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국가의 가치관 불일치, 그리고 혼선
현재 선진국에서 민주주의는 명백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럽은 극우의 부상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장기간 유지되던 보수 일당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좌파 세력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정치 변동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의 피로를 보여주는 징후로 보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에너지 확보입니다. 하버드 의대와 MIT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동물의 기회탐지회로는 결핍 상태에서 에너지(먹이)를 우선 탐지하며, 결핍이 해소된 이후에는 도파민을 통한 보상 탐색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즉, 결핍 상태에서는 생존이 최우선이지만, 포만 상태에서는 보상이 최우선으로 바뀌는 구조입니다.
현재 선진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을 포함한 OECD 회원국에서 심각한 식량불안(Severe Food Insecurity) 을 겪는 인구는 전체의 약 0.5%에서 13% 사이로 나타납니다. 즉,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굶주림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인구가 미미한 수준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선진국의 개인은 생존을 위한 에너지 확보보다,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과 보상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의 가치관은 생존이 아니라 도파민의 문제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화된 개인의 가치관을 하나의 방향으로 통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는 그 통합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이제 그 전제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다릅니다. 국가는 여전히 야생의 논리, 즉 생존 경쟁의 구조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식량, 전력, 자원, 데이터, 반도체 등 전부가 생존의 문제입니다. 에너지가 없으면 국가는 멈춥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AI 연산, 로봇산업 등은 폭발적인 전력 소모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병목, 자원 분쟁, 지정학적 갈등은 국가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40년까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즉, 국가는 여전히 에너지 확보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곧 국가의 가치관이며, 현실적인 생존 논리입니다. 기업 또한 유사한 생존 환경을 가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국가는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개인은 더 이상 에너지 확보에 관심이 없습니다. 개인은 도파민을 추구하고, 국가는 생존을 추구합니다. 국가와 개인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조율 불가능한 체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민주주의란 개인의 보상회로와 국가의 생존회로가 일치한다는 전제를 전제로 하는데, 이 전제가 깨진 순간부터 정치적 혼선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에러 상태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한쪽의 강한 주장은 다른쪽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양쪽 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 국가 또한 식량부족 등으로 개인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태에서, 억눌린 도파민 회로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자는 실각과 암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국민은 억제된 보상욕구로 인해 폭발 직전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습니다. 결국 체제는 도파민의 폭발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주의의 문제와 공산주의의 문제는, 서로 다른 회로에서 동일한 근본 원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풍족한 시대에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던 기존의 정치 시스템은, 도파민 확보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인간 사회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명은 지금,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생존회로와 개인의 보상회로를 다시 정렬할 수 있는, 다음 세대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참고자료
1. OECD, Food Insecurity and Food Assistance Programmes across OECD Countries, 2022
2. World Energy Needs and Nuclear Pow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