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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Dec 31. 2022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12)

CHAPTER 2 - 07. 시공의 첫 발자국, 철거

철거는 간단했다. 건장한 장정 네 분이 오셔서 여섯 시간 정도 작업하니 내부의 웬만한 마감재는 다 헐리고 콘크리트 뼈대를 드러냈다.


아파트마다 다르지만 보통 관리사무소는 인테리어 공사 시간을 매일 9시~17시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철거 등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공정은 10시~15시 사이, 주민들 대부분이 집을 비웠을 때 작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곳이 많아 시간을 유의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자재가 반입되고 폐기물이 반출되는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을 꼼꼼히 보양 작업해서 이웃에게 불편이 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철거 공정 가운데서도 화장실 타일을 철거할 때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난다. 타일 철거를 가장 한산한 시간대인 점심 시간대로 배치하면 이웃을 배려할 수 있다.


철거 공정을 필두로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된다.


철거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작업 시작 전 반장에게 철거 범위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거해야 할 부분을 미리 래커나 마카로 ‘X’ 표시해두는 것이 좋고, 절대 철거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재차 강조해둬야 한다. 특히 내력벽이나 콘크리트보와 같은 핵심 구조물의 경우는 절대 철거하거나 구멍을 뚫어선 안 된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 건물에서는 특히 특정 세대가 인테리어를 하면서 ‘우리 집이니까 괜찮겠지’ 하며 내력벽이나 구조물을 훼손한다면 그만큼 전체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일반적인 철거 업체가 해결해주지 않는 철거 부위도 있다. 장판 정도는 떼어가지만 접착제로 붙은 데코타일이나 마루, 도배지 등은 전문 철거 기술자를 불러 2차 철거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공정은 전문 공구가 필요하고 추가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1차 철거 업체가 전부 해결해주지 않는다.


도기 등 수도관 주변을 철거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양수기를 반드시 잠그고 진행해야 하며 철거한 수도관에는 알맞은 사이즈의 ‘메꾸라’ 등으로 임시로 막아둬야 물이 새는 등 불의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메꾸라’ 등은 철거업체가 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철물점 등에서 사이즈별로 미리 구비해두면 편리하다.


수도 배관 등을 철거한 자리를 임시로 메워주는 pvc 소재 메꾸라


우리 현장 철거 공정에는 역사(力士)의 민족으로 알려진 몽골인 근로자가 두 분, 반장을 포함한 한국인 근로자가 두 분, 총 네 분이 오셨다. 키가 1.9m가 넘는 몽골 기술자는 언뜻 보기에도 굉장한 힘으로 철거 작업을 마무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일당은 15만원 전후라고 한다. 국내 웬만한 기술자 일당의 절반 정도다.

  

시공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철거처럼 힘이 필요하고 고된 노동일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곳곳에서 도맡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졌을 때는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시공 분야에서는 정말 많았다. 주로 한국인도 기피하는 고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으면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안암동 프로젝트에 고용한 철거업체의 경우 하루 노임으로 총 1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청구했는데, 국내 인력이 왔다면 받을 수 없는 청구서였을 것이다. 폐기물 처리와 반출, 간단한 청소 서비스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대규모 신축 현장부터 조그만 인테리어 현장까지 건설 시공 분야에 곳곳에 포진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그들이 없다면 웬만한 프로젝트는 돌아가지 않을 만큼 점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제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이 직영 시공을 할 때 만약 일당을 기준으로 기술자를 고용한다면 식대나 교통비, 부자재 등 보조 비용을 일일 고용주가 별도로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한번에 150만원을 청구한 철거업체의 경우처럼 청구서를 받는 형식이라면 대부분 관련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화장실 철거는 품이 많이 들고 매우 까다롭다. 철거 과정에서 방수층이 심각하게 깨지고 배관 손상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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