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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May 02. 2019

로또 사듯 투자하는 당신.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박동흠 회계사의 비상장 투자이야기 #5


투자는 어렵습니다. 이제 와디즈에서 투자 전문가와 함께 비상장주식 투자의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시간. 투자 전에 꼭 봐야할 재무비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투자자는 점쟁이가 아닙니다.

출처 : 영화 박수건달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의 저자이자 소형주 투자에 집중해 33년 동안 130배 수익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투자자 랄프 웬저는 말했습니다. “아무도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월가의 저명한 펀드매니저들도 입을 모아 시장의 타이밍에 의지하며 운용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합니다. 투자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 회사가 비싼지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유사기업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를 상대가치평가법이라고 합니다. 유사기업이 사장에 존재하고, 주식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의 가치가 대체로 올바르게 평가되고 있다면 상대가치평가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주가매출비율(PSR, Price Sales Ratio)

연 매출이 1,000억 원인 코스닥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2,000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매출액 대비 2배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매출액 대비 2배 정도의 가치가 있으리라 추정하는 것이지요. 이를 가리켜 상대가치 평가법 중 주가매출비율(PSR, Price Sales Ratio)이라고 합니다.

 

2.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

상대가치평가법 중 가장 많이 쓰는 재무비율은 주가수익비율이라고 하는 PER(Price Earning Ratio)일 겁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독자라면 친숙한 지표지요.

네이버 금융에 기업명을 치면 PER도 함께 나온다.


PER은 주가를 1주당 이익(EPS)으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1주당 100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1,000원이라면 PER은 10이 됩니다. PER의 역수는 1주당 이익을 주가로 나눈 값이 됩니다. PER의 역수가 1/10이 나온다면 투자자는 100원의 이익을 거두는 기업 주식을 1,000원의 가격으로 매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 회사가 10%의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지요.

10% 수익률이면 투자자 대부분에게는 괜찮을 것입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앞으로도 계속 기대 이상의 이익을 거두어야 합니다. 만약 작년까지 1주당 100원을 벌었지만 올해부터 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지금 주가가 싸거나 적정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겠지요.


3.  주가이익증가비율(PEG, Earings to Growth ratio)

성장하는 기업에 대해 평가를 할 때는 PER이 아닌 PEG를 쓰기도 합니다.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다가 전설로 떠난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성장주를 평가하는 데 썼던 것으로 유명하죠. PEG는 Price Earings to Growth ratio의 약자로 PER을 주당순이익 성장률로 나눈 값입니다. PEG를 계산해서 1보다 작다면 저평가, 1보다 크다면 고평가 주식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A 회사가 작년에 1주당 200원의 이익을 거두었는데,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PER은 50배(주가 10,000원 ÷ 1주당 이익 200원)로 계산됩니다. 보통 주식시장에서 PER이 50배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200원의 이익을 버는 회사에 10,000원을 주고 투자했으니 기대수익률이 불과 2%밖에 안 되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만약 이 A 회사 이익이 매년 100%씩 성장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1주당 400원의 이익을 낼 것입니다. 다음연도에는 800원, 그 다음연도에는 1,600원의 이익을 거두겠지요.


작년에 벌었던 200원 대비 주가 10,000원은 비싸 보이지만, 2021년에 벌게 되는 1주당 이익 1,600원과 비교하면 쌀 수 있습니다. 10,000원 ÷ 1,600원이면 PER은 6.25에 불과하니까요. PEG를 계산하면 0.5밖에 안 됩니다. PEG가 1보다 작으므로 저평가라고 보는 게 맞겠죠? 시장에서 이 A 회사의 실적 증가에 대한 확신이 들면서 주가가 먼저 반응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언제 제대로 평가받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계속 저평가 늪에 파묻혀 있다가 실적 증가가 확인되는 시점부터 비로소 주가가 오를 수 있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서 실적발표보다 훨씬 일찍부터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스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1999년 IT 산업과 2015년 바이오 산업의 고공행진


실례로 1998년도에 SK텔레콤의 1주당 순이익은 23,500원, 주가는 44만 원대로 PER이 19배 수준이었습니다. 소위 IT버블이었던 1999년에 SK텔레콤의 주가는 250만 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500% 이상 급등합니다. 1999년 실적 기준으로 PER은 73배나 됩니다. 수익모델이 변변치 않은 IT 기업들이 매일매일 상한가를 치던 시절이었으니 SK텔레콤의 PER이 오히려 낮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SK텔레콤의 주가는 그럴 만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1999년에서 2003년까지 이익성장률을 계산해보면 연평균 60% 가까이 나옵니다. PEG 공식을 대입하면 1.2 정도로 계산됩니다. 즉 주식시장에서 SK텔레콤의 이익성장에 대하여 동의하고 기업가치를 선반영한 게 1999년인 셈입니다. 주가는 그 이후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고, SK텔레콤의 PER은 다시 평균 20배 밑으로 수렴해갑니다.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그 확신에 시장참여자 대부분이 동의해서 주가가 급등한 사례는 많습니다. 2015년부터 고공행진을 했던 바이오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를 보면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주가 급등분만큼 뚜렷한 이익성장을 보인 기업은 거의 없지만, 그 당시에 자본시장에서는 이익성장에 대하여 모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주가도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핫해.” 스타트업 투자할 때 기업가치는?


요즘은 스타트업 투자에 관한 관심도 상당하죠. 앞서 말씀드린 상대가치평가법으로 상장사와 스타트업을 단순 비교한다면 스타트업의 최근 주식발행가액이 너무 커 보일 수 있습니다. 야놀자, 쏘카, 마켓컬리는 아직 적자기업인 데다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각각 1주당 170만 원, 131만 원, 52만 원에 성공적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전지현이 광고해 화제가 된 마켓컬리 광고 (출처 : 마켓컬리)

벤처캐피털은 미래손익을 추정해서 기업 내재가치를 측정했을 수 있고, 이미 상장된 기업의 상대가치와 비교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간에 공통으로 기업에 대한 높은 성장을 확신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이익 증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돈을 투자할 수 있었겠지요.


투자 전 자신에게 물어야 할 단 하나의 질문


결국 투자자가 투자의사 결정 전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회사의 이익 증가에 확신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것입니다. 확신이 든다면 투자해야 합니다. 확신을 할 수 없다면 패스하는 게 맞습니다. 설령 그 기업이 나중에 성장해서 높은 수익률이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모르면 안 하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마음 편한 투자를 하기 위하여 제시되는 투자설명서와 산업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계속 읽고 분석하는 게 투자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를 했다면 시장에서 그 기업의 가치가 인정받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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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박동흠 회계사

현대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이다. 바쁜 일상 속에 '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을 집필했다. 책의 뜨거운 인기에 주요 증권사, 은행, 공공기관, MBA 등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경향신문, 매일경제프리미엄을 통해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비상장주식 투자자의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종목 추천, 투자 권유 및 투자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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