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간 내가 크리에이터 클럽을 하며 배운 것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크리에이터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의 대표다.
부끄럽게도 지난 2년 간 크리에이터 클럽을 운영하면서 단 한번도 크리에이터 클럽의 정기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핑계 같지만 아무래도 이 커뮤니티의 대표인 내가 정기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쏠리게 될 나에게한 관심이 모임의 퀄리티를 망치게 될까봐 우려하기도 했고, 또 나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커뮤니티의 대표에 대한 기대 혹은 상상을 내가 깨버리면 어쩌지?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지난 몇 년을 열정에 기름붓기 대표로 살아오며, 나는 표시형으로 살기가 참 어려웠다.
나도 삶을 모르겠고, 어려워 죽겠는데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끄러웠고, 또 솔직하게 나라는 사람을 드러냈을 때 느끼는 그들의 실망감이 무서웠다. 세상의 시선이란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살아온 나라고 자신했지만 간혹 들려오는 나에 대한 '인정할 수 없는 평가들'은 견디기 어려웠다. 동시에 그 사실을 인정하는 내가 싫어 아예 접촉을 꺼렸던건 아닐까. 지금 와서 나의 행동들에 이유를 부여해 본다.
그래서 나는 지난 2년간 그저 창 밖에서 웃고 떠드는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안도하거나, 혹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멤버들의 부정적 피드백을 팀원에게 듣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추측해보거나, 종종 정기 모임 외에 만나는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 커뮤니티를 상상하고, 실현해왔다. 사실 꽤 섬세하게 관찰하고 지켜보곤 했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번 10월 시즌은 조금 달랐다. 나는 삶에 지쳐있었고, 외로웠으며, 나에 대한 확신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나는 내 마지막 20대를 완전히 망쳐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쌓여 있었다. 내가 해온 것들을 모조리 부정하며 자기 연민에 빠져가고 있을 때, 그 때 크리에이터 클럽을 떠올렸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대표로 있는 우리 서비스가
지금까지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던 것이 신기하다.
우습지만 사실이다. 크클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건강해보였고 삶에 만족하고 있어보였다. 모든 것이 최악을 찍고 있는 나에게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순수한 얼굴로 이야기 하곤 했었다. "대표님 대표님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런 멋진 서비스를 만들었잖아요. 제 인생은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클럽으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 원래는 이런 말들이 나를 먹여 살려 키웠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들은 더이상 나에게 무의미 했다.
내 삶은 그저 황폐하게만 느껴졌고, 나는 정작 내 가까운 사람들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인간인데. 정작 그것들을 제공한 내 삶은 이렇게 망가졌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솔직한 속내는 이해 못하고, 애둘러 애둘러 나를 봐달라고, 대표가 아닌 나를 봐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대화를 나누던 크클러가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은 왜 크클 안해요? 대표님이 필요한게 크클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랬다.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세상에 없던 이 모델은 우리 팀원들의 필요에서 튀어나왔었다. 당연히 그 안에는 내가 갈망하고 있던 세상의 모습도 녹아들어 있었다. 내가 겪고 있는 결핍, 내가 느낀 고통들의 해결을 위해 그토록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크클을 만들어 왔는데. 정작 나는 그곳에 없었다. 때마침, 내가 부서져 가는 멘탈을 잡아가며 기획에 참여한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를 시작했었고 나는 한번 열혈 크클러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2주 간, 열혈 크클러로 살아보기
크리에이터 클럽은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동안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다. 단순히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전혀 다른 상황에서 고민한 사람들과의 대화 200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중 의미 있는 한 문장,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평생 한 사람, 하나의 신념, 하나의 꿈을 만나길 그토록 소망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한개씩, 크클링을 열거나 참여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주말에는 오후 2시까지 크클에 와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일주일을 정리하다 오후 3시부터 열리는 크클링에 참여했고 평일에는 퇴근을 하고 7:30분 부터 시작되는 크클링에 참여했다.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부담도 없었고 다음 날에 지장도 없었다. 부담 없이, 피로감 없이 생산적이고 재미있게 여가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 '대화'라는 사실을 나 또한 크클링을 하며 깨달았다.
내가 지난 2주 동안 열고 참여한 크클링은 다음과 같다
[정말 답이 안보이는 절망적이라 느꼈던 상황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모여서 자기 자랑만 끊임없이 해봅시다! 우리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잘해야한다라는 강박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던 적 있나요?]
[크리에이터 클럽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을 때, 언제가 있으신가요?]
[일요일 저녁, 커피 한잔 마시면서 함께 책 읽을 읽고 대화를 나눠봐요]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긍정적 사건은 무엇이었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금요일 밤! 술 대신 보드게임]
7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고, 살면서 처음 본 그들과 깊은 공감을 나누며 의미있는 대화를 했다.
나랑 어떤 이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보다 더 따뜻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이것이 '약한 연결고리 효과'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만 공부해오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크클을 하며, 두려움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소중한 저녁 시간을 혹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불쾌하게 보내면 어떻게 하지? 너무 심각한 대화가 발생해서 오히려 피곤함을 느끼면 어떻게 하지? 더군다나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혹시나 '크클의 시간'이 즐겁지 않은 시간으로 인식된다면 그것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약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2주간 만나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문화의 강력함"이었다. 분명히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혹은 나랑 맞는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크클이 가지고 있는 존중과 인정의 문화는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최소화 해주었다. 그래서 놀랍게도 나는 이런 한 줄을 쓰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삶의 희망을 보았고, 세상의 긍정적 미래를 확인했다.
