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 여행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늦은 오후였는데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라 거의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았더라고요. 광장에 있는 식당들은 모두 저렇게 식탁에 의자를 올려놨습니다. 마치 의자들이 자세를 풀고 휴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의자는 항상 네 다리로 서서 우리를 등에 업습니다. 그게 의자의 쓸모, 존재의 이유라고까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쓸모 혹은 역할을 뒤집고 저렇게 쓸모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종의 전복의 쾌감이랄까요.
우린 모두 저마다의 역할과 쓸모가 있습니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가끔은 그 부담을 벗어던지고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싶을 때도 있어요.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을 행동,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죠. 우스꽝스러운 짓이나 약간의 무모한 행동을 통해 등에 업고 있는 쓸모와 역할, 책임감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잊어버리는 거죠.
가끔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물구나무를 선 저 의자들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