서 함께 사용하면 우주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인류의 눈입니다.


이처럼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일단 아무나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JWST의 건조에는 애초 예상했던 1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110억 달러(13조 원)가 투입됐습니다.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NASA와 함께 제작과 발사에 함께 참여했는데, NASA가 97억 달러, 유럽우주국이 8억 달러, 캐나다우주국이 2억 달러를 부담했습니다. 이후 참여 정도에 따라 유럽 천문학자들은 전체 관측 시간의 15%를, 캐나다 천문학자들은 5%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임스웹은 AS가 불가능합니다. 설계 수명은 최소 5년으로써 NASA는 10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고장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먼 라그랑쥬 포인트로 수리기사를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허블우주망원경은 발사 직후,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여 우주왕복선으로 AS기사를 보내 수리는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진행한 대단한 역사가 있습니다. 제임스웹 발사를 바라보는 세계 천문학자들의 가슴엔 부푼 희망과 함께 걱정과 부러움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5.19.png JWST가 인류에게 선물한 장면들 (1시부터 시계방향): 창조의 기둥 / 고리성운 / 제임스웹 울트라 딥필드 / 슈테판 5중주



TMI: 오리가미(종이접기) 기술이 총동원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자동차 속 에어백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모두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접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어백은 차량 내부에, 제임스 웹 망원경은 로켓 안에 접어 넣지요.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접을 수는 없으니, 바로 종이 접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오리가미(Origami)’는 일본어 '오리(おり, 접다)'와 '카미(かみ, 종이)'가 합쳐진 말로, '종이접기'를 뜻하며,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단어입니다.


종이접기는 단순히 동서남북 놀이나 두근두근 내 마음 전해보려 접어보지만 효과 없고 손만 아픈 천 마리 종이학을 접는 것 이상의 활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우주 과학과 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종이접기를 접목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의외의 성과를 보인 분야가 우주 과학입니다.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미우라 코료(Miura Koryo)’ 박사입니다. 그는 우주 미션을 수행할 장치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하여 네모난 면의 반대편 두 모서리를 잡아당기면 쉽게 펼칠 수 있도록 종이접기 패턴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평평하고 넓은 면을 아주 작게 접을 수 있어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이 패턴은 비단 첨단 우주과학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활용도가 높아 ‘미우라 패턴(Miura Pattern)’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6.30.png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최초로 도입한 미우라 코료(Miura Koryo) 박사


1995년 드디어 미우라 패턴으로 접은 태양열 전지판을 갖춘 위성이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태양열 전지판을 활짝 폄으로써 종이접기의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JWST도 미우라 패턴처럼 접어서(혹은 구겨서) 발사했고 라그랑쥬 L2포인트에서 성공적으로 장치를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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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화성과 얼음 위성에서 물을 찾다 (1971-2024년)

화성의 물 발견

1971년, 마리너 9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하여 과거 강과 침식 지형을 관측하였습니다. 이것은 화성에 한때 액체 물이 흘렀다는 직접적인 증거였습니다. 마리너 9호가 도착했을 때 화성 전체가 거대한 먼지 폭풍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먼지가 가라앉고 거대한 계곡, 화산, 그리고 물이 흘렀던 놀라운 흔적들이 드러났습니다.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착륙하여 토양에서 0.8%의 물을 확인하고, 계곡 네트워크를 발견하였습니다. 화성 극관의 계절 변화는 이산화탄소가 얼었다 녹았다 하기 때문입니다. 북극관은 주로 물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극관은 일부 이산화탄소를 포함합니다.


2015년, NASA는 RSL(Recurring Slope Lineae, 반복되는 경사면 선형 무늬)이 계절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염수 흐름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여름철 따뜻한 경사면에서 어두운 줄무늬가 나타났다가 겨울이 되면 사라지는데, 이것이 소금물이 흐른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소금물은 순수한 물보다 어는점이 낮아서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8.25.png RSL (Recurring Slope Lineae) on Mars


2024년에는 2022년 임무를 종료한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 중간 지각(깊이 11.5-20 km)에 액체 저수지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화성 물 순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으며 현재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Rover)와 큐리오시티(Curiosity Rover)가 화성의 고대 물 환경과 미생물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화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젖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Clipboard - 2025-11-03 23.28.55.png 화성 탐사계의 자강두천


목성과 토성 위성의 물 발견

1989년,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서 질소 간헐천과 얼음 화산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은 외행성 위성에서 활발한 지질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초기 증거였습니다. 트리톤은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235°C)인데도 불구하고 활화산이 있었습니다.


