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거나 커다란 가구를 새로 사면 항상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옷장이나 책장이 기울지 않도록 다리 아래 두꺼운 종이를 접어 끼워서 넣는 거예요. 이렇게 해야 평형이 맞아 가구가 기울지 않죠. 가구뿐 아니라 세탁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형이 잘 맞아야 세탁기가 돌아갈 때 소음이 생기지 않거든요.
저희 집 세탁기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평형이 잘 맞았는데 돌리면 돌릴수록 조금씩 기울었는지 나중에는 몸통이 삐걱거리며 아주 큰 소리가 나더라고요. 오른쪽 앞다리에 조그맣게 오린 종이상자를 여러 번 접어 끼워 넣으니 그제야 조용해집니다.
평형은 바닥과 세탁기 사이의 관계예요. 그 둘 사이에 사소한 종이 조각만 넣어 줘도 평형이 유지되며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거죠.
아무런 노력 없이 평형을 유지하는 좋은 관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천생연분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노력을 해야 하죠. 친구와 직장 동료는 물론이고 가족과 연인 등 모든 관계에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모두가 마음속에 여러 번 접은 종이 조각을 쥐고 있다면
우리는, 세상은 훨씬 부드럽고 조용해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