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 회계사의 비상장 투자이야기 #4
투자는 어렵습니다. 이제 와디즈에서 투자 전문가와 함께 비상장주식 투자의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 스타트업의 적정 수익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6년 만에 처음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부동산 앱 직방도 7년 만에 흑자를 냈습니다. 야놀자, 쏘카, 미미박스, 비바리퍼블리카는 아직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회사들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을 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벤처캐피털이 바보도 아닐 텐데, 적자를 내는 회사에 왜 비싼 돈을 주고 투자했을까요?
기업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이루어집니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은 자산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오로지 미래의 수익, 즉 수익가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숫자로 보여줍니다.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은 공통으로 매출액의 가파른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투자사는 당장 적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지금 이상으로 계속 성장한다면 이익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높은 수익가치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일반인들도 스타트업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 상장기업은 IR(Investor Relation) 부서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설명합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정보와 예상되는 손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합니다. 그러나 작은 스타트업은 이런 절차가 없습니다. 투자자는 직접 정보를 찾고,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특성에 관하여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적절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우선 회사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향후 손익에 대한 추정치를 제시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긍정적인 관점에서 숫자를 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야 하므로 회사가 제시한 숫자에 보수적인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에 실적이 회사의 예상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모 바이오기업은 당시 투자설명서에서 2015년 매출을 3천억 원대, 순이익은 약 2천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물론 투자설명서에는 추정손익을 보장하지 않으므로 투자 시 주의를 기울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15년이 되었을 때, 이 회사의 실제 매출액은 70억 원대, 순이익은 2억 원대에 불과했습니다.
회사는 신약이 개발되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숫자를 뽑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약이 모든 임상 절차와 FDA 판매 승인을 통과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판매 승인을 받고 세상에 나온다고 해도 잘 팔릴 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는 이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때 봐야 하는 것이 추정손익계산서를 만든 근거입니다. 회사가 제시한 추정손익계산서의 숫자 뒤의 근거가 타당한지 파악해야 합니다.
회사의 추정 매출액은 대개 판매 가격(P) x 목표 판매량(Q)으로 결정합니다. 기존에 실적이 있는 신생기업들은 과거 연평균 성장률과 판매 추세, 1인당 GDP 성장률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추정할 겁니다. 투자자 측면에서 봐도 신뢰할 만한 방법론입니다. 기존에 실적이 작거나 거의 없는 경우라면 매출 추정이 어려운데 이럴 때는 회사의 주관적인 목표치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제품이 속한 시장규모 x 목표시장점유율 방식도 있습니다. 시장규모는 권위 있는 조사기관의 데이터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과연 회사가 제시한 목표 시장점유율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겠지요. 경쟁기업의 연매출액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경쟁기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초기 매출액은 어느 정도였는지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매출액에 대한 추정만 끝나면 나머지 비용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회사는 발생 비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눕니다. 고정비는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 매달 일정 수준 발생하는 비용이고, 변동비는 제품 판매에 비례해서 발생하는 원재료비, 판매수수료, 운반비 등이 됩니다. 회사의 매출액에서 영업 관련 비용을 차감하면 영업이익이 나옵니다.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누어 영업이익률을 계산해서 경쟁기업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회사가 목표 이익률을 너무 높게 잡았다면 아무래도 신뢰가 어려울 수 있겠지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익을 실현하기는 정말 쉽지 않고, 이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고정비 감당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 초기에는 회사와 제품을 여기저기 알려야 하므로 판촉비나 광고선전비를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배달의 민족, 직방, 토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스타트업은 일단 일정 수준의 매출액에 빨리 도달하는 게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이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사업 초기인 점을 고려해서 기업가치 평가도 매출액 기준으로 많이 매기기 때문이죠.
회사의 추정 재무제표가 작성되면 주가매출비율(PSR, Price Sale Ratio)을 포함한 여러 지표를 대입해서 기업가치를 산출합니다. 우리가 흔히 회사를 평가할 때 연 매출 얼마 정도 하는 회사인지부터 확인하듯이, 기업의 가치를 매길 때도 매출액 대비 몇 배 정도로 평가할 것인지 측정합니다. 주가매출비율(PSR)은 사업 초기에 매출 성장성은 높지만, 이익은 아직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지표입니다. 해당 기업과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평균치를 통해 더욱 신뢰할만한 기업가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지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 : 박동흠 회계사
현대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이다. 바쁜 일상 속에 '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을 집필했다. 책의 뜨거운 인기에 주요 증권사, 은행, 공공기관, MBA 등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경향신문, 매일경제프리미엄을 통해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비상장주식 투자자의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종목 추천, 투자 권유 및 투자상담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