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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jin Shin ㅣ 신유진 Apr 14. 2024

아이

어른


미국에서 대학원를 졸업 하고, 정말 취업이 안되던 때였다. 낯선 이 미국땅에서 하루 24시간을 꼬박 채워가며 하루하루를 견뎌 내는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바쁘지 않은 몸, 그리고 많아지는 생각들. 머리가 너무 무겁고 복잡해서 아무때라도 밖을 나가서 걸어야 했다. 그날은 아마 밤 열한시 쯤이엇을 것이다.


음악을 크게 들으며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뭘 해야 하는지 복잡한 머리를 들고 걸어가고 잇는데,

한 아이가 보였다. 똘망똘망 한 눈, 7살쯤 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키.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밤에 뭐가 그렇게 바쁜걸까.


주변을 보니 가족같아 보이는 나이 드신 아주머니와 누나들이 보였다. 그들은 아주 바쁘게 재활용품들을 쓰레기통에서 걸러내 수집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브루클린에는 쓰레기통이 아주 많고 그 안에 쓰레기도 아주 많다. 그래서 각각 다른 쓰레기통을 맡아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전문적이라 놀라웠다.

집게, 어깨에 멘 수집 가방, 그걸 다 모으는 리어카. 노련한 군인들처럼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아주 작은 아이 조차 뭔가 다짐한 듯이 입을 꼭 다물고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지나 다시 밤 길을 걸어갔다. 저들 그리고 나.


과연 나는 저들만큼 치열한가

저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저 아이가 자라는 이 사회에서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는가

내 하루란 온전한 것인가

뭔지 모르겟지만 나는 부끄러웠고 서둘러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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