2005년,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물 분출을 관측하여 지하 바다의 존재를 시사하였습니다. 카시니의 INMS(이온 및 중성 질량분석기)가 물, 메탄, 암모니아를 검출하였고, 2017년 수소를 발견하여 열수 활동(hydrothermal activity)을 입증하였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지구의 심해 열수 분출구 주변에는 태양 빛 없이도 화학 에너지만으로 생존하는 박테리아, 거대한 관벌레, 독특한 새우와 게 등의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엔셀라두스에도 비슷한 환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소의 존재는 화학 에너지원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생명의 기본 재료가 갖춰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3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물기둥을 발견하였으며, 2016년과 2019년에 재관측하여 이를 확정하였습니다. 100-160 km 높이로 분출되는 이 물기둥은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 껍질(15-25km)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2018년, 갈릴레오 탐사선의 1997년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유로파 플룸(분출)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20년 후 데이터를 다시 보니 플룸을 통과한 흔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2014년에는 가니메데에서도 지하 해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유로파와 가니메데는 외계 생명체 탐사의 주요 후보입니다. 유로파 클리퍼(2024년 발사)와 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 2023년 발사)가 앞으로 이 위성들을 더 자세히 연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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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서 물의 다양성은 생명 탐사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말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태양계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물이 있습니다. 지구는 더 이상 "푸른 행성"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15. 달에도 물이 있다 (1994-2020년)

달은 건조하고 먼지투성이 불모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암석 샘플에는 물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틀렸습니다.


1994년, ‘클레멘타인’ 탐사선이 달 극지방 영구그늘지역(PSR, Permanently Shadowed Regions)에 얼음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전파 신호 반사를 분석한 결과 강한 반사 신호를 감지하였으나,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달의 극지방에는 태양 빛이 수십억 년 동안 한 번도 닿지 않은 분화구들이 있습니다. 이곳의 온도는 -230°C까지 내려가며, 물이 얼음 상태로 보존될 수 있습니다.


Clipboard - 2025-11-03 23.30.33.png 이 클레멘타인도 영원히 보존되고 있습니다.(아빠! 대체 언제 일어날꺼야?)


1998년, ‘루나 프로스펙터’가 중성자 분광계로 극지방에서 수소를 발견하여 10억~100억 톤의 물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하였습니다. 탐사선은 임무 종료 시 섀클턴 분화구에 충돌하는 실험을 했지만 물 검출에는 실패하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아폴로 샘플을 재검토한 결과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달 맨틀에 물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그 양은 지구 맨틀 수준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40년 전에 가져온 암석을 새로운 기술로 다시 분석하니 물의 증거가 나온 것입니다. 과학은 때로 이렇게 놀라운 반전을 선사합니다.


2008년, 일본의 ‘카구야’ 탐사선이 섀클턴 분화구를 고해상도로 촬영하여 지하에 물 얼음이 있을 가능성을 제안하였습니다.


2009년은 획기적인 해였습니다. 인도의 ‘찬드라얀-1’, ‘카시니’ 탐사선, ‘딥 임팩트’가 모두 달 표면에서 물 또는 수산기(OH) 신호를 검출하였습니다. NASA의 M3(Moon Mineralogy Mapper) 분광계가 영구그늘지역뿐만 아니라 달 전체 표면에서 물 신호를 감지한 것입니다.


2009년 10월, ‘LCROSS(Lunar Crater Observation and Sensing Satellite)’ 탐사선이 카베우스(Cabeus) 분화구에 충돌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로켓 상단부를 시속 9,000km로 분화구에 충돌시켰고, 뒤따르던 관측 위성이 튀어 오른 먼지와 파편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5.6±2.9%의 물과 다양한 휘발성 물질을 확인한 것입니다.


2020년, ‘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 성층권 적외선 천문대 - 747 항공기에 탑재된 망원경)’가 햇빛이 닿는 달 표면에서도 물 분자를 발견하였습니다. 농도는 위도에 따라 500-750 ppm(parts per million) 정도입니다. 이것은 사하라 사막 모래보다 100배 건조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물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습니다.


