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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이모 May 31. 2023

글쓰기 효과는 결국 돈으로 이어진다.

브런치작가가 되고 파트타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떨림.  제안을 할 때 나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 정리하는 큰 숙제를 일단 수행한 것이고 답장으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를 받았다면 브런치스토리라는 큰 조직이 나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일단 인정한 것이므로.


그렇게 기분 좋은 떨림으로 첫 글을 쓴 지 2년 하고 3개월.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내가 27년간 한 직장에서 해 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해서 배우면서 그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From Mystery to Mastery  오르간 I'은 2021년 3월 9일 내 생애 첫 파이프오르간 강좌를 듣고 배운 것과 느낀 것을 적어 완성하였다.  


글을 하나 올리니 생활하며 느낀 작은 변화나 감정, 새로운 정보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비 오는 날 혼자 점심을 먹으며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둘째 아이의 진로를 생각하다가 쓴 '삼한의 까사빠보'는 몇 달 후에 등단수필로 이어졌고 4월에 쓴 벚꽃단상은 제목이 좀 진부하지만 110년 전 Stereo card 사진을 촬영한 George Rose의 일본 벚꽃놀이 기록 (The Cherry is first among flowers, aas the warrior is the first among men)과 함께 모녀가 벚꽃 개화 시기를 두고 내기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평을 해주었다.  사진작가 구본창 선생님의 사진 시리즈를 보고 쓴 시 '비누'와 '협재의 희야에게'는 한때 각 수백 회 이상의 공유 표시가 뜨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캠퍼스가 열린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보낸 2021년 가을을 맛집 위주로 기록한 글들, 특히 지니이모의 보스턴 3대 맛집 시리즈는 많은 조회수를 보이며 한때 브런치는 지니이모를 보스턴 전문작가라고 표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보스턴 맛집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을 보니 그때 조금씩 기록해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브런치를 통해 협업을 한 경우도 있다. 윤동주 님의 시에 곡을 붙인 두 번째 창작동요 '봄'의 동영상을 만들 때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 지인께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실망하고 있다가 브런치를 검색하면서 맘에 드는 그림채를 찾았고 브런치 제안하기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러스트레이터 '원 Won작가'님의 그림을 윤동주의 '봄'에 나오는 4컷, '봄볕에 잠든 아가', '부뚜막의 고양이',' 바람 이는 나무가지', '아저씨 해님'을 받아 비디오 작업했는데 그림이 너무나 맘에 들고 노래와도 딱 맞았다. 윤동주 시 이효진 작곡 창작동요 봄 'Spring by Yoon Dong-ju (1936) melody by Lee Hyo-Jin (Jinny)' 2022, Seoul. - YouTube


지금까지 가장 많은 조회수를 낸 것은 '파이프 오르간 실물 영접기'. 다른 오르간 관련 글과 함께 새 학기가 되면 파이프 오르간, 파이프 오르간 신발 등의 검색어로 많이 들어오고  오르간을 배우거나 배우려는 분들이 많이 읽어 주는 글이다.  나도 계속할 것 같았던 파이프 오르간을 쉬고 있는 지금 2년 전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한 학기 졸업 연주회를 열어주신 덕분에 바흐 토카타와 푸가의 연주 장면이 남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 - YouTube   감리교 신학대학에서도 이 글이 감리교 신학대학 평생교육원과 오르간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니 내리지 말고 계속 오픈해 달라고 요청해 주셨고 심지어 빵 쿠폰도 선물해 주셨다.  글을 써서 처음 받은 경제적 보상에 얼마나 신이 났든지!


그 이후 색동회 동화 구연대회와 동극활동 색동회동화구연연구회- 개미와 베짱이 - YouTube,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동요 대회, 보스턴 맛집 시리즈와 복숭아 갈비, 너도 지니 나도지니 등 소소한 일상의 감흥들을 기록하여 올리다가 2022년 새해에는 이러한 활동들도 좋지만 '경제활동'을 다시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는데 그 마음은 2월 3월에 파트타임 일로, 2022년 5월에는 6개월 단기직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회사에서 일할 기회로 이어졌다.  6개월이 지난 11월에 연장이 되어 1년간의 단기직이 마무리될 즈음 나는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냐고 물었고 혹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니 5 - 10% 임금 인상이 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파트타임에 재택근무이지만 소속이 있다는 것이 너무 소중했던 나는 이러한 요구가 어떻게 비추어 질지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답은 계속 계약을 연장하는 것보다 파트타임 정규직이 어떻겠냐는 기대 이상의 반응!


돌아보면 은퇴 후 3년이 지나는 시점, 퇴직자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 기간도 끝나가고 나는 정말 무소속이구나 사회에서 이대로 도태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모든 것이 힘들 때 시작한 글쓰기는 나에게 과거를 정리하고 현실의 나를 직시하며 미래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특히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면서 내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 준다면, 그래서 감동이던 도움이던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차근차근 문장을 완성해 가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2022년 우연히 나도 올해도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 만든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간 '브런치 작가'와 링크가 분명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일을 시작한 탓에 글쓰기에 조금 소홀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이제 파트타임 계약직에서 파트타임 정규직도 되었으니 안정된 마음으로 다시 책상 정리를 깨끗이 하고 내가 쓰고 싶고 나만이 쓸 수 있는 글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재미있게 또 유익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나씩 씻고 다듬고 요리하여 접시에 맛깔스럽게 플레이팅 해 놓아야겠다. 이렇게 쓴 글이 직접 소득으로 연결되지는 (아직은) 않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정리된 생각과 경험, 소망과 노력들은 결국 돈을 벌어다 준다.  


액수를 떠나서 경제 활동을,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내겐 글쓰기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고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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