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저자 : 롤라 오케스트룀 / 옮긴이 : 북유럽 연구소
이 책을 추천받은지는 꽤 됐는데, 기회가 되면 꼭 읽어야지라고 생각해놓고 미룬지 1년은 된 것 같다. 책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뭔가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손이 가지 않았다. 도서관에 빌리러가거나 서점을 챙겨갈 만큼의 책에 대한 열정은 없던 나라서, 책을 좀더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는 구실이 필요했다. 이번 달에 아이패드를 사고 나서부터 E-Book 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마침 리디셀렉트에 이 책이 있어서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형광펜과 메모, 책갈피 기능 덕에 책 읽을 맛이 난다. 또 다양한 책을 담아 놓고 둘러보며 읽는 것도 재미다. 이제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어서 짧은 순간에 얻는 지식들이 늘어가니 매순간이 알찬 요즘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삶에 대한 진정한 행복과 가치관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수 있기에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원부터 살펴보자면 라곰(Ragom) ‘라게트 옴 laget om’ , 즉 ‘팀을 둘러싼’의 줄임말이라는 것이 통설인데, 라곰은 넘칠 필요도, 과장할 필요도, 과시할 필요도, 불필요한 번지르르함도 없는 정도를 의미하는, 사회의식, 중용, 지속 가능성을 품고 있는 스웨덴식 행복의 비결이다.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설명할 정도인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정’처럼.
라곰은 어떤 맥락에서든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적의 만족에 가까운 상태로 볼 수 있다. 누구는 ‘중립의’, ‘평균의’로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것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가장 적절한 지점을 뜻한다고 볼 수 있고, 더 중요하게는 자신에게 딱 맞는 그 지점을 찾도록 도와준다고 보는 것이 좋다.
스웨덴은 사회발전조사기구( Social Progress Imperative)의 조사에서, 매번 삶의 질 부문에서 10위권 안에 든다고 한다. 공정한 세금 제도를 통한 부의 재분배로 사회 복지국가를 일궈냈고, 평등을 제도로 명문화하고 시민 교육을 통해 공정과 평등의 정신을 심어온 국가다. 이런 부분이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도 심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부문은, 고급 레스토랑을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고급 레스토랑, 유명한 식당이 가격대를 낮춘 체인점을 내면서, 보통 사람의 지갑으로 감당할 만한 가격대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과 비슷한 수준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심지어 같은 주방장이 운영한다고 한다. 높은 수준의 음식이지만 양을 줄여 가격을 낮추고 누구든지 접할 수 있도록하는 노력인 것이다.
이러한 개방성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발전한 음식 문화는 과소비와 축적에 대한 욕구를 줄인다. 일반적인 스웨덴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웨덴의 음식 문화에 있어 라곰은 ‘언제든 필요한 만큼,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가 누구에게나 가능한 세상을 목표로 한다. 이 때 라곰은 사회 의식과 공정함에 대해서도 작용하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 누구도 소외되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기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 가진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분노를 낳고 그로인한 삶에 대한 불만족이 커진다는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깊었다.
한국에서도 물론 비싼 음식 종류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체인점 등의 선택지가 있지만, 스웨덴에서의 방식과 같은 의식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에게 공평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질에 있어서 차이를 두지 않는 그런 사회 의식을, 스웨덴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음식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에서, 누구든 억울하지 않게 양질의 음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복지제도에서 누리는 안정감을 통해,
스웨덴 사람들은 여유를 찾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웰빙과 자아성취도 이룰 수 있다.
- 카린 베만 박사, 함스타드 대학교 임상 심리학 교수
스웨덴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시민의 삶을 둘러싼 외부 스트레스 요소를 줄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 요소를 줄이면 삶의 전반적인 웰빙이 실현되고 웰빙 지수가 올라가면 삶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성장할 수 있고 그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며, 건강보험과 의료제도 등 건강에 대한 투자를 사회 전체에 대한 투자와 같다는 것이 스웨덴 정부의 입장이다. 스웨덴의 병원비는 어떤 질병이든, 누구라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웰빙 추구를 기본권으로 본다. 물론 5주 동안 휴가를 갈 수도 있고, 유급 육아 휴직 기간도 한 아이당 480일이다. 스웨덴 정부는 해결책에 대해 내놓고, 나머지는 스웨덴 사람들이 각자의 웰빙을 추구한 덕이다. 이처럼 병원비에 대한 걱정, 휴가에 대한 염려 같은 외부 스트레스 요소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자유를 느끼고 개인의 웰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여기서 인용한 것이 바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이다. 대학 수업시간에 한번쯤은 다들 스쳐지나간 이론일 것이다. 그때는 시험에 나오니 개념이 와닿기 보다는 하나의 단어들로 머리 속에 구겨넣기 바빴는데, 이제서야 이해가되고 와닿게 되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계속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적으로의 성장이 힘든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대로 자존(존중)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중간 단계인 것 같다.
존중의 욕구는 남이 나를 알아봐주고 존중해주기를 원하는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존중에 대한 욕구가 활성화되는 것이며, 이것이 충족 됐을 때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긴다고 한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모든 하위단계가 충족되고 난 뒤 고유한 자아를 살아내고자 하는 욕구, 재능을 나누고 개성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라고 한다. 요즘 내가 느끼는 바에 의하면 현재의 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득한 상태인 것 같다.