이 발견은 달 탐사와 유인 기지 건설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있고, 전기분해하면 산소(호흡용)와 수소(로켓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물을 운반하는 비용이 1kg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달에서 물을 직접 채취할 수 있다는 이점은 달 기지 건설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이후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유도, 이러한 발견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달의 남극 지역(물이 가장 많은 곳)에 영구 기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그로 인해 달은 전초 기지인 동시에 자원의 보고로써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16. 보이저, 태양계 밖을 향하다 (1977년)

1977년 여름, 두 개의 작은 우주선이 인류를 대표하여 가장 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타이탄-센타우르 로켓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나중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더 빠른 궤도를 따라 1977년 12월 15일 보이저 2호를 추월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나중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1’호가 된 이유) 마치 마라톤에서 늦게 출발한 선수가 더 빠른 페이스로 앞서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 1977년이었을까요? 그것은 1977년이 175년에 한 번 나타나는 행성 정렬이 일어나는 “행성 대정렬(planetary alignment)”의 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태양의 한쪽에 호를 그리며 정렬되는 이 배치를 이용하면 중력 도움(gravity assist) 기법으로 해왕성까지의 여행 시간을 30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당구공이 다른 공에 부딪쳐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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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는 당초 5년 수명으로 설계되었지만, 두 탐사선은 무려 47년 이상 작동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우주 탐사 미션이 되었습니다. 제품을 이렇게 만들면 오히려 경영진이 욕을 엄청 할 것 같은 기분이…


장대한 여정

보이저 1호는 1979년 3월 5일 목성(28만 km 근접)과 1980년 11월 12일 토성(12만 6천 km 근접)을 방문했습니다. 목성에서는 활화산을 가진 위성 이오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지구 밖에서 발견된 최초의 활화산이었습니다. 9개의 화산이 동시에 분출하고 있었고, 유황 분출물이 300km 높이까지 치솟았습니다.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을 근접 비행하면서 질소가 풍부한 두꺼운 대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비행이 탐사선을 황도면 밖으로 보내면서 행성 탐사를 종료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더 놀라운 여정을 걸었습니다. 1979년 7월 9일 목성(57만 km), 1981년 8월 25일 토성, 1986년 1월 24일 천왕성(8만 1천500km), 1989년 8월 25일 해왕성(북극 상공 4,950km)을 방문한 유일한 우주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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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에서는 11개의 새로운 위성과 2개의 새로운 고리를 발견했습니다. 천왕성은 독특하게도 옆으로 누워서 자전하는데(자전축이 98도 기울어짐), 마치 탁자 위를 구르는 공처럼 움직입니다. 해왕성에서는 6개의 새로운 위성과 유명한 대암점(Great Dark Spot, 지구만 한 크기의 폭풍)을 발견했고, 위성 트리톤에서 질소 간헐천을 관측했습니다.


골든 레코드: 인류의 메시지

두 보이저에는 특별한 화물이 실려 있습니다. 칼 세이건이 이끈 팀이 1만 8천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한 골든 레코드입니다. 12인치 금도금 구리 레코드로, 초순수 우라늄-238 샘플(반감기 44억 6,800만 년)을 포함해 연대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외계 문명이 발견한다면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레코드에는 116장의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 해부학, 지구의 위치, 수학적 정의, 다양한 문화, 건축물, 기술, 자연경관을 담았습니다. DNA 구조도, 수유 중인 어머니, 만리장성,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교통 체증, 슈퍼마켓 등 인류 문명의 단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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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 언어의 인사말에는 6,000년 된 고대 아카드어부터 현대 중국어까지 포함되었으며 (한국어도 있습니다), 당시 UN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과 지미 카터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이것은 작고 먼 세계로부터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소리, 과학, 이미지, 음악, 생각 그리고 감정의 기록입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를 살아남아 여러분의 시대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음악은 27곡 90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자바 궁중 가믈란, 멕시코 마리아치 "엘 카스카벨", 척 베리의 "조니 비 굿", 일본 샤쿠하치 연주,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루이 암스트롱의 "멜랑콜리 블루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 불가리아 민요,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어두운 밤", 베토벤 현악 4중주 13번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특별히 감동적인 것은 칼 세이건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며 녹음한 앤 드루얀(레코드 제작팀 일원이자 후에 진짜 칼 세이건의 부인이 됨. 이 것은 가스라이팅!?)의 뇌파와 심장박동 1시간 분량이 1분으로 압축되어 담긴 것입니다. 어떤 외계 문명이 이것을 해독한다면, 그들은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간 공간으로의 진입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25일 태양으로부터 약 121-122 천문단위(AU, 180억 km) 거리에서 태양권계면(헬리오포즈)을 넘어 최초로 성간 공간에 진입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2013년 9월 12일이었습니다. 태양권계면이란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이 성간 매질과 만나는 경계입니다. 마치 물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과 같습니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나오는 저에너지 입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성간 우주선(galactic cosmic rays, 태양계 밖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이 급증하는 것을 감지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플라스마 파동 측정으로도 확인되었습니다.


