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05. 2024

비에 젖은 새

0693

세상의 모든 새들은 아침에 지상으로 내려온다.


어젯밤 소음이 삼켜버린 새소리를 이제야 거리에 토해낸다.


지저귐은 제자리로 돌려놓는 소리.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자 새들은 침묵하기 시작한다.


새는 글자 모양처럼 벽을 두고 날아오른다.


제 능력만큼 자라난 벽들을 마주하고 날갯짓한다.


좌절에 노래하다가 극복에 가슴 벅차 운다.


새소리는 구슬픈 환희



세상의 모든 새들은 자기를 호명한다.


우리는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착각한다.


새의 이름은 호명하는 소리에서 탄생한 게 맞다.


어린 새가 어른 새가 되어도 인간처럼 함부로 드러눕지 않으니 늙지도 않아 모든 새는 동안이다.


창가에 날아와 앉은 새가 눈싸움을 하다가 푸드득 날아갔다.


새들은 허공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아가니 죄도 짓지 않겠구나.


새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새소리가 하늘로 올라간다.


비에 씻겨 맑아진 새소리는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높이 오른다.


비가 새인가 싶다.

그래서 비가 샌다고 하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고 사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