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선인장을 안았나요?
오늘 아침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다 내 앞에 길을 걷고 있는 한 여성분이 입고 있는 티셔츠의 로고를 보게 되었다. Did you hug your cactus today? 순간 웃음이 났다. "오늘 당신의 선인장을 안았나요?" 해석하자면 이런데 그 뜻을 그 자리에서 알자마자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 아니 선인장을 어떻게 안지? 안으면 따갑고 아플 텐데. 웃자고 하는 소리인가 보다'. 하며 계속 가던 길을 아이와 걸었다.
나는 평소에도 이것저것 잘 관찰하고 사람들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다. 짧은 영어 문구라도 보게 되면 해석하길 좋아하고 좋은 글귀나 단어들이 눈에 띄면 한번 더 보는 습관이 있다. 행여라도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잠시 멈춰 서서 듣고 검색창에 어떤 곡이지 검색해 보기도 한다. 그날따라 그 한 줄의 문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별거 아닌, 그저 웃자고 한 것 같은데 그 영어 한 줄은 신기하리 마치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가시는 찔리면 아프지. 선뜻 만질 수도 없고 그저 바라만 봐야지. 선인장이 그렇구나. 누구 하나 다가오지 못하게 가시라는 보호막 아래 자신을 보호하고, 그저 관상용처럼 쓰임 받는 선인장이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삶의 선인장은 무엇일까. 내 삶의 가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가 선뜻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내 삶의 가시는 무엇일까. 가족일까 친구일까 직업일까 부모일까. 생각해보면 나를 찌르는 가시가 참 많다. 찔리지만 그냥 안고 가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가시는 '나의 속 사람' 즉,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아에 찔리고 피나고 상처 나고 아파한다. 남들이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내 안의 많은 연약한 것들이 참 많다. 부정적 자격지심 질투 분노 자기비하 등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세상에 어느 누가 아픔을 좋아하겠나. 약을 먹어서라도 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도 내가 나를 보듬어 주지 안고 함께 가지 않으면 누가 해주랴 생각이 든다. 아직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 보는 민낯의 익숙한 내 속 사람을 보는 것이 여전히 편하지 않다. 불편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다. 아파도 함께 가야지. 아무도 내 자신만큼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다.
한 줄의 짧은 문구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하루다.
Did you hug your cactu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