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잠깐 쉬어 가기 좋은 나이.
스물아홉, 잠깐 쉬어가기 좋은 나이.
4년을 다닌 애증의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자마자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로 했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독일을 경유해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5월에 퇴사를 했으니 어마어마하게 남은 시간.
나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떠날 그 날만을 기다리며 회사를 다니면서는 할 수 없던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기.
자고 싶을 때 잠들기.
조조 영화 보러 가기.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하루 종일 글씨 쓰기.
콘서트 보러 가기.
전시회 보러 가기.
읽고 싶었던 책 읽기.
배우고 싶었던 웹디자인 배우기.
훌쩍 급 여행 떠나기.
백수 친구들이랑 동네 순찰 돌기.
(물론 중간에 일도 잠깐 하긴 했다)
마지막 한 달은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했다.
나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 있고 과감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왕쫄보에 겁쟁이다.
그래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예약하고 시간별 이동 루트까지 꼼꼼하게 짰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은 틀어졌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여행은 틈을 발견하러 가는 거라고.
난 정말 빈 틈이 넘치는 여자였다. 훗
프랑스, 벨기에, 체코, 스위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한 달간의 6개국 13 도시 여행기.
순간순간이 소중했던 나의 스물아홉의 끝자락 이야기.
천천히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