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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Aug 14. 2019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상장할 수 있을까

한국 스타트업이 상장하는 법 <한국형 테슬라 상장 요건>

박동흠 회계사의 비상장 투자이야기 #8

투자는 어렵습니다. 이제 와디즈에서 투자 전문가와 함께 비상장주식 투자의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가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일곱번째 시간에 이어  "상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상장을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도 수익모델을 갖춰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면 상장은 가능합니다. 계속 성장하는 게 확실하다면 몇 년 후에 저절로 이익 실현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업종 특성상 사업 초기부터 이익을 달성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그때까지 운영자금과 투자자금이 계속 필요하니 할 수만 있다면 빨리 상장하는 게 좋을 겁니다. 투자자로서도 수익 실현을 위해 적당한 때에 상장하는 것은 중요하죠. 


코스닥 상장제도를 찾아보면 이익 미실현기업에 대하여 상장을 시켜주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른바 한국형 테슬라 상장요건이라고 합니다. 다음의 5가지 요건 중에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림1] 이익 미실현기업 (한국형 테슬라) 상장요건


중요한 것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입니다.

상장예정 주식 수에 주식 한 주당의 가치를 곱한 시가총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 또는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야 합니다(①, ②요건). 물론 위의 표에서 보듯이 매출액이 아직 일정 규모가 나오지 않더라도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는다면 상장은 가능합니다(④요건). 그것도 안 되면 자기자본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합니다(③, ⑤요건). 


PBR 200%의 의미는 자본총계 대비 예상되는 시가총액이 2배 정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은 지금 자본규모가 커도 이 요건을 적용하기는 힘듭니다. 상환전환우선주가 지금 재무제표에 자본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상장기업이 따라야 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면 모두 부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즉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이거나 보통주로 투자받지 않은 이상 PBR이나 자본규모로 요건을 충족하는 게 어려울 것입니다.


높은 기업가치가 발목을 잡는다?

성장성이 높다고 판명되면 기업가치는 잘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받을 때부터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매겼었다면 한국형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이익 실현이 되지 않더라도 성장성이 높아 보이는 기업들 즉 일정 금액 이상의 기업가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스타트업을 상장시켜 주겠다는 취지로 상장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미 투자 시점부터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은 회사는 상장 때 애를 먹게 됩니다.왜냐하면, 이익 미실현기업 상장요건에는 주관사 풋백옵션(Put back option)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관사와 회사가 협의하여 결정한 공모가격으로 상장했는데 상장 후 3개월간 주가가 공모가격 대비 10% 이상 하락할 때 주관사가 공모가격의 90% 가격에 다시 매입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 500억 원으로 투자를 잘 받은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4년 뒤에 상장하는데 시가총액 1,000억 원(발행 주식 수 1,000만 주, 공모가격 10,000원)의 기업가치로 공모가격을 확정했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어느 정도 충족해주는 공모가격으로 볼 수 있죠. 그러나 상장 후에 주가가 9,000원 밑으로 내려간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주관사가 지고 상장 후 아직 주식을 팔지 않은 공모주 주주들로부터 9,000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다시 되사줘야 합니다. 즉 공모가격을 높게 책정한 주관사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우겠다는 취지이죠.


사실 주관사 입장에서는 공모가격이 높아질수록 좋습니다. 공모자금에 일정 비율만큼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므로 공모가격이 높아지면 주관사의 수익도 늘어나게 되니까요. 특히 이익 미실현 기업은 다음에 성장이 확실할 것이라는 논리로 기업가치를 무리해서 늘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상장 사례는 카페24, 그다음은?

한국형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사례는 아직 카페24 외에는 안 나타나고 있습니다. 카페24도 상장 초기에 공모가격 평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상장 후에 공모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주가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상장한 해인 2018년에 전년도 대비 2배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가 상장할 때 기업가치는 최근 매출액에 유사기업들의 PSR(매출 대비 주가 비율)을 대입하여 계산했습니다. 일정수준 이익규모가 실현되기 전이라 매출액을 기업가치 측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지요.

(출처: 카페 24 홈페이지)

2018년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규정이 개편될 때 이익 미실현기업의 상장요건을 [그림1]처럼 다양하게 했고 카페24가 성공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에 여러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잠잠합니다. 실적 부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투자 초기부터 너무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다 보니 상장을 추진할 때 주관사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 스타트업이 2022년까지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는데 상장 주관 잘하기로 유명한 대형 증권사 두 군데가 제안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니까요. 


상장은 회사, 기존투자자, 공모주주 모두 윈-윈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치로 상장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이미 높은 가격으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으로 상장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받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상장에 관심이 많은 창업자는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피고 상장 때를 고려해서 적절한 선으로 투자를 받는 게 좋을 것입니다.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초기기업에 투자할 때도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되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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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박동흠 회계사

현대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이다. 바쁜 일상 속에 '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을 집필했다. 책의 뜨거운 인기에 주요 증권사, 은행, 공공기관, MBA 등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경향신문, 매일경제프리미엄을 통해 칼럼을 기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비상장주식 투자자의 참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종목 추천, 투자 권유 및 투자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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