보이저 2호는 2018년 11월 5일 약 119AU(178억 km)에서 성간 공간에 진입했습니다. 보이저 2호가 약간 더 가까운 거리에서 통과한 것은 태양권이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비대칭임을 보여줍니다. 마치 우산이 바람에 한쪽으로 휘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2025년 10월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53억 km(169.2AU, 157억 마일) 떨어져 있어 인류가 만든 가장 먼 물체입니다.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 23시간 27분이 걸립니다. 초속 17km(시속 38,000마일)로 황도면 북쪽을 향해 이동하며 매일 146만 8천800km씩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보이저 2호는 208억 km(139AU) 거리에 있으며 신호 도달 시간은 16.5시간입니다.


플루토늄-238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가 발사 시 470W에서 현재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여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 일부 기기를 끄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보이저 1호는 우주선 서브시스템(CRS)을 껐고, 보이저 2호는 2024년 9월 플라스마 과학(PLS), 2025년 3월 저에너지 하전입자(LECP)를 껐습니다. 과학 데이터 수집은 2025-2030년까지, 공학 데이터 전송은 2036년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후에는 모든 기능을 끄고 침묵 속에 우주를 항해할 것입니다. 약 4만 년 후 보이저 1호는 기린자리의 별 AC+79 3888로부터 1.6광년 거리를 지나갈 것이고, 보이저 2호는 약 4만 년 후 안드로메다자리의 별 로스 248로부터 1.7광년을 지나갈 것입니다. 언젠가, 어쩌면 수십억 년 후, 어떤 외계 문명이 이 작은 우주선을 발견하고 골든 레코드를 재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인류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라도, 우리의 메시지는 낭만이 되어 남겠지요.


TMI: 덕왕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유튜브 영상 → [SF] 보이저호가 외계인에게 발견된 날 [북툰 과학다큐]

https://youtu.be/gFbcSAV7JcY?si=K9MwoZ_WsjQnt19r

보고 나 울었잖아
Clipboard - 2025-11-03 23.33.33.png 누리꾼들의 극찬! 저 영상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이...


17. 국제우주정거장, 궤도 위의 집 (1998년)

1998년 11월 20일, 인류 역사상 가장 야심찬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자랴 (Zarya, "일출") 모듈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K 로켓으로 발사된 것입니다. 질량 19,323kg, 길이 12.5m, 직경 4.1m의 이 모듈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첫 번째 구성품이었습니다.


iss056e201248~large.jpg?w=1920&h=1280&fit=clip&crop=faces%2Cfocalpoint 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에서 제작되었지만 NASA가 2억 2천만 달러에 계약한 미국 소유 모듈이라는 것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우주정거장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역사적인 화해의 상징이었습니다.


두 번째 구성품인 유니티 노드 1(미국 제작)은 1998년 12월 4일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avor)’호로 발사되어 12월 7일 자랴와 결합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두 모듈을 연결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2000년 11월 2일 첫 승무원(윌리엄 셰퍼드, 세르게이 크리칼료프, 유리 기젠코)이 도착하며 24년 이상 지속된 연속 인류 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국제 협력의 걸작

ISS는 5개 주요 우주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입니다. NASA(미국), 로스코스모스(러시아), ESA(유럽), JAXA(일본), CSA(캐나다)가 협력하며, 총 15개국이 참여합니다. 1998년 체결된 정부 간 협정은 정거장이 상호의존적으로 설계되어 어느 파트너도 다른 파트너 없이 기능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천재성입니다. 서로 의존하게 만들어서 협력을 강제한 것이지요.


