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너진 뒤에야 나의 존엄을 떠올렸다

십 년 일찍 완경 선고를 받던 날

by 한지원
“폐경이 일찍 왔네요, 최근 힘들거나 스트레스 요인이 많으셨나요?”
한 달간 월경이 안 나올 땐 그러려니 했다. 근데 두 달이 넘어 월경이 안 나왔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교회 일을 쉬는 월요일, 아침 일찍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의사에게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비혼인데…. 억울함이 복받쳐 올랐다. 이제 내 몸으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엄마는 55세에 완경이 됐다고 했는데, 난 10년이나 일찍 월경이 끝나다니. 뭔가 단단히 잘못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기 있다간 죽어 나가겠어.”

몇 년 전 근무했던 교회에 방금 전근해 온 목사가 한 말이었다. 그 교회에 계속 근무하다가는 죽어 나갈 것 같아 사직했다는 말. 이제 그 말이 내 말이 되었다. 신학대학원 기숙사에서 같이 공부하던 언니의 소개로 연고도 없는 지역 교회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교회였다. 행사를 끊임없이 만들고, 신도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교역자 간에는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가 철저하고, 충성봉사를 강조하는 교회였다.


첫해는 교육 부서를 맡은 전도사로,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의 대부분이 매주 KTX 왕복 비용에 들어갔다. 당시 새 건물을 짓던 중이라 교역자들은 매일 쿵쾅거리는 소리에 시달렸다. 어떤 날은 교역자실에 물이 들어와 물을 퍼내느라 몇 시간 동안 진땀을 흘렸다. 신도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청소도 교역자들이 돌아가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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