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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글 Apr 26. 2017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 운영자의 이야기

그 날밤 국회톡톡에는 무슨 일이...

어라? 국회톡톡 접속이 왜 안 되지? 

나는 와글에서 국회톡톡(http://toktok.io)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국회톡톡은 평범한 시민들의 제안을 국회의원과 매칭 시키는 시민입법 플랫폼이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한다. 내가 국회톡톡 운영자이긴 하나 24시간 사이트를 모니터 할 수는 없다. 지난 4월 6일 밤도 그랬다. 심지어 그날 나는 1박 2일 워크숍에 참가 중이었다. 다음날, 습관처럼 국회톡톡을 클릭했는데, 어라? 접속이 안됐다. 한 시간 정도 접속을 시도하다가 겨우 접속에 성공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대체 그날 밤 국회톡톡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날 회사 채팅방의 모습. 마키의 '헐'에 많은 게 담겨있다 @WAGL

4월 6일 밤 8시 50분, 국회톡톡에 ‘몰카 판매 금지 법안을 제안합니다’ 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제안은 글이 게시된 지 2시간 30분 만인 밤 11시 20분, 의원 매칭 단계로 넘어가는 참여 목표인원 1,000명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이틀 만에 참여자는 10,000명이 넘었다. 이틀 동안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는 다운되고 나는 멘붕상태에서 종일 노트북과 씨름해야만 했다. 


이렇듯 시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자 의원들도 빠르게 응답했다. 국회톡톡은 시민제안에 1,000명의 참여자가 생기면, 해당 상임위 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시민제안에 대한 입법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응답을 요청한다. 응답 기한은 2주일이다. 4월 10일 진선미 의원이 가장 먼저 참여 응답을 보내온데 이어 2주 동안 총 5명의 의원들이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의원들의 응답 메시지는 실시간 국회톡톡에 그대로 공개되었다. 


국회톡톡 초기 화면(좌)과 몰카방지법 3단계 입법활동 전환 안내 페이지. @WAGL

몰카판매금지 제안에 응답한 5명의 의원들과 시민들의  입법활동이 시작됐다. @WAGL


몰카판매금지 제안은 4월 26일 현재까지 17,122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몰카로 인한 피해사례와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는 1,988개의 댓글이 달렸다. 매칭에 성공한 참여자들과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그룹(국회톡톡 몰카판매금지법안)을 만들어 구체적인 입법활동에 필요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회톡톡이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몰카판매금지 제안 외에 다른 제안들까지도 참여자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국회톡톡에 올라왔던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이 6개월 만에 의원 매칭에 성공했으며, 지난 3월에 제안된 ‘취준생 보호법’ 도 참여자 1,000명을 넘겨 의원 매칭에 성공했다.  


몰카판매금지, 표준이력서 법제화, 취준생 보호법... 이들 제안의 특징은 20~30대 청년들에게 민감한 주제라는데 있다. 이들 제안을 국회톡톡에 올린 당사자들 역시 젊은 청년들이다. 지난 6개월간 국회톡톡의 사용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18~34세가 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문제를 정치적인 의제로 끌어올리는 힘은 그 당사자성에서 나온다. 이는 국회톡톡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덕분에 처음으로 일주일 안에 3개의 제안이 동시에 매칭 단계로 넘어가고, 의원들의 응답이 줄을 잇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나' 매칭 실패 

시민제안이 참여자 1,000명을 넘었지만 의원매칭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제안이다. 

'임신중단 합법화’ 제안은 응답한 의원이 한명도 없어 매칭에 실패했다. @WAGL


참여자가 2,000명이 넘었지만 관련 상임위에서 응답한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초선이나 비례 의원 그리고 재선, 삼선의 중진의원들 모두 한결같이 난색을 표했다.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조차 “취지는 공감하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어렵다고 했다. 19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차별금지법’ 사례가 이들의 공통된 이유였다. 당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던 의원실은 물론이고 공동발의에 참여했던 의원실 모두 동성애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항의 전화로 의원실과 지역구 사무실이 마비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국회톡톡에서 이 제안을 클릭하면 관련 상임위 의원들의 사진 위에  ‘무응답’이란 표시가 되어 있다. 매칭이 실패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참여자들이 늘고 있으며 “무응답이라니, 진짜 절망스럽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나의 참여가 허공에 대고 지르는 메아리가 아닐 때

이제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입법청원을 한 사례는 많았다. 그러나 지금도 궁금한 것은 ‘그때 내가 서명했던 그 많았던 제안들은 지금 누구의 책상 위에 올라가 있으며, 어떻게 처리되었는가’이다. 누구도 그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지난 19대 국회 4년간 229건의 입법청원 중 단 2건만이 처리되었다는 통계가 그 결과를 짐작케 할 뿐이다.


지난겨울, ‘이게 나라냐’라는 공감에서 촉발된 시민행동은 그동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대의제를 시민의 힘으로 바로 세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국회톡톡은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시민들의 제안에 누가 응답하는지(혹은 응답하지 않는지)를 그대로 실시간 보여줌으로써 내 행동의 결과(성공이든 좌절이든)를 예측케 한다. 내 제안이 허공에 대고 지르는 메아리가 아니라 어떤 의원이 진지하게 내 생각에 공감하고 이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참여를 촉발시키는 가장 큰 동인이기도 하다. 


국회톡톡에 올라오는 제안들은 운영진의 검열 없이 제안자가 글을 쓰는 순간 그대로 게시된다. “이건 나쁜 제안이니까 삭제하고, 이건 좋은 제안이니까 올린다”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제안이 정치적으로 올바른가’는 운영자가 아닌 시민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런 운영원칙에 대해 플랫폼 기획할 때부터 많은 분들이 우려를 나타냈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사람들의 집단지성은 국회톡톡에서 지나간 의제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음주 범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제안은, 최근 매칭에 성공한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에 올라왔던 제안인데 당시에는 참여자가 별로 없어서 한참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제안은 온라인에서 다시 호명되며 의원 매칭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 


국회톡톡에서 제안되어 발의까지 이어진 '신입사원/복직자 연차보장' 수다회가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톡톡에 응답하고 대표발의한 한정애의원이 함께 했다. @WAGL

국회톡톡이 오픈한 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140개의 제안이 올라왔고 이중 7개의 제안이 의원 매칭에 성공했다. 온라인뿐 아니라 시민과 의원이 직접 오프라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시민의 제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더 긴 시간이 지나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톡톡의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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