각국의 기여는 독특합니다. 러시아는 정거장의 모든 추진력(궤도 상승, 자세 제어, 잔해 회피)을 제공하고, 미국은 일상 자세 제어용 자이로스코프와 러시아 구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을 제공합니다. 캐나다는 정교한 로봇 시스템 캐나다암 2를, 유럽은 콜럼버스 실험실을, 일본은 실험 모듈을 제공했습니다.


조립은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되었으며, 36회의 우주왕복선 임무를 포함해 40회 이상의 조립 비행이 필요했습니다. 2011년 주요 건설이 완료되었고, 현재 총 16개의 가압 모듈로 구성되며, 가압 부피 약 1,000세제곱미터, 질량 약 41만 kg에 달합니다. 축구장만 한 크기의 태양전지판(2,247㎡)이 약 100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ISS는 지구 상공 370-460km 고도에서 시속 27,600km로 비행하며 약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를 돌고, 우주비행사들은 하루에 16번의 일출과 일몰을 봅니다.


우주의 실험실

3,000개 이상의 실험이 수행되었으며 100개 이상 국가에서 2,500개 이상의 과학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인간 연구에서는 근육 위축과 골소실(우주비행사는 한 달에 폐경기 여성보다 더 많은 골량 손실), 체액 이동과 심혈관 변화, 시력 장애 등을 연구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인간은 지구에 있을 때보다 훨씬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NASA 쌍둥이 연구는 흥미로웠습니다. 스콧 켈리는 우주에서 1년을 보냈고, 그의 일란성쌍둥이 마크 켈리는 지구에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두 사람의 유전자, 장내 미생물, 심혈관계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우주에서 스콧의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 노화 지표)가 길어졌다가 지구로 돌아온 후 다시 짧아졌습니다. 우주가 노화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암 치료제 개선을 위한 단백질 결정 성장, 식물 재배 실험(상추, 무, 고추 재배), 2016년 케이트 루빈스의 최초 우주 DNA 시퀀싱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2018년 콜드 아톰 랩은 궤도상 최초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질의 5번째 상태, 거의 절대영도에서 원자들이 하나의 파동처럼 행동)을 생성했습니다.


2030년, 작별의 시간

운영 약속은 미국, 캐나다, 일본, ESA가 2030년까지, 러시아가 2028년까지입니다. 폐기 시기는 2030년 말 / 2031년 1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1998년 발사된 주요 구조가 30년 설계 수명을 넘어 노후화되었고, 증가하는 유지보수 비용과 예비 부품 확보 어려움 때문입니다.


폐기 방법은 NASA가 스페이스 X와 8억 4,300만 달러 계약한 미국 탈궤도 우주선(USDV)을 사용해 통제된 탈궤도를 수행합니다. 최종 승무원 대피 후 일련의 기동으로 궤도를 낮추고, 뉴질랜드 동쪽 약 3,000마일, 남극 북쪽 약 2,000마일 떨어진 남태평양 무인 지역(포인트 니모, 우주선 묘지)에 추락시킬 것입니다.


미래에는 악시엄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등 상업 우주정거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ISS는 역사상 가장 비싼 물체(총비용 약 1,500억 달러)이자, 25년 이상의 지속적인 국제 협력, 미래 심우주 임무를 위한 기술 테스트 플랫폼으로서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전례 없는 과학적 유산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18. 빛으로 먼 행성을 읽다 (2001년~현재)

외계행성 대기 구성을 파악하는 주요 방법은 통과분광법(transit spectroscopy)입니다. 행성이 별 앞을 통과할 때 별빛의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하는데, 이때 대기의 특정 원소나 분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합니다. 이 흡수 패턴을 분석하면 대기 구성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프리즘으로 빛을 분해하면 무지개가 나타나듯이, 별빛을 분석하면 행성 대기의 '지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트륨이 있으면 노란색 빛을 흡수하고, 물이 있으면 적외선을 흡수합니다. 각 원소와 분자는 고유한 흡수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읽으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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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HD 209458b에서 나트륨을 검출하여 외계행성 대기의 원소를 최초로 직접 검출하였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기 구성을 알아낸 것입니다! 허블은 이후 HD 189733b에서 수소, 탄소, 산소, 나트륨, 칼륨 등을 확인하였습니다.


