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란 무엇인가?

통치는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농도 조절입니다.

by 미친생각

사람이 모이면 혼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개인의 성향 차이, 경쟁, 이해관계가 뒤섞이며 갈등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즉, 인구 밀도와 혼란 가능성은 상당히 비례합니다.


국가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 중앙정보처리기관에 해당하는 왕은 이 혼란을 제어하지 못하면 국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중간관리자와 피지배층에게 국가의 목표를 정확히 입력할 수 없으며, 잘못된 출력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 혼란을 다루는 일이 바로 ‘통치’입니다. 통치 방식은 크게 합의, 규범, 강제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세 방식은 모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합의는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구성원의 스트레스가 가장 적습니다. 토의, 회의같은 방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규범은 관습이나 도덕, 예절처럼 사회적 평가가 따르는 암묵적 압력이며, 일정한 긴장을 유발합니다. 강제는 힘과 처벌을 통해 행동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행동을 강요하기 때문에 코르티솔을 가장 강하게 유발합니다.


동물은 대체로 일정한 패턴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하며, 이러한 패턴은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포식자나 다칠 위험 등에 노출되면 회피하도록 설계된 것이지요. 결국, 이것은 생존을 위한 입출력 시스템인 것입니다. 그러나 연산 능력을 통해 이 패턴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상대보다 강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는 회피 대신 위협을 제거하는 공격적 행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고대 국가는 이러한 원리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메르를 비롯한 초기 국가들은 이용 가치가 크거나 힘이 강한 사람들에게 식량과 도파민을 제공해 측근으로 만들고, 그 힘을 이용해 피지배층의 도전 의지를 꺾었습니다. 강력한 측근을 갖춘 뒤에는 단순한 원리가 작동했습니다. 국가의 의지와 이득에 크게 반하는 행동일수록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강약약강, 이것은 인류가 집단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통치 법칙이며, 반대로 개인의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생존방법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처벌만으로 통치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일상이 굶주림과 고통으로 가득하다면,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미 높은 코르티솔 상태에서는 처벌이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하며, 규칙을 지켜야 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일상생활과 처벌의 간극이 클수록 통치는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평상시의 국가가 도파민과 에너지를 제공할수록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더 두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애초에 코르티솔만 넘치는 국가라면 사람은 모이지 않고, 국가는 성립되지 않겠죠.


결국 통치란,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간극을 크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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