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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Mar 08. 2022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목적지를 찾아서,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나는 요즘 망망대해에 목적지를 모른 채 저을 수 있는 노도 없이 떠있는 작은 보트가 된 기분이다.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자주 고민하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지금 아프리카에 와서 지내고 있는 것도, 취업을 한 것도, 이곳에 와서 나를 잘 챙겨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도 모두 행운이었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정말 큰 축복이었다. 힘들어할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아프리카에서도 더 더럽고 숨 막히는 환경에서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매일 샤워도 할 수 있고, 마실 물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셜 미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지니고 있던 내가 이제야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일종의 용기였다. 공개된 장소에 이런 장문의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썩 내켜하지 않아 하는 사람이었다. 내 인생의 순간을 담아두고 보기 편하게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는 노선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또 다른 새로운 나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한 건 작년이었으니 이미 결정을 내린 지는 오래된 편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반년이 넘게 남았지만 유독 요즘 더 많은 생각이 든다. 정말 뜬금없는 시기에 뜬금없는 장소에 와서 지내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와는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부정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 불같이 달아오른 관계는 그만큼 금방 식을 수도 있다는 것. 한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것.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자세와 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 등등. 하나의 배움만 얻어가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얻어간다.


 비단 아프리카에서 와서 느낀 것만은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스스로 행복하다는 것도 모른 채로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좋아하는 영화관에 가서 하루 종일 허리가 아플 때까지 영화만 봤던 날이 있다. 그때는 분명 허리도 아프고, 괜히 공기도 탁한 것 같고, 배도 고팠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허리가 아팠던 것이나 배가 고팠던 감정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하루 종일 원하는 영화들을 순서대로 보면서 울고 웃던 내 모습만 기억에 남아있다. 엔딩 크레디트를 다 보고 영화관을 나올 때마다 출구에서 느꼈던 시원한 바람도 기억난다. 아주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안 좋았던 기억들도 결국 미화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리고 상처를 받더라도 더 좋은 사람들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여기에 와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도 결국은 다 흩어져서 사라지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에서의 기억들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마음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내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였다. 젊은 세대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평생직장으로 삼고 살아도 되는 걸까. 내가 이 일을 정말로 사랑하는 걸까. 이 일이 적성에는 맞는 것일까. 아직도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일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만 생각보다 보람차지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정한 것도 아니다. 물론 아무 미래도, 계획도 정해놓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모른 채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결론은 아직 젊으니까 조금 더 헤매다가 길을 찾아가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위로가 필요하다기보다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되뇌어주고 싶다. 너무 급급하기보다는 조금씩 하나씩 도전해보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찾아가고 싶다.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경험한 순간순간들이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을 쓰니 당장 내일모레라도 떠날 사람 같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그동안 다채로운 경험으로 내 인생을 꽉꽉 채워 담고 싶다. 떠날 때까지 매일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슬픔보다는 행복의 비율이 큰 하루들로 가득하기를. 내 인생이 냉소보다는 다정함과 사랑으로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연인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적인 사랑과 친절함, 그리고 다정함이 가득 찬 순간들로 내 인생이 채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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