JWST(2021년 발사)는 0.6-28 μm 파장 범위의 뛰어난 감도로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3년, WASP-39b에서 CO₂와 SO₂를 검출했습니다. CO₂는 외계행성에서 최초 검출이었고, SO₂는 광화학 반응(빛에 의한 화학반응)의 증거였습니다. 이것은 그 행성의 대기에서 활발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K2-18b에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수증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행성은 '하이시안(Hycean)' 행성 후보로, 수소가 풍부한 대기와 액체 물 바다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질량은 지구의 8.6배, 반지름은 2.6배로 '슈퍼지구'와 '미니 해왕성' 사이에 있습니다. 항성으로부터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약 0.14배로 가깝지만, 모항성이 적색왜성(태양보다 작고 차가움)이라 거주가능영역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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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메탄이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아직 생명의 확실한 증거는 아닙니다. 메탄은 생물학적 과정으로도 만들어지지만 지질학적 과정으로도 만들어지니까요.


그러다 2025년 4월 대박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과학자들이 K2-18b에서 디메틸설파이드(DMS) 분자를 검출한 것입니다. 현대 과학의 수준에서 알려진 바로는 이것은 주로 해양생물, 그중에서도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명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조개나 굴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그 비릿한 향이 바로 DMS의 특징입니다. 다만 확신할 수준은 아직 아닙니다. 초기 관측 보고에서는 3 시그마 수준의 신호를 보였지만, 이는 생명체 존재를 증명하는 확실한 기준(일반적으로 5 시그마)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향 후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고 하니 기대를 가져봅시다.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날이 온다면 외계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C/O 비율(탄소 대 산소 비율)과 금속함량으로 행성의 형성 역사를 추론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금속 농축 현상이 검출되기도 합니다. 3D 열 프로파일, 화학 비평형 상태, 구름 특성 등도 연구할 수 있습니다. 먼 행성의 대기를 분석한다는 것은 마치 서울에서 부산에 있는 촛불의 화학 성분을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이 방법으로 외계 세계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실로 대단한 업적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성취되고 있습니다.


19.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다 (2011년~현재)

2011년 12월 5일,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케플러-22b를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태양과 유사한 별의 거주가능영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통과 행성입니다. 거주가능영역이란 골디락스 영역이라고도 불리는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적당한 영역을 말합니다.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골디락스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죽을 선택한 것처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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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22b는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져 있으며, 반지름은 지구의 2.4배, 공전주기는 290일입니다. 모항성 케플러-22는 G형 별로 광도가 태양의 75%이며, 행성과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보다 15% 짧습니다. 평형 온도는 약 6°C이고, 온실효과를 가정하면 22°C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질량과 구성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해양 행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지구 크기의 2.4배이고 전체가 깊은 바다로 뒤덮인 행성을. 땅이 전혀 없고 수심 수백 킬로미터의 바다만 있다면 그곳에는 어떤 생명이 살까요?


이후 더 많은 흥미로운 행성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케플러-186f(2014년, 지구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최초 발견), 케플러-452b(2015년, '지구의 사촌'으로 불림), TRAPPIST-1 행성계(2017년, 7개 행성 중 3개가 거주가능영역에 위치), TOI 700d(2020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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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PPIST-1은 특히 흥미롭습니다. 39광년 떨어진 초저온 적색왜성 주위를 7개의 지구 크기 행성이 돌고 있는데, 그중 e, f, g가 거주가능영역에 있습니다. 7개 모두 조석 고정(tidal locking, 항상 같은 면만 별을 향함)되어 있어서 한쪽은 영원한 낮, 다른 쪽은 영원한 밤입니다. 생명이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요? 어쩌면 낮과 밤의 경계, 황혼 지대에 살지도 모릅니다.


프록시마 b(2016년 발견)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입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4.24광년)의 거주가능영역에 위치하며, 질량은 지구의 최소 1.07배입니다. 가장 가까운 별의 거주가능영역에 행성이 있다니, 이는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성간 탐사선을 보낸다면 프록시마 b는 첫 목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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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미션(2009-2018)은 15만 개 별을 모니터링하여 2,662개 행성을 확인했으며, 이는 단일 임무로는 최다 기록입니다. 통계 분석 결과 태양과 유사한 별의 20-25%가 지구에서 해왕성 크기 사이의 거주가능 행성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결과는 우리에게 이해의 수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은하에만 수백억 개의 잠재적 거주가능 행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칼 세이건이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그것은 공간 낭비라고 말한 것처럼 이제 질문은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중 실제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은 몇 개인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그들을 발견할 것인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20. 인류, 소행성을 만지다 (2003-2020년)

옆나라 일본은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서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시킨 우주강국입니다. 하야부사 1호는 2003년 5월 9일 발사되어 소행성 25143 이토카와를 목표로 했습니다. 땅콩 모양의 이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지 않고, 지구 근처를 도는 아주 작은 지구근접천체(NEA)입니다.


