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질병은 몹쓸 놈인데, 함께 춤을 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럴 분도 있을 거다. 나도 반려인과 함께 살 것을 고민할 때, 지인들이 걱정하고 반대한 이유가 반려인의 질병이었다. 그는 당뇨와 위암 수술 환자였다. 당뇨 환자랑은 같이 살기 힘들어. 너만 고생할 거야. 완치 불가야. 애초부터 생각하지도 마. 반응은 격렬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질병을 존재의 전체로 읽고, 다른 장점을 지워버린다고 생각했다. 살아보니 질병을 흐릿하게 한 그의 장점은 온데간데없고, 반려인의 질병만이 펄펄 살아 나를 잠식해버렸다. 분명 질병보다 사랑이 출발점이었지만, 반려인의 당뇨는 늘 나를 불안하게 하고 조바심치게 만드는 최우선 과제였다. 당뇨엔 섬유소가 많은 야채 종류가 좋대요. 위장에는 너무 짜거나 단 것, 매운 건 조심하시고요. 녹내장은 눈을 피곤하게 하면 안 좋아요. 가끔 먼 산을 보거나 푸른색을 많이 보세요. 그렇게 나는 반려인에게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좋은 음식을 끊임없이 권했고, 나 자신에게는 그 조건에 맞춰 요리하고 챙기라고 압박했다.
나는 조리를 못할뿐더러 조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반려인의 건강을 챙기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신혼 초반에는 세 끼는 물론, 도시락을 챙기고 간식까지 따로 준비했다. 그러다 뻗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산다고. 내 삶이 없다고. 이렇게 당신 몸에 저당 잡혀 평생 살 수는 없다고. 아니 그렇게는 안 살겠다고 대성통곡했다.
조금씩 반려인과 나를 놓았다. 당신 몸은 당신이 잘 챙기라고. 대신 날 걱정시키진 말라고. 그러면서 덧붙인 말. 우리 건강하게 같이 떠나자고. 먼저 가지 말고.
그러던 어느 날,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라는 시민연극을 영상으로 봤다. 질병을 둘러싼 차별, 낙인,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아픈 몸들의 목소리로 만든 온라인 낭독극이었다. 희귀 난치 근육병 환자인 수영 씨, 강제입원을 경험한 조현병 당사자인 목우 씨, 산부인과 질환이 있는 다리아 씨, 유방암 4기 생존자인 쟤 씨, 크론병을 가진 희제 씨와 여러 질병으로 20년 가까이 수술과 재활, 재발을 경험해 온 나드 씨 6명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1시간 반의 이야기를 끌어갔다.
서로의 서사 속에 가족과 지인, 의사의 역할로 등장, 이야기 속에 함께 녹아들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아픈 몸과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때로 분노로 소리치며 아픈 몸을 연기하며 뒹굴었다. 이 모든 것을 아픈 몸 당사자가 연기하니 더 호소력이 있었다. 질병 당사자가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풀어내니까 자기 정리도 되고 만족감과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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