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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 AF-D / 필름:Fujifilm Fujicolor C200 Expired / 일자: 25.10.02.

세탁소 앞에 새하얀 옷들이 걸려있는 걸 봤습니다. 와이셔츠처럼 보이기도 하고 조리복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어쨌든 하얗게 세탁되어 걸린 옷들을 보니 기분마저 산뜻해집니다.

우린 항상 옷을 더럽힙니다.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면서, 밥을 먹으면서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옷은 더러워지죠.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이란 걸 하다 보면 옷에 크고 작은 얼룩을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그러니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옷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얼룩이 묻기도 하죠. 어떤 날은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얼룩을 묻히고, 또 어떤 날은 아예 못쓸 정도로 큰 얼룩을 묻히기도 합니다.

우린 종종 지워지지 않는 얼룩에 사로잡힙니다. 괜찮다가도 옷에, 마음에 묻은 얼룩을 보며 우울해지죠.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해집니다. 마치 지우려고 문지르다 더 번지는 얼룩처럼요.

마음의 세탁소. 비슷한 제목의 책도 있죠. 마음의 세탁소가 있다면 얼룩진 마음을 맡기고 싶습니다. 세탁소에는 손님이 잊어버리고 찾아 기지 않는 옷들이 꽤 있다고 해요. 저도 얼룩진 마음을 어딘가에 맡기고 그냥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쉽게 얼룩을 지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죠.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서로에게 얼룩을 묻히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서로의 얼룩을 봐도 짐짓 모른 척해주고요. 물론 필요하다면 상대방의 얼룩을 가려줄 수도 있겠고요.

우린 모두 얼룩 투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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