2005년 9월 도착 후 11월 두 차례 착륙을 시도했는데,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태양 플레어로 태양전지판 손상, 두 개의 반작용 휠 고장, 연료 누출, 통신 두절 등 수많은 문제를 극복해야 했습니다. 샘플 채취 메커니즘도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2010년 6월 13일 호주 우메라로 귀환한 캡슐에는 약 1,500개의 소행성 입자(대부분 10 마이크로미터 이하)가 담겨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제대로 작동시킨 적도 없는데 어리둥절했으나 곧 그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착륙 시 미세 중력 환경에서 튀어 오른 입자들이 수집 챔버에 우연히 들어간 것입니다! 총질량은 1밀리그램 미만이었지만,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소행성에서 직접 채취한 샘플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샘플은 LL 콘드라이트 운석과 일치했으며, 이는 소행성과 운석의 연결고리를 최초로 확정적으로 입증한 것이었습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이 소행성에서 온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것입니다.

연구원들은 로또를 샀어야 했습니다.


하야부사 2호의 완벽한 성공

성공에 고무된 일본은 스바라시를 외치며 곧바로 2014년 12월 3일, C형 소행성 162173 류구(직경 약 900m)를 목표로 하야부사 2호를 발사했습니다. 2018년 6월 도착한 하야부사 2호는 훨씬 향상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일본이 가져온 미지의 소행성 흙…우주 기원 밝혀줄 열쇠 - 매일경제.jpg


2018년 9월 MINERVA-II-1 로버 2대를 성공적으로 배치했고, 10월 MASCOT 착륙선을 투하했습니다. 이 작은 로봇들이 소행성 표면을 뛰어다니며(소행성의 중력이 너무 약해서 걷지 못하고 뛰어다닙니다!) 사진을 찍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습니다.


2019년 2월 22일 첫 번째 착륙, 4월 5일 인공 크레이터 생성, 그리고 7월 11일에는 두 번째 착륙(지하 물질 채취)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특히 충돌로 인공 크레이터를 만든 것은 획기적이었습니다. 구리 충격체를 초속 2km로 발사하여 직경 10미터 크레이터를 만들고, 우주 풍화작용을 받지 않은 신선한 지하 물질을 노출시킨 것입니다.


2020년 12월 6일 호주 우메라에 귀환한 캡슐에는 류구 소행성으로부터 택배 온 5.4그램의 샘플이 담겨 있었습니다. 목표치 0.1그램을 54배나 초과하는 양이었습니다! 수천 개의 개별 입자로 구성된 이 샘플은 태양 복사의 2%만 반사하는 극도로 어두운 물질로, 공극률이 46%에 달해 지금까지 측정된 소행성이나 운석 샘플 중 가장 높았습니다. 마치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다는 뜻입니다.


분석 결과 류구는 유기물과 물의 증거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태양계 형성 46억 년 전의 가장 원시적인 물질을 대표하며, 지구의 물과 생명에 필요한 유기 화합물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샘플에서 20종 이상의 아미노산이 발견되어 과학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아미노산이 바로 생명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야부사 프로젝트는 작지만 정교한 기술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내며 일본이 우주 탐사의 최전선에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나비가 태평양을 건너는 것만큼이나 대담한 도전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네 맞습니다.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글만 썼을 때는 다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림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달라지더군요.

불과 여덟 챕터뿐이라서 ‘덕왕아~ 글이 짧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워드파일 기준 28페이지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은 이 정도로 끊습니다.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열이 38도가 좀 넘습니다.
약 먹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썼는데 더 검토할 컨디션은 도저히 아닙니다.


사실은 어제 올렸어야 했지만
무리하다가는 하늘의 외할머니께서 반갑게 인사해 주실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까지 넘길 수는 없겠지요.

누가 시켜서 쓰는 것도 아니지만 독자 여러분과 약속을 했고 행여나 기다리시는 분도 계실 테니까요.


참 좋아하는 분야라 그런지 쓸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머지 내용들은 다음 주에 이어 쓰기를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골골대는 덕왕과 함께 오늘도 함께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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