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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Jan 05. 2023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19)


[BOX4]


논현동과 을지로 방산시장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자주 들르게 되는 곳 중 하나가 논현동과 을지로 방산시장이다. 수입 자재나 고급 소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논현동, ‘가성비’에 주안점을 둔 쇼핑이 필요할 땐 을지로 방산시장에 주로 들르게 된다. 우리도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을지로 방산시장에 십 수번 방문했다. 늘 스쳐 지나만 다녔지 뭘 파는지 몰랐던 동네였지만, 막상 목적을 갖고 방문해보니 골목 골목 없는 게 없었다. 마루, 몰딩, 도어, 합판, 조명, 도기, 환풍기, 철물 부자재… 그야말로 인테리어 부자재의 메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을지로 방산시장에는 아주 오래된 업체와 신생 업체들이 섞여 있다. 할아버지뻘의 상인들부터 대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아 장사하고 있는 젊은이까지 상인들의 연령층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의 장사 스타일도 세대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재밌다.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젊은 상인들이 있는 상점들을 주로 찾게 됐다. 고정 고객이 아닌 우리처럼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일회성 초짜들은 상인들이 보기에 첫눈에도 표시가 나는 모양이다. 같은 물건을 찾아도 40~50대 이상의 상인들은 우리가 가격을 물어보면 터무니없이 웃돈을 붙인 가격을 부르는데, 젊은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은 정찰제가 확립돼 있고 정가를 얘기해주는 경험을 많이 했다.(물론 철저히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한 개인의 생각이다)


한 번은 도어실에 사용할 인조대리석을 맞추기 위해 도기 상점들을 몇 군데 방문했는데(맞춤용 인조대리석을 판매하는 곳은 방산시장에서도 많지 않다) 같은 제품으로 견적을 받는데도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초짜에게 마진을 많이 남겨먹으려고 하는 가게들은 '가로 1200(mm), 세로 110(mm) 인조대리석을 맞추려는데 견적 좀 주세요.' 하고 물으면 '6만원', '7만원' 하는 식으로 만원 단위로 끊어지는 두루뭉술한 가격을 부른다. 반면 같은 질문을 젊은 상인들이 하는 도기사에 문의하자, 곧바로 샘플북을 펼쳐 정확한 모델을 고르라고 하더니 거래하는 공장에 카톡으로 사이즈를 보내 ‘3만2700원’이라는 정확한 견적서를 받아 프린트해서 주는 식이다.


조명이나 타일 같은 부자재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제품들은 주로 브랜드가 없는 중국산 제품들이 많아 상인에 따라 마진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문제는 마진을 붙인다는 점이 아니라, 손님에 따라 붙이는 마진의 폭이 요동친다는 점이다. 이런 가게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러 일회성으로 방산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소위 ‘호구’로 대하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셀프인테리어 카페나 온라인마켓 등이 잘 발달돼 가격이 비교적 투명해졌음에도 종래의 구시대적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는 상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정직하게 장사하는 상점을 잘 찾는다면 온라인 가격보다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주로 셀프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가게들이 그런 곳들이다. 몇 군데를 첨부한다. 


#대일도기사 #미래상사 #우정철물 #대흥철물 #삼원전기 #영창비앤코(계림요업 취급) #윤현상재(수입타일)






[BOX5]


‘VAT 별도


을지로 방산시장과 논현동의 자재상, 그 외 시공 서비스 및 각종 용역 견적을 받으면서 재밌었던 것은 ‘VAT 별도’ 시스템이다. 예컨대 을지로 한 가게에 들어가 문고리를 산다고 하자. 얼마예요? 물어봤을 때 ‘8000원’이라고 답변한다면 이는 현금가를 말하는 것이다. 카드를 꺼내는 순간 ‘VAT 별도예요’라며 8800원을 결제하는 상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즉 이들과 거래에서 오가는 모든 가격은 세금을 제외한 가격이라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몇몇 식당 등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용역과 서비스가 대부분 세금 포함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되는 것을 생각하면 재밌었던 대목이다.


이들은 ‘VAT 별도’라는 식으로 암묵적으로 현금 거래 관행을 이어오고 있으며, 셀프인테리어 등을 위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은연 중 현금 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 언뜻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관행이기에 소비자 한두 명이 시장 풍습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투명한 거래를 선호하면 카드로,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현금을 들고 다니시라. 개인적으로는 VAT를 포함한 가격으로 카드 거래를 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끊는 것이 건전한 시장 문화 확립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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