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를 거두다
6월 말 길고 길었던 몰타 학교생활이 마무리되었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학교생활이라 아이들도 나도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훨씬 컸다. 우리는 몰타 1년 살기를 8월쯤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따라서 몰타에서 우리에게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무작정 놀 수만은 없었다. 그러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몰타에서는 학교나 기관에서 방학 때마다 서머캠프를 운영한다고 했다. 그중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보가 있었다. 바로 몰타 현지인들도 줄 서서 등록한다는 몰타대학교 서머캠프였다.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이 정도라면 우리 아이들도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단 경쟁이 치열해서 등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걱정이 됐다. 몰타대 교직원 자녀 대상으로 1차 모집을 하고 2차로 일반인의 등록을 받는다고 했다.
서머캠프 접수가 시작된 4월 어느 날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2차 모집 시간이 땡 울리자마자 급속도로 등록을 했다. 이게 뭐라고 손까지 덜덜 떨렸다. 결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이렇게 허무하게 접수가 끝나버렸다고?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얼마 후 서머캠프 등록이 완료됐다는 이메일을 받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은 짜릿함으로 바뀌었다.
몰타대학교는 슬리에마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처음 캠프를 모집할 때는 스쿨버스가 없었는데 얼마 후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요청하는 학부모가 많아 수요 조사를 한다고 했다. 스쿨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우리는 이미 렌터카를 예약해 두었기에 스쿨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좁은 몰타 도로에서 운전하는 일이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큰마음먹고 한번 운전해 보니 왜 진작 차를 빌리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차가 있고 없고 삶의 질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몰타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이들과 어딘가를 이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차가 있으니 가고 싶은 먼 거리의 바다도 마음껏 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버스가 제때 오지 않는 몰타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11개월을 차 없이 버스, 택시만 타고 이동했는데 겨우 3주 이용한 렌터카의 편리함에 지난 과거가 너무 후회됐다. 특히 배드민턴 배우러 갈 때마다 버스로 환승시간 포함 왕복 4시간이 걸렸던 과거를 떠올리니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물론 대중교통 보다 비싼 비용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렌터카가 주는 여러 장점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혹시 몰타에 아이들과 온다면 렌터카 강추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몰타대학교 서머캠프 프로그램을 둘러보면 요리, 코딩, 워터 게임, 브레인박스, 아트 수업, 배드민턴, 태권도, 댄스, 운동, 수영이 있었고 주 1~2회는 외부 활동이 있다. 외부 활동은 몰타 내 관광명소는 물론이고 관공서 견학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코미노 섬 투어, 발레타, 고조 섬 방문까지 포함되어 있어 몰타를 알아가기에도 너무나 완벽한 프로그램이었다. 누군가 몰타에 조기유학이 아니라 여름 방학 동안 잠깐 온다고 하면 고민하지 않고 몰타대 서머캠프를 추천한다. 비용도 8주 동안 375유로였다. 여기에 외부 견학비는 별도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해도 너무 가성비가 좋은 캠프 아닌가?
몰타대학교는 시설면에서도 아주 뛰어났다. 교실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고 프로그램마다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아이들 동선도 아주 짧았다. 거기다 안전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서머캠프 선생님들이 몰타대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늘 아침마다 에너지가 넘쳤다. 사실 선생님이 좋은 분인지 아닌지는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 좋은 선생님은 엄마가 묻지 않아도 아이가 선생님 자랑을 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몰타 학교를 다녔음에도 아이들은 단 한 번도 학교가 재미있다, 즐겁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서머캠프를 다니는 동안은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리는 일정상 8월 중순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아이들은 9월에 끝나는 서머캠프를 다 마무리하고 가면 안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내가 아이들을 좀 더 좋은 학교에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래도 몰타대학교 서머캠프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비록 절반 밖에 못 다닌 서머캠프였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느꼈다니 엄마로서는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