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대학에도 새 학기가 돌아왔고 정년이 된 교수님은 퇴임을 하셨으며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본부장을 역임 했었다는 새로운 교수가 부임했다. 그는 기존의 교수들과 달리 학문보다는 기업가적인 가치를 추구하여서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면접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업 도중에 몇가지 질문을 받았다.
첫번째는 대학 4년이라는 시간이 긴지 짧은지 물어보셨다. 난 순간의 망설임 없이 짧다고 대답했고 그 교수님은 날 보며 4년을 알차게 보낸 학생이라고 하셨다. 누군가 지난 3년이 알찼냐 물어본다면 난 아쉬운점이 가득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두번째 질문은 전공을 선택한 이유 였다. 꽤나 오래전 일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그 당시를 떠올려 봐야 했다. 전공을 선택 할 때에 전공관련 산업의 전망이 밝고 공부 해야 할 것들이 너무 어렵진 않아한다고 생각해서 소위 취업깡패라고 불리는 어려운 학문인 화학.기계.전자공학을 피해 공학 중에서도 꾸준히 발전하고 쇠퇴가 없는 산업을 선택 했다.
세번째는 현재의 전공에 만족하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 질문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후회하는 점은 진로를 선택 할 때 공부하기 편한 전공을 선택 하였다는 것이다. 다른 공학과는 달리 이해없이 외우는 것이 많았으므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책을 외우면 성적이 곧 잘 나왔으니 subject 자체가 쉬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전공 지식은 관심이 있는 누구나 책을 보고 외우면 얻을 수 있는 희소성이 낮은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힘들게 터득한 어려운 지식을 더 가치 있게 여겨주고 사회 전반에서 크게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어렵고 힘들게 얻은 것은 대부분 나에게 자산이 되었다.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공을 선택 할 적에 왜 그 생각을 못하고 적당한 것을 찾았는지 후회 된다.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후회하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지는건 없어서 전공에 다른 가치를 접목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 만족이라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 동안의 노력이 드러날때면 말로는 형용 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온다.
그리고 가끔 걷는 길이 고되고 힘들때마다 힘 안들이고 얻은 것치고 값진 것이 있었냐며 힘들어도 해야되는 것을 하자고 되뇐다.
그 날, 그 수업에서 받았던 질문들의 알맞은 대답을 내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교수님이 날 어떻게 생각 하고 평가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앞에 앉아 있어서 받았던 몇가지 폭풍같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낀 녹조를 말끔히 없애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