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서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Jun 16. 2021

제로 투 원

대담한 계획으로 만들어내는 더 나은 미래

저자 피터 틸은 페이팔과 팰런티어의 설립자이자 링크드인, 옐프, 페이스북에 투자하여 성공을 거둔 벤처투자가이다. 팰런티어는 미국 안보와 글로벌금융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한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려면 대담하고 명확한 계획을 가진 회사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그러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조금 더 나은 기업보다 획기적인 기업이 필요한 이유

챕터 2의 제목은 '과거에서 배워라'이다. 여기서 과거는 닷컴버블 및 붕괴 사태이다. 앞부분에 나온 4가지 교훈은 일반적인 비즈니스 책에서 보던 내용이었다. 

닷컴붕괴사태에서 얻은 4가지 교훈
a.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b.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c.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d.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그러나 뒷부분에 나온 4가지 교훈, 즉 피터 틸이 제시하는 교훈은 정반대이다. 

이 교훈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a.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b.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c.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d.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닷컴버블은 무모함을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시기가 현실을 가장 똑바로 봤던 때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제대로 된 신기술은 필수인데,  닷컴버블 시기의 사람들은 적어도 먼 미래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 훌륭한 신기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신기술은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이 아닌 '10배' 더 잘해야 한다. 제품만 잘 만들어서는 소용이 없다.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저절로 홍보되지 않는다. 통합적인 세일즈가 꼭 필요하다.


밝은 미래를 목표로 한 세부적인 계획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기술을 계획 하에 발명할 수 있다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터무니없게 들렸지만, 챕터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를 읽으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작가는 미래를 바라보는 네 가지의 관점을 제시한다. 

불명확한 비관주의: 현재 유럽. 유럽인들은 문제가 터지고 나면 그제야 그 문제에 반응함녀서 사정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불명확한 비관주의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쇠퇴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명확한 비관주의: 현재 중국.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보면서 중국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낙관주의자인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낙관주의를 중국에 투영시킨 것에 불과하다. 중국인들은 계급을 막론하고 미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명확한 낙관주의:50~60년대 미국. 17세기부터 1960년대까지 서구세계를 이끌어온 과학자, 기술자, 의사, 사업가, 발명가. 사회 인프라와 맨해튼 도시 계획 등. 오늘날 누군가가 장기적 비전을 제시한다면 오만하다는 비웃음을 사게될 것. 

불명확한 낙관주의: 1982년~현재의 미국. 베이비붐 세대 전체는 어릴 적부터 우연의 힘은 과대평가하고 계획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도록 배웠다.


나는 불명확한 낙관주의 시기에 배우고 자라왔기에 미래를 불명확하다고 보는 틀을 자연스레 갖추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요즘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비난을 받거나 조롱거리의 대상이 된다. 반면 명확한 낙관주의였던 50년대 미국의 사례를 보면, 터무니없는 장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대중들은 그를 지지했고 정부는 아이디어 실현을 도와줬다. 실패로 이어진 사업계획도 많았지만, 성공한 대담한 아이디어는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는 불명확한 낙관주의에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없는 진보를 '진화'라고 부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린 스타트업'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린 스타트업은 기존 서비스를 '조금 개선-테스트-피드백-개선' 루프를 반복한다. 이는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 서비스를 조금 개선해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 0에서 1이 되려면 대담한 계획이 필수이다. 적어도 비즈니스에서는 계획없는 불명확한 상태에서 결과를 낙관하는 일은 모순으로 보인다.


경쟁보다 독점

저자는 경쟁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비즈니스에서 경쟁보다 독점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 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경쟁구도는 해묵은 기회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만든다.

모방경쟁은 위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사회적 신호에 남들보다 덜 민감하다면, 그 사람은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그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데 관심이 있다면 그 일만 파고들어 믿기 힘들 만큼 잘하게 될 것이다. 뻔한 것을 놓고 경쟁하는 무리들 속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쟁 때문에 사람들은 기회가 없는 곳에서 기회라는 환상을 보기도 한다. 

'자본주의'와 '경쟁'은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축적을 전제로 하고,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대표적 독점기업으로 구글이 있다. 구글은 2014년 기준 검색시장의 68%, 2021년 5월 기준 모바일 94.8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원치 않는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점 사실을 숨기려 한다. 로봇 자동차, 안드로이드폰, 웨어러블 컴퓨터처럼 다각적 기술 부분 사업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기술 기업의 하나라고 정의하려 한다. 구글 매출의 95퍼센트는 검색엔진에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구글은 독점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반으로 최고의 기업문화, 인류에 도움이 될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경쟁보다 독점할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실을 직시하여 독점기업을 세우는 법

챕터5.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위대한 기업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즉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가 아니다. 최종적으로 독점 이윤을 누리는 기업이 되는 방법은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미래에도 존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단기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독점기업의 네 가지 질적 특성으로는 독자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이 있다. 
a. 독자 기술: 10배는 더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예로는 구글 검색 알고리즘
b. 네트워크 효과: 초창기의 사용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나 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예로는 페이스북의 시작도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 가입할 수 있게 구상
c. 규모의 경제: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대할 수 있는 고객의 수가 제한된 서비스 회사는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독점기업이 되기 어렵다
d. 브랜드 전략: 어느 회사든 자기 브랜드에 대해서는 당연히 독점권을 갖고 있다


챕터 7. 돈의 흐름을 좇아라
거듭제곱법칙을 이해하는 투자자들은 될 수 있는 한 적은 곳에 투자하려고 애를 쓴다. 

우리는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그전에 반드시 그 일이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거듭제곱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최고의 회사에 합류하면 얼마나 크게 성공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챕터 8. 발견하지 못한 비밀 & 챕터13. 테슬라의 성공
보편적 관습만으로는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관습은 '숨겨진'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념에 반하는 사고가 쓸모 있는 이유는, 세상에 아직도 파헤칠 숨겨진 비밀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우버, 리프트는 방치되어 있는 공급과 수요를 알아봤다. 어느 장소에 가고 싶은 사람과 태워다 주고 싶은 사람을 단순히 연결해주는 것만으로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에게는 이미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택시와 사설 리무진 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숨겨진 비밀을 믿고 그것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편화된 관습을 넘어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는 기회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숨겨진 비밀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중요하지만 아직 표준화되거나 제도화되지 않은 분야는 없을까?'를 고민해야.

테슬라는 누가 운전하든 상관없이 운전자를 근사하게 보이게 만들어줄 차를 만들기로 했다. 일반 청정기술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챕터10. 마피아를 만들어라
기업 문화란 기업 자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자체가 하나의 기업문화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면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 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더 나은 미래는 저절로 펼쳐지지 않는다. 미래를 낙관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면 장기적인 목표 하에, 경쟁과 독점이라는 현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기술, 서비스, 상품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