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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an Dec 08. 2022

명품은 사는 과정도 명품다워야 한다

백화점 오픈 1분 전, 길게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자거나, 어떤 이는 새벽부터 나와 긴 기다림에 합류했다. 사는 곳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이루고자 모였다.  바로 '오픈런'이다. 



매년 3-4차례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명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커지고 있다. 


오랜만에 찾은 한국. 이리 저리 사람들 옷차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입국 후 공항을 벗어나 중심가로 들어서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대번 알아차릴 수 있다. 시차 적응도 끝났겠다, 모임에 나가려고 주섬주섬 챙기는데 아.... 입을 옷이 없다. 


핀란드에서는 최대한 편하고 단촐하게 입는 게 일이었는데, 내가 옷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 옷이 없다. 난 핀란드에서 멀 입고 다녔던 걸까?? 그렇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었다. 한국 스타일로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다. 고심 끝에 최대한 좋아보이는 옷으로 골라 입고 나간다. 


백화점으로 가는 길.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사고라고 난 것일까?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좌회전 신호를 40분 넘게 기다리는 중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친구에게 늦을 거 같다며 연락한다. 


"어, 나 지금 신호만 40분째 받는 중인데, 무슨 일 있어? 사고라도 난거야?? "

"아니, 원래 주말에는 이래. 매번 전쟁이야."

"엥? 이렇게 막힌다고??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바로 코 앞에 두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누가 보면 누가 금덩이라도 숨겨놓은 줄 알겠다. 아무튼 미안해. 최대한 빨리 갈게."

"괜찮아! 운전 조심해서 천천히 와." 


부랴부랴 빛의 속도로 주차를 마치고 1층으로 올라가는데 진풍경이 벌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서있다.


'머지? 경품 행사라도 하나?? 아 이것 때문에 사람이 많았구나? 어쩐지 이렇게 막힐리가 없지.'


내 상식으로는 경품 행사 말고는 이 줄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매번 봐도 내 기억 속 내 친구 모습 그대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해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살의 풋풋함은 한결같다. 더 나이가 들어도 친구는 나에게 20살로 남아있을 것 같다. 가끔 통화하면서 서로 어찌 지내는지 알면서도 10년만에 만난 것 마냥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아까 봤단 명품 매장 앞에 늘어선 줄에 대해 물었다. 


"아 맞다. 아까 올라오는데 명품 매장에 무슨 줄이 그렇게 길어? "

"아! 몰랐어? 요즘 원래 그래. 매장 들어가려면 예약하거나, 줄 서서 들어가야 돼."

"왜? "

"몰라. 사람이 몰려서 그런가봐. 어떤 매장은 가격 인상 때문에 전날 밤에 텐트 치고 자는 사람들도 있어. "

"응?? 아니 그게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 일이야? 내가 내 돈 주고 사겠다는데 한 두푼도 아니고, 이건 아닌거 같아... " 

"그러게 말이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과 내가 있는 이 곳이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린 것 같은 영화 속 도시처럼 느껴졌다. 에르메스 버킨백, 샤넬 클래식백....10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에 소수의 사람들만 구입하던 명품백이 이제는 인생의 목표가 된 것처럼 너도 나도 사들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싶겠냐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명품은 사는 행위 또한 우아해야 한다.
구매하는 과정 역시 명품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천만원이 넘는 물건을 구입하는데 사람들은 줄지어 창고 대방출 매장에서나 볼 법한 진풍경을 펼치고 있다. 명품 회사는 보란듯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다. 또 언제 오를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사야할 거 같다. 절반 가격이었을 때는 관심도 없던 가방이 너도 나도 사들이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들인 가방이지만 아까워서 들고 다니기도 겁난다. 들고 다녀할 가방을 내가 모시는 중이다. 


친구가 예물로 샤넬백을 받았다. 예비 신랑에게 엄포를 놨다. 샤넬백 아니면 안 된다고. 결국 예비 신랑은 밤새도록 긴 줄을 서서 가방을 사오는 길이다. 손안에는 천만원이 들려있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은 초라하다. 차라리 이 돈을 집값에 보탰으면 싶지만, 결혼 전에 괜한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 최대한 맞춰주고 싶다. 


명품백, 그 가치에 맞게 구입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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