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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사람 Sep 26. 2022

아들을 생각하는 시간





아들은 무심한 표정과

무심한 목소리를 가졌다


요즘 어때, 물으면

그저 그래, 혹은

나쁘지 않아, 식으로

답한다


그의 어법은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어떤 자세나 상태에 가깝다

마치, 사공도 닻줄도 없이

물결로만 흐르는 작은 배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 자리에 있는 것 같고

뒤로 처지는 듯 싶지만

 자리에서 머무르는 그런 말투


무심하게 웃거나

무심하게 찡그린다


그러므로,

이쪽으로 기우는 듯싶어도

저쪽으로 드러눕는 듯해도

실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를 뿐인 것이다


그런 아들이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물어봤자

그저 그래, 나쁘지 않아,라고 답할 게 뻔하니깐

 스스로 궁리해볼 수밖에


실은 정말 궁금한 건

아들의 어떤 생각보다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으로 자신을 이뤄가고 있는지가 아닐까


두세 달 후면

술도 마시고

자유롭게 놀러도 다니고

친구들과 클럽도 가고

그 흔한 알바와 여친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누구나 겪는 청춘의 호된

아름다움이 벌어지겠지만


지금,

틈새의

아들


내 품에 있지만

내 품에 없는

아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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