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마을 트레킹

스리랑카 엘라

by 위다혜


4월에 떠났었던 스리랑카 마지막 여행. 언제나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는데 이 여행으로 산과 트레킹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엘라 여행은 유난히 잔상이 많이 남아있는 여행인데 떠올릴 때마다 안개가 자욱하던 숲 속 마을의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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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한 산 길을 돌고 돌아 멀미가 나기 직전 도착한 엘라. 해가 져 어둑해지기 시작한 엘라는 숲과 나무로 둘러쌓인 마을이었는데 안개가 내려 앉아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신비로운 요정들이 사는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세트장에 온 것 같았다. 영화를 찍느라 일부러 안개효과를 준 것 처럼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그 동안 탁 트인 바닷가를 주로 여행했고 이런 산 속 마을은 와 본 적이 없었기에 산으로 둘러 쌓인 이 마을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단어인 '숲 속 마을'로 설명되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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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데, 엘라는 특히 더 인기가 많다고 느껴졌다. 남부 바닷가 마을에서도 서양인들이 많다고 느꼈지만 엘라는 더, 더 많았다. 스리랑카는 수도인 콜롬보보다 남부 바닷가, 엘라 같은 유명 관광지에 더 세련되고 예쁜 가게들과 식당, 카페들이 많다. 사장을 보면 서양인들이 많아서 스리랑카에 반한 서양인들이 눌러 앉아 낸 가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히카두와에도 스리랑카로 도망쳐 온 서양인들이 낸 아주 맛있는 튀김요리집이 있었는데, 스리랑카로 도망쳐와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가게 이름이 'sorry, mom!' 이라고 한다. 나도 스리랑카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기에 그 이름에 매우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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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맑아진 하늘. 그리고 오후에는 비가 오기 시작하다가 밤이 되니 다시 안개 자욱한 마을이 되었다. 콜롬보와 마찬가지로 이런 날씨 패턴의 반복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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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인아치 브릿지를 보러 갔다. 예상 했던 것과는 반대로 리틀 아담스 피크를 가는 것보다 나인아치 브릿지에 가는 길이 더 험하고 힘들었다. 제대로 된 길이 안 깔려 있는데 경사를 타야해서 그런 것 같다. 왜 나인아치 브릿지 가는 길에 대한 사진은 없는걸까 이야기 했는데, 아마 가는 길이 험해서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잊은 게 아닐까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이 길이 맞냐고 의심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산을 타다보면 저 멀리 기찻길이 보인다. 그렇게 모험하듯 가다보니 마찬가지로 우리도 가는 길을 찍지 않았다. 스리랑카의 유명 관광명소답게 아름다웠고, 기찻길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위험해 보였다.. 바닷가를 달리는 기차부터 시작해서 숲속을 달리는 기차, 기찻길이 유명한 게 신기했다. 스리랑카와 기차는 뗄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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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덥고 목말라 카페에서 시원한 걸 마셨다. 왜 항상 음료를 이런 잔에 주는걸까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일자 형태로 된 유리컵을 많이 쓰는데 여기서는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옆에 자그마한 손잡이가 달린 컵을 자주 쓴다. 따뜻한 음료를 시켜도 시원한 음료를 시켜도 이 잔에 나올 때가 많다. 언니랑 내가 몇 개월동안 스리랑카의 카페들을 다녀 본 결과 이런 잔에 나오는 커피들은 한결같이 맛이 없었다.. 그래서 하얀색 머그 컵이라든지 평범한 일자형의 컵이 아닌 이런 컵에 커피가 서빙되어 나오면 언니와 나는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곤 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너무 웃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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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담스 피크 트레킹을 갔다. 스리랑카에는 아담스 피크와 리틀 아담스 피크가 있는데 그냥 아담스 피크는 올라가기가 정말 힘들다고 알려져있다. 반면 리틀 아담스 피크는 그에 비하면 쉽지만 그냥 아담스 피크만큼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가성비 넘치는(?)' 곳이라고 들었다. 트레킹은 오랜만이었는데 정상 쪽 빼고는 길이 잘 닦여있어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데 그 풍경이 정말 말도 안되게 아름다워서 우린 삼보일배를 하는 마냥 세 걸음 마다 한 번씩 사진을 찍으며 느릿 느릿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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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그렇게 높게 올라왔다고 생각은 안했는데 애초에 산 위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가 조금만 올라와도 엄청난 풍경이 보였다. 이 풍경을 보려고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구나 생각했고, 앞으로 산에 자주 와야지 생각했다. 역시 해보기 전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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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불상이 있는게 좋다. 종교는 없지만 스리랑카에 온 이후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불교는 자기 수련의 성격이 강한 것 같아서 힘들 때 자기 중심을 찾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괜시리 불상앞에 있으면 경건해지고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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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가 트레킹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린 문이 없이 뚫려있는 가로로 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여행을 함께 한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이었다면 비가와 더 빵빵해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창에 빗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겠지만, 이 곳에서는 창이 없어 바로 손을 뻗으면 빗물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책을 읽었다. 왜인지 자연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그게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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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많은 마을 답게 기념품 샵이 다른 곳들보다 더 많아서 우리는 눈이 돌아갔다. 아마 스리랑카에서 산 기념품 중 반 이상이 엘라에서 산 것일 것이다. 특히 이 그림체의 엽서와 포스터가 정말 예뻐서 한 가득 샀고, 아직도 내 방에 붙어있다. 볼 때마다 엘라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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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로 돌아가는 길, 멀리서 보니 엄청난 안개가 숲 위에 얹어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저렇게 엄청난 안개여서 신비로운 세트장 같은 느낌을 냈구나 생각했다. 바다와는 또 다른 숲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엘라 여행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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