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여섯 번째 주제.
신체적인 피곤이 정신적인 피곤을 야기하고, 또, 정신적인 피로감이 육체적인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정신과 육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널 뛰는 주식장, 높은 대출금리, 치솟는 물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불과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핫 이슈가 되어, Next time.. I am 신뢰..라는 밈을 뜨겁게 유행시키고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사건’이 있다.
이러한 밈은 심지어 증권사 리포트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다음은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문구들이다.
예시) 한국투자증권도 ‘I am 신뢰에요’ 라는 제목으로 현대모비스 실적 분석 리포트를 발간했다.
현대모비스 리포트 ‘EV 수주랑 같이 있으면 I am 탑픽이에요’,
금호타이어 리포트 ‘I am 기대치 상회에요’,
기아 리포트 ‘I am PER 3배에요. OK… Next Time 주가 반등’ 등
또 증시 월간 투자전략도 ‘I am 불확실성’ 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콘텐트리중앙의 리포트 제목을 ‘2개 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로 작성했고, DB금융투자는 ‘I am 모범생이에요~’라는 제목으로 제일기획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보자마자 빵빵 터뜨리는 이 신박한 표현들은 한동안 나를 포함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온갖 유튜버들이 이 사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알고 싶지 않은 부분들까지 알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3주 차에 들어서는 이 시점이 되자 그런 뉴스 아닌 뉴스를 접하는 게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그 사건의 밑바닥에는 돈만 많으면 뭐든지 용인될 수 있고, 넘어가 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웃음 뒤에 딸려오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나 내가 그 많은 돈의 수혜자가 됐을 때는 더더욱 그런 관용이 넘쳐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기꾼의 말이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리고 믿기지 않지만, 그 말의 씨앗이 우리의 탐욕의 문을 서서히 비집고 들어오게 되면, 어느새 남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그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어있다고 한다.
파라다이스가 나를 천국으로 인도할 것처럼 말이다.
굳이 여기서 도덕적인 타당성이나 황금만능주의 이런 걸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다 느끼고 있을 부분이니까.
살면서 누군가 나에게 조건 없이 특혜를 베풀려고 다가온다면 이거 하나만은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파라다이스는 없다고.”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