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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Mar 18. 2019

“이 회사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기업의 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매길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그리고 내재가치

박동흠 회계사의 비상장 투자이야기 #3


투자는 어렵습니다. 이제 와디즈에서 투자 전문가와 함께 비상장주식 투자의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 기업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개그우먼 신봉선 씨가 신인 시절 개그콘서트에서 했던 유행어가 있습니다. 


103억 원의 가치.
 움직이는 벤처기업 봉선이에요~
출처 : MBC 복면가왕

45억 원 가치에서 시작했는데, 매주 가치가 1~2억씩 오르더니 어느덧 100억 원이 넘더군요. 


신봉선 씨는 103억 원의 가치를 어떻게 매겼을까요?


당장 103억 원이 수중에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지금 약 10억 원을 가졌고, 앞으로 93억 원을 벌 능력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죠. 당장 가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서 103억 원을 벌어낼 수 있다는 당찬 포부로도 들립니다.


결혼 전 배우자의 경제력 판단하기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성격과 외모, 됨됨이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경제력에 대한 우선순위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결혼은 현실이라던데 상대방의 경제력을 볼 때 무엇을 봐야 할까요?


직업보다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업해 이미 돈도 어느 정도 모았고, 앞으로도 잘 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수도 있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청춘들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기에 가진 것도 버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죠. 대부분의 이성친구는 “내가 지금 가진 것은 없지만 앞으로 잘할게. 우리 미래를 함께하자.”라는 식으로 프러포즈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과연 사랑만으로 이 이성친구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할까요? 사랑도 좋지만 상대방의 성실함, 능력 등을 근거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기업도 사람과 똑같습니다.


안정적인 대기업(금수저)들은 이미 벌어 놓은 돈도 많고, 확실한 수익모델로 돈도 계속 잘 벌고 있습니다. 그동안 벌어 놓은 것은 얼마 안 되지만 이제는 잘 벌기 시작한 회사(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곧 자산이 쌓일 겁니다. 최근에 사업을 시작한 초기기업은 가진 것은 없고 아직 벌지도 못했지만(대부분의 사회초년생) 몇 년 안에 성공할 수 있다며 여러분들께 투자(결혼)를 제안할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도 현실입니다. 투자자는 투자금을 원금 이상으로 불려야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체의 대표 말만 무작정 믿을 수는 없습니다. 대표의 성실함과 능력은 기본이고 숫자로 기업의 미래를 확인받아야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매겨야 합니다. 개그우먼 신봉선 씨나 예비 배우자처럼 자신 있게 말은 하는데 그 숫자가 타당한지 판단을 해야 하겠지요. 


자산가치, 수익가치, 그리고 내재가치


개인이던 기업이던 얼마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자산가치를 의미합니다. 얼마를 벌 수 있다는 것은 수익가치를 의미합니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합쳐 내재가치 또는 본질가치라고 합니다. 



수많은 투자책에 똑같은 말이 나옵니다.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쌀 때 사야 한다. 
가격이 내재가치에 이르면 팔아라.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내재가치를 측정해보니 한 주당 6만 원인데, 주식시장에서 4만 원에 가격이 형성되면 싸다고 판단해서 매수하고, 가격이 6만 원에 도달하면 적정가치에 도달했으니 매도한다는 의미이지요.



문제는 내재가치를 매기는 방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관점(view)이 서로 다르고 계산법도 다르니까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법으로 값을 매긴다면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일정 가격으로 수렴할 것입니다.


제도권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합병가액 산정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로 가중산술 평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자산가치에 40%, 수익가치에 60%의 가중치를 부여한 후 합산합니다. 


자산가치는 회사의 순자산, 즉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수치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재무상태표에서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지는 않습니다. 자산가치가 없는 자산은 제외시킵니다. 예를 들어 팔리지 않는 재고자산이라던가 회수 안 되는 채권은 자산 가치가 없으니 당연히 포함시켜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실제 인수 합병을 하게 되면 합병업무를 의뢰받은 회계법인에서 피합병법인의 자산, 부채 실사를 하면서 금액을 산정합니다.


수익가치는 현재 얼마 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를 벌 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금까지 매년 10억 원의 순이익을 내던 회사라도 앞으로 1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투자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10억 원을 벌었는데, 앞으로 매년 이익규모가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설 것 같다면 투자해서는 안 되겠죠. 



자산가치는 현재 시점의 재무상태표에서 소위 뺄 것 빼고 더할 것 더하는 방식으로 매깁니다. 자산 가치가 없으면 빼야 하고, 장부상 숫자보다 가치가 더 올랐으면 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회계장부에는 아직 표시되지 않았지만, 제기된 소송이나 배상에서 질 것 같아서 물어낼 금액이 있다면 부채를 추가해야 합니다. 수익가치 매기는 것 보다 불확실성이 덜 하고 어느 정도 숫자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수익가치는 많은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미래에 얼마 벌 것이다는 추정치로 매겨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계산법이 복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가치보다 수익가치를 매기는 게 더 어렵습니다. 수익가치 계산법은 긴 설명이 필요하므로 아쉽지만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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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박동흠 회계사

현대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이다. 바쁜 일상 속에 '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을 집필했다. 책의 뜨거운 인기에 주요 증권사, 은행, 공공기관, MBA 등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경향신문, 매일경제프리미엄을 통해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비상장주식 투자자의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종목 추천, 투자 권유 및 투자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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