라곰은 또한 운동에 있어서 아예 습관을 들여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실행할 것을 주문한다. 마음을 쉬게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며 영혼을 살찌우기 위한 시간도 온전히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라곰의 원칙을 적용하여, 너무 과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드문드문하지 않게 해야 한다. 나도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너무 힘들게 하지 않지만 매일의 습관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몸의 변화를 체감하는 하루들이 정말 좋다.
웰빙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는 언제 만족을 느끼는가? 언제 스스로 가장 평안한가? 이 질문은 우리의 가치관을 흔드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할 때 스스로 잘 했다고 느끼는지 자신의 가치관을 탐험하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기적이리만치 개인적 공간에 집착한다고 한다.누군가 이 경계를 넘어오거나 편안하게 느끼는 사적인 공간을 침범하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언어 자체가 매우 직설적이라, 일에 있어서 만큼은 말을 빙빙 돌리지도 않고 우왕좌왕하거나 죄책감에 젖어 축 처져 있는 일도 없다. 스웨덴 사람의 ‘No’ 에는 어떤 개인적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라 부탁할 때 기대를 갖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스스로를 돌보기
디지털 디톡스.
삶의 작은 성공을 축하할 것.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때때로 멈추고 숨을 쉬어야 한다.
자연스런 주제에 대해 열린 대화를 나누는 사회에서는 어떤 문화도 음지로 숨을 틈이 없다.
라곰은 극단을 경계하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한다. 예산 한도 안에서 각자의 아름다움과 패션 감각을 살려줄, 기왕이면 다용도로 쓸 수 있고, 오래가는 제품을 사라고 한다. 단순하지만 품질이 좋은 옷 한 벌이 값싼 옷 여러 벌보다 낫다. 지갑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품질에 투자하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다.
미니멀리즘의 가치는 우리를 짓누르는 불필요한 일과 책임에서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한다. 미니멀리즘은 결핍이 아니다. 당신 자신에게서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는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 꼭 필요한 것,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것만 소유하도록 한다. 나머지는 흘려 보내라.
#단계와 선택지 줄이기
지난 1년 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중고로 팔거나 기부할 것.
각기 다른 다섯 가지 활용법이 떠오른다면 사도 된다.
온갖 잡동사니를 들여놓는 대신, 추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한 기념품과 실용적인 제품을 장식해 집안을 조화롭게 꾸미자.
물건을 비울 때 기준 : 실용적이거나 추억이 담겨있거나.
라곰에 따르면, 말보다 행동이 훨씬 중요하다. 무언가를 아는 것은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비록 게임에서 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적인 정보나 성취에 대해 쉽게 떠벌리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의 카드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말고, 천천히 놀래켜 주는 것은 어떨까. 존경과 존중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천천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사실은 유혹의 기술이기도 하다. 피하지 않고 눈을 맞추는 사람에게서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눈맞춤의 순간이 종종 있다고 한다. (눈맞춤이 상대에 대한 존중에 더해 일종의 평가인 경우도 있다.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닌..)
라곰은, 평등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하기 때문에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서로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이에 본질적으로 서비스 마인드를 추구하지 않는다. 독립적이고 남에게 신세지지 않는 자급자족의 섬에서 살아남기를 권한다.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보고 그래도 안될 경우에만 남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스웨덴 속담에는 ‘가장 큰 도움은 스스로에게서 온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또한, 약속은 꼭 지키자.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애초에 하지말고 말로 떠벌리지도 말자. 정말로. 주위에 보면 말로만 뻔지르르하고 행동으로 절대 옮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걸러도 문제 없다. 나도 그래서 더더욱 주의하고자 한다. 밥먹자는 사소한 예의상 멘트도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진짜 밥먹을 것이 아니면, 다른 멘트로도 서로에게 안부인사와 존중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지.
돈을 갚을 때는 같은 동전으로 갚아라.
- 스웨덴 속담
스웨덴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는데, 특히 금전적으로는 더 엄격하다. 결혼에 있어서도, 마치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영원히 의지하는 선언과도 같다며 반대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항상 의지하고 정서적으로 매여있게 된다면, 어떻게 나만의 라곰을 찾을수 있을까? 개인의 재량을 키워 남에게 빚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후반부록 갈수록 약간 같은 말을 반복하는 느낌이 있어 빠르게 읽었다. 책의 내용에 구구절절 공감되는 것이 많았고, 평소 나의 가치관과 앞으로의 방향성, 그리고 미래에 내가 꿈꾸는 삶 모든 것이 온전히 ‘라곰’안에 담겨있었다. 물론 라곰에 대해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젊은 세대 내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곤 하지만, ‘라곰’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해 논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가 어떤 삶의 가치관과 행복의 적절한 기준과 의식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스스로 건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가치관을 다듬었고 미래 방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웨덴은 아직 가본적이 없었고 어떤 나라인지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로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내가 거칠 수도 있는 나라 중 한 곳의 후보지가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해서 내게 맞는 최적의 행복을 더 풍부하게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