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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사람 Jun 14. 2023

소나기





  보이지 않은데도 모기들이 앵앵거렸다  잡으려 들면 힘없이 흘러내리는 홑장 이불 같은 밤이었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서성거리다 앉은 어느 골목 계단에서 혼잣말 같이 주절주절 떠들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용서할 수 있어 누군가 말했고 또 누가 콧방귀를 날렸다 힘없는 야유가 어둠 속에 오래도록 떠다녔다 오랜만이라 얼굴만 보러 나온 자리인데 나는 어느 깊은 곳의 밤꽃 향기와 쏟아질 듯한 별들 쓰레기더미 너머에서 희번덕거리는 고양이들의 움직임과 아무렇게나 깔고 앉은 박스 눅눅함에서 그만 멈춰버렸다 누가 나 좀 흔들어 봐 들릴락 말락 말해놓고도 누가 들었을까 봐 금방 후회했다 여름이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나서부터 나는 어둠을 파도처럼 타고 다닌다 파도마저 없는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서 손바닥을 부딪혀도 잡을 수 없는 것들만 가득하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날은 누가 누굴 술래라고 떠들어도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어깨를 좁혀오는 어둠의 행렬을 멀겋게 지켜보았다 우리가 계절이었던 날들과 쌓아두었던 계절과 닿을 수 없었던 계절들이 점층적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안간힘을  다해 아침이 온 사람들이 거리에서 나왔다 그새 계단이 자랐는지 나는 더 먼 곳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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