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출간된 '이웃집 부자들'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서 정리한 글입니다.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는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자산관리 전문가입니다. 저를 비롯해 일반 고객들은 PB를 만날 일이 많지 않죠. 보통은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PB의 밀착관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조국-정경심 부부의 자산관리를 맡았던 한 증권사 PB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PB의 세계'가 조금은 대중들에게 공개된 적도 있습니다.
PB는 쉽게 말해서 최고의 부자 전문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를 가장 많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속내를 친구나 친척보다 자세히 알고 있고, 돈과 관련한 고민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사람들입니다. 그야말로 부자 전문가입니다.
저는 <이웃집 부자들>을 쓰면서 3명의 PB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여러 은행에 부탁해 PB 중에서도 가장 실력있는 사람들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묻고 싶은 건 간단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느냐죠.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PB들에게 던졌습니다.
PB들은 시간을 허투루 쓰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듣기 좋은 말을 귀에 속삭이는 사람들도 아니죠. 이들은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합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없는 저 같은 평범한 월급쟁이도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정말 열심히 잘 살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는다면 은퇴할 때 부동산을 포함해 20억~30억원 정도의 자산을 모으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0억원을 넘는 이 마당에 은퇴할 때 자산이 20억원이라고 해서 부자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저는 '40대에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20억원 이상인 사람'을 부자로 정의했을 때,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역시나 다들 고개를 저었지만 아주 가능성이 제로인 건 아니라는 대답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PB팀장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절약을 하면서 자기계발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꾸준한 자기 투자와 자기계발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임원에 오르는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는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도 40대에 '부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에 관심이 없는 점을 들었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는 자기 분야에 집중해서 젊은 나이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김 팀장은 "본인의 직업이나 노력을 통해서 버는 돈이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힘쓰고, 낭비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잃지 않는 투자는 하면서 차근차근 자산을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PB들도 비슷한 조언을 했습니다. 신한은행 신한PWM 태평로센터의 조영오 PB팀장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없이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부자들은 돈을 벌려고 일한 게 아니라 일을 하다보니 돈을 번 게 된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빨리 깨닫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거죠.
매년 '부자보고서'를 만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안성학 연구위원도 같은 말을 합니다. 그는 "재테크에만 목을 매는 건 안 된다"며 "자기 분야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되 동시에 자기계발과 경제에 대한 관심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끊임없는 공부도 안 연구위원이 강조한 부분입니다. 부자들은 PB를 통해서 돈이 되는 고급 정보를 계속 얻을 수 있지만, 평범한 직장인은 그럴 수가 없으니 유일한 방법은 재테크나 경제 이슈에 대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발품을 팔아서 공부를 하고, 잃지 않는 투자로 조금씩 자본을 모으면서 언젠가 올 파도를 기다리라는 설명입니다.
솔직히 3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저 같은 평범한 월급쟁이가 40대에 20억원의 금융자산을 모으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고, 또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20억원은 아니어도 회사에서 인정받아 빠르게 승진하거나 수억원의 여윳돈을 모으는 건 가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