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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Feb 28. 2019

회계사가 말하는 스타트업 재무제표 보는 법

박동흠 회계사의 비상장 투자이야기 #2

투자는 어렵습니다. 이제 와디즈에서 투자 전문가와 함께 비상장주식 투자의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 스타트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성공하는 투자자는 어떻게 투자를 결정할까요?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속한 산업의 현황, 회사의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 향후 사업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투자를 결정합니다. 사업계획서와 투자설명서 외에도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죠. 회사의 최근 재무제표를 보는 것도 필수 절차입니다. 회사의 미래가 중요하지만,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가 중요하니 회사의 연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재무상태는 건전한 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재무제표, 믿을 수 있을까

상장기업은 분기별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합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재무제표가 첨부되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투자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은 정기보고서 공시가 없습니다. 결산도 연말에 한 번 정도 하고 외부감사법에서 정한 일정 요건이 되는 기업만 회계감사를 받으면 됩니다. 즉 일정 요건이 되지 않는다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정보이용자 입장에서는 외부감사를 거치지 않은 회사의 재무제표는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는 기업들은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주주사의 요구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기도 합니다. 법정 감사는 아니지만 임의감사도 외부감사인의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품질은 어느 정도 갖춥니다.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라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받아보면 볼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수익모델을 갖추고 2년 이상 사업을 해왔다면 그래도 검토할 사항이 제법 되는데,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라면 거래나 사건이 많지 않아 숫자도 작고 간단하게 작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건비와 경비 등만 발생하는 단계라면 회계장부도 간단합니다. 가계부와 비슷하죠. 물론 기업회계는 복식부기 방식으로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복잡한 회계처리를 요하지는 않습니다. 

 

매출이 발생하는 초기기업이라면? 

회사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이때부터 회계처리가 복잡해집니다. 거래가 언제 발생했는지, 거래에 따른 위험과 효익이 상대방에게 이전되었는지, 거래 이후에 판매 보증해야 하는 부분은 없는지 등 여러 사항을 확인하고 회계기준상 인정되는 금액만큼 손익계산서에 매출액을 잡아야 합니다. 


재무제표를 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출액이 많이 잡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출채권이 제대로 회수되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상거래는 기본적으로 외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출 발생 이후에 제대로 회수가 안 된다면 회사 현금흐름도 악화될뿐더러 재무구조도 나빠지겠죠. 그렇게 되면 과거 매출액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심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진짜 매출이 맞는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허위 매출을 올린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겠지요. 


아직 연구개발 단계의 회사의 재무제표는?

만약 회사가 아직 매출 발생은 없고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몇 년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재무제표는 더 단순합니다. 단, 연구개발 관련 비용을 어떻게 회계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재무제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A회사 정대표는 번뜩이는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 아이템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정대표 역시 콘셉트만 갖고 있을 뿐 2년 정도 개발을 해봐야 성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정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종잣돈 10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투자금으로 각종 연구자재와 장비들을 구입해야 합니다. 또한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급여도 지급해야 하고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각종 경비도 나갑니다. 연구개발이 끝나고 상용화되기 전까지 투자받은 돈을 알뜰하게 써야 회사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표는 연구개발하느라 돈을 쓰고 있지만 헛돈을 쓰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10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을 하면 회사는 앞으로 매년 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단 어디까지나 창업자의 예상입니다. 투자자들도 역시 그럴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죠.


그래서 정대표는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투자 원금 이상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후 수익이 발생되는 기간 동안 상각하면서 비용처리하려 합니다. 마치 회사가 기계장치를 구입한 후 감가상각비로 비용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계장치를 구입한 것 역시 회사의 투자 행위이고, 회사는 이 기계장치로 제품을 생산해서 팔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익 발생기간 동안 감가상각비로 나누어 비용 처리하는 것이지요. 


회계이론상 봤을 때 정대표의 생각은 타당합니다. 단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회계기준서에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려면 회사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표의 자신감이나 예상이 아닌 논리적인 방법과 증거를 갖고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입장에서 미래를 미리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스타트업 투자는 재무제표보다 미래 기업가치가 중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를 보다가 많은 금액이 무형자산 개발비 항목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이는 불확실성이 큰 자산이라고 간주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 또한 그렇게 무리하게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자 역시 회사의 현재 회계처리보다는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력과 아이템이 미래에 많은 수익창출을 할 것이라는 기대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는 투자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회계처리를 고민하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하려는 사업의 내용과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 성장성, 회사의 목표 시장점유율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게 낫습니다.


투자자 역시 스타트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고민보다는 결국 미래 예상손익을 그리며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게 더 적합할 것입니다. 물론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 기업가치 평가방법론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스타트업 투자 더 알아보기



필자 : 박동흠 회계사

현대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이다. 바쁜 일상 속에 '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을 집필했다. 책의 뜨거운 인기에 주요 증권사, 은행, 공공기관, MBA 등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경향신문, 매일경제프리미엄을 통해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비상장주식 투자자의 참고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종목 추천, 투자 권유 및 투자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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