거창한 문장 같지만 실제로 내가 느낀 점을 쓴 문장이다. 살다보면 참 세상이란 것이 만만하지 않고 또 선의를 가지고 버텨내기에는 험한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사업을 하며 이런 저런 오만가지 상황들을 겪었던 나는 사람에게 기뻤던 적보다, 실망한 적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생각이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더 강해져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끝이다. 류의 다짐을 반복하면서 나는 결국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형태의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자책감을 꽤 자주 마주해야 했었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두가 이렇게 나이 들어 간다면 이 세상에는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선의가 지켜지고 발전될 수있을까라는 세상에 대한 의구심까지 느끼곤 했었다. 그것들이 내 오만함이었고, 내가 만난 작은 세계로 커다란 세상을 일반화 하는 실수였음을 이곳에서 확인했다.
크클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빛내며 살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가치를 지켜가며 살고 있었고, 매일 조금씩 자신의 삶을 개선해나가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각자가 괴로운 시기를 보낸 적도, 혹은 여전히 남아 있는 삶의 문제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의미와 감사함을 찾고, 중요한 가치를 상실하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맞다. 삶은 원래 힘들다.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웃고 꿈꾸고 무언갈 만들어 나가기에 아름다운 것임을 나는 잊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위안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희망
"대표님은 힘을 조금 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가 운동을 할 때도 중요한 것이 힘을 빼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오히려 중요하고 간절한 일일 수록 너무 힘을 꽉 주고 모든 걸 하려고 하다보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일이죠. 지금 제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저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냥 하루를, 하루를 살아내자라는 의지로 견뎠던것 같아요. 그랬더니 지금은 너무 좋네요. 성숙해진 것 같아요. 모든 시기는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더라구요. 거기서 내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분명히 괜찮아 지더라구요"
"저는 지금 제 삶에 만족해요. 엄청 화려하고, 거창한 것을 꿈꾸는 삶은 아니지만 매일 매일 제가 정한 규칙을 지키고, 조금의 개선을 만들어내고, 성장하는 저 자신을 칭찬해주면서 보람 있게 살고 있어요."
"저는 크클에 오는게 이제 당연한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익숙한 문화 속에서 좋은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저를 발견해요. 대표님도 이런 루틴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우리 이제 친구잖아요!
내가 들었던 조언들이다. 살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렇게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일종의 "학습적 대화" 병에 걸렸었다. 실용적이고 배울점이 있는 대화, 오늘 들은 정보가 당장 내일 나에게 쓸모가 있어야 하는 대화, 지극히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가 아닌 나머지 모든 대화들은 잡담이고, 쓸모 없는 시간낭비 일 뿐이라는 강박이 있었었다. 주말이면 경영 독서모임에 나가 쉴새 없이 실리콘 벨리에서 요새 뜨고 있다는 프레임 워크를 공부하고 평일 저녁에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책을 읽고 문서화 하고.. 페이스북에는 읽지도 못한 그럴듯해 보이는 아티클들만 비공개 공유로 쌓여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분명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학습'이라는 명목하에 강박적으로 하고 있던 커뮤니케이션들. 쌓일 대로 쌓여 머리만 커졌지 행할 체력도, 의지도 없이 헛똑똑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크클에서 나눈 대화들은, 학습이라기 보단 회복의 대화들이었다. 놓치고 있던 것들, 잊고 있던 것들, 정말 중요한데 외면하고 있던 삶에 관한 질문들을 챙겨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너무 좋은 시작을 함께 한 사람들, 문득 생각하곤 한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날 우리가 나눴던 대화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세상엔 참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경영학적 지식이나, 마케팅 기법에 관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내 삶을 반짝이고 빛나게 만들어주는 좋은 대화가 많다.
힘을 빼고,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
지난 3주간 열혈 크클러로 살아보며, 난 많이 회복되었다. 우리 팀이 해낸 서비스를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자부심 또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고 세상을 다시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도 아니었고, 엄청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도 아니었다. 우리가 스쳐지나가는 우리 옆집 주민 같은 편안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그런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크클에 오면 모든 사람들이 푸근해지는 것 같다. 밖에서 들고 있던 사회적 지위나 현실적인 고민들을 모두 내려놓고, 한명의 크클러가 되어 편안한 대화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는 그랬다.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평일의 한적한 크클 소셜테이블에서 글을 쓴다. 부담감 없는. 내가 사랑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글을 쓴다.
조금 힘을 빼보기로 결심한다. 조금 덜 조바심 내보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보기로, 작은 성과라도 내가 해낸 것에 대해 만족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이면 나는 크클에 올 예정이다. 따뜻한 커피와 한산한 오후 1시 노트북을 켜고, 일이 아닌 내 삶을 쓰고 삶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제약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필요하다면 맥주를 마실 것이다. 지금까지 몰랐다. 이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경영 공부를 하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익히고, 사업 계획서를 업데이트 하고 재무전략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한 삶의 영역임을 배웠다.
이것들이 지난 3주간 내가 크리에이터 클럽을 하며 배운 것이다. 거실에서 나를 보면 인사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