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누군가에게는 재앙으로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과 특별함으로 와 닿겠지요. 이 글은 수재로 또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대단히 송구한 마음을 갖고, 비를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갑니다.
비 내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20살 초반부터였습니다. 그 이유로는 어머니의 영향이 아주 컸습니다. 저는 2남 중 둘째 막내아들로 어머니와는 친구처럼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함께 쇼핑도 하고 데이트도 자주 했으며 서로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나누기도 했지요.
어머니와 얘기를 하다 보면 여느 어머니들이 그러시듯 당신도 많은 아픔과 고민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날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요, 어머니와 집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듣게 되었습니다.
"비 내리는 게 참 좋아”
"왜?"
"비 내리면 왠지 쓸쓸하잖아. 그게 너무 좋아"
그 당시에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20대 후반에 들어서며 어머니가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점차 비 내리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쓸쓸함 외로움 고독함 같은 것들의 느낌을 떠올리면 동시에 우울하다거나 슬픈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것은 마치 부정적인 느낌과 같지요.
그러나 그 느낌들은 뭔가 어둡다거나 애처로운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감성적인 sentimental'의 단어들과 더 어울리는 것 같지요. 그럼에도 그러한 단어들이 주는 이미지는 역시 무겁고 어두운 느낌에 더 가깝긴 하다고 볼 수 있네요. 이럴 때 보면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이나 느낌들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릴 때 외출하는 것은 정말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발이 젖고, 옷이 젖고, 교통 체증은 더 심해지고, 습하기 때문에 찝찝하기도 하고.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요. 그렇지만 오직 비 내리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느낌 덕분이 불편하다면 불편할 수 있는 일들도 잊게 만드네요.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가능한 5분의 시간을 내어서라도 내 감정에 집중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온전히 내 감정에 집중하는 온전한 시간
오직 나만의 감정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입니다.
가만히 감정에 귀 기울여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