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각으로 8월 31일 글로벌 화상회의 업체인 줌(Zoom)이 2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실적은 아주 좋았습니다. 2분기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1575억원)를 기록했죠. 전년 대비 54%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줌의 주가는 이날 17%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이날 줌의 종가는 289.50달러였습니다. 작년 10월에만 해도 600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던 주가가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난 거죠. 언택트 시대 최고의 수혜주로 꼽히던 줌이었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줌은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도 함께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 전망치가 문제였습니다. 줌은 다음 분기 매출 성장률이 31%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31%의 성장률도 여전히 놀라운 수치지만 줌 같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성장' 그 자체보다도 '둔화'라는 꼬리표가 더 치명적입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강력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는 풍경이지만, 이미 미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거죠. 줌 같은 언택트 수혜주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변화일 겁니다.
미국의 유명 기업들도 하나둘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흐름입니다. 델타변이 확산으로 올해 말까지는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곳들이 많지만 오래지 않아 재택근무의 시대가 끝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미국처럼 포스트 코로나 혹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언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미국 주식시장에서 언택트주의 주가 흐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언택트주가 하락한다면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죠.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들은 언택트주에서 지금 당장 돈을 빼기보다는 택트주에 관심을 가지는 걸 추천합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여행사, 의류 등 대면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기업이나 업종 중에서 견실한 실적을 내는 '택트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거죠. 한국은 미국에 비해서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만큼 언택트 사회가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만큼 지금 당장 언택트주에서 손을 떼기보다는 실적이 좋은 택트주를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으라는 의미입니다.
솔직히 요즘 주식시장은 영 재미가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횡보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수록 시야를 좁히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경제 전체보다는 특정 업종 하나에, 업종 전체보다는 특정 기업 하나에 집중하는 전략이 차라리 나을 수 있죠. 택트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