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
엄마를 좋아하고 질투가 많은 1호는 요즘 부쩍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밥을 먹을 때에도 먹성 좋은 2호 입으로 밥이 들어갈 때 "옳지~" 하고 얘기하면 "엄마는 왜 2호만 칭찬해?"라는 말이 바로 따라온다.
"아니야~ 우리 1호도 얼마나 잘 먹는데~"
2호만 칭찬하거나 예쁘다 해주면 큰일 나는 우리 1호.
특히, 엄마한테 혼이 나면 엄마에게 미움받았다는 기분이 드나 보다.
혼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고 안아주고 다독여줘도 혼나고 난 후에는 "나 엄마랑 붙어 있을 거야~"라며 내 곁을 떠날 줄을 모른다.
어제도 하루 종일 일하고 집안일하고 아이들 씻기고 먹이느라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빴는데, 1호가 계속 붙어 있고 싶다며 나를 쫓아다니는 거다.
"1호야~ 엄마 바쁘니까 저리 가서 2호랑 놀고 있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1호는 내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눈치가 빤한 21개월 2호는 엄마가 바빠 보이면 칭얼대다가도 혼자 가서 놀곤 한다(이 모습이 2호의 가장 짠한 모습이다).
그런데 1호는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엄마가 자신의 요구에 불응한 적이 없었기에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어제도 아침부터 쌓인 한 무더기의 설거지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발밑에서 울며 매달리던 1호가 결국은 그대로 누워 잠까지 들었다.
순간 울컥. 그대로 손을 씻고 얼른 물기를 훔친 뒤, 잠든 1호를 번쩍 안아 들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를 그렇게 키운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까짓 설거지가 뭐라고 아이의 말을 무시한 채 기다려를 외친 스스로가 밉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아이를 안아 들고 꽉 끌어안은 후, 침대에 눕히고 "엄마가 미안해~ 사랑해~" 하자,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잠에 빠져든 1호였다.
그렇다고 아이를 한없이 받아줄 수만은 없는데, 뭐가 맞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와중에 졸린지 제 자리를 찾아 자고 있는 2호도 안쓰럽다.
꼭 엄마 옆에서 엄마 냄새를 맡으며 잠을 자는 2호였는데, 1호의 방으로 분리 수면을 시작한 후 신기하게도 각자의 위치에서 잘 잔다. (1호는 침대에서 2호는 침대 옆 바닥에서)
이게 이렇게 쉬운 거였나?
처음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왔는데, 지금은 잘 자~ 하고 뽀뽀해 주고 나온 후 잠시 후에 들여다보면 둘 다 꿈나라로 떠나 있다.
덕분에 내 방, 내 공간이 생겼다.
안방에 있던 아이들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자, 작은 책상을 놓을 자리가 생겨 책상도 갖다 놓고 일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내 자리가 마련되었다.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혼자 자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아이들은 서운하게도 너무나 적응을 잘했는데, 난 아직이다.
솔직히 혼자 자는 게 조금 무섭다. 흐흐.
결혼 전 혼자 10년을 어떻게 자취생활을 했는지 모르게 아이들의 자리가 나에게 커진 듯하다.
하지만 나도 점점 적응을 하고 익숙해지겠지?
언제까지 아이들을 내 곁에 묶어 둘 순 없지 않겠는가.
이 시기, 이 순간, 이 시간들도 다 지나가 아이들이 내 곁을 완전히 떠나는 날도 오겠지.
윽, 아직은 생각하지 말자.
최대한 아이들을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며, 화 좀 덜 내고, 덜 혼내고, 즐겁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자.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덜 남겠지. 마음만 말고 실천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