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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 브런치
by 와글 Jun 25. 2017

[국회톡톡] 시민과 의원의 몰카 몰아내기 합동작전

국회톡톡 '몰카 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


몰카 범죄는 은밀하지만 강력한 폭력입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화장실, 거리, 지하철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밀한 폭력'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마저 은밀해지기를 강요합니다. 침묵을 깨기 위한 수다회가 열렸습니다. 몰카 범죄에 맞서 국회톡톡에서 힘을 모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인 법안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시민과 의원의 몰카 몰아내기 합동작전, 그날의 현장을 전합니다.
'몰카 해방의 날' 플랜카드를 함께 들고 뜻을 모은 시민들과 의원들. © 진선미 의원실


지난 23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몰카 해방의 날 : 몰카 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가 열렸습니다. 국회톡톡에서 무려 18,000여 명의 시민들이 호응한 '몰카판매금지법'의 방향을 시민들과 의원들이 함께 의논하는 자리였습니다. 국회톡톡에 법안을 제안한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 그리고 입법활동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남인순·홍익표 의원이 함께했습니다.


'수다회', 시민과 의원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의 취지처럼 참석한 시민들의 목소리로 행사장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져 행사 진행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참석한 시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차분하고 진지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수다'로만 그치기엔 몰카 범죄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가 컸습니다.


그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번 수다회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시민-의원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실시간 질의응답 시스템인  '심플로우'로 시민들이 질문을 전송하면 의원들이 답변하는 <의원님, 응답해주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참석자들의 추가 질문과 문제제기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목을 끌었던 지점은, 기존의 언론이나 입법 과정에서 미처 다뤄지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의 발굴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의원들. 우측부터 홍익표, 진선미, 남인순 의원. ©WAGL


“대학 페이스북에 저의 몰카 피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몰카가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런데 제가 이야기한 문제에 대해  ‘○○대 사건’이라고 이름이 붙는 걸 보고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또 피해자인 제가 혼자서 모든 문제를 제기하고 처리해나가야 하는 과정이 너무 버겁습니다. 아직 국회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피해자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방송 BJ가 저를 촬영해 생방송으로 노출시켰습니다. 그러나 생방송은 사진과 달리 경찰이 확인을 할 수 없어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데, 지금은 소형 몰래카메라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은 지금도 어디 있을지 모를 몰카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논의는 주로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미 설치된 몰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인지 알고 싶습니다."


의원들 역시 법적인 문제와 입법 과정을 고려해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으려 노력했습니다. 남인순 의원은 “다리 촬영은 현행법에서 성범죄가 아니다. 그만큼 성폭력 범죄의 폭이 좁다.”라고 말하며 “법안이 현실의 문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진선미 의원도 "법이라는 것은 항상 지체될 수밖에 없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홍익표 의원은 “몰카 범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발생하는 사회문제”라며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몰카 수다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조별 토론 과정에서 남긴 메모. © WAGL


분명 법은 당장 시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와 논의 역시 시민과 의원 간 숙의를 위해 필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목소리가 더 이상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이후 진행된 조별 토론에서는 참가자들이 경험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DSO, 국회 보좌진, 와글 멤버들이 조별로 투입되어 포스트잇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과 해결 방안을 기록하고 모으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의견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몰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합니다. 카메라 어플 대부분이 촬영 소리가 나지 않아 핸드폰을 통한 몰카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 촬영의 경우 현재로서는 몰카 범죄에 해당이 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합니다.

몰카 문제는 여성 혐오 문제의 연장선입니다. 성 인식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몰카 촬영물의 유통이나 판매 후 수익이 발생하면 가중 처벌을 하는 조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공시설의 몰카 탐지를 의무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몰카 범죄 피해를 직접 경험했거나, 누구에게나 몰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상태였습니다. “몰카는 말 그대로 ‘몰래’ 나도 모르게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수다회에 와서 목소리를 내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쉽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기존 제도의 한계... 한 참가자는 그간 자신의 목소리가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낀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사귀던 사람에게 몰카 범죄를 당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언론이나 단체들을 찾아갔지만, 그 어느 곳에 이야기해도 제 의견이 진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 경험이 그들을 위해 소비된다고 느꼈어요."


시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그리고 용기를 낸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일. 국회톡톡의 최종적인 목표이자, 민주주의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숙의와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입니다. 몰카 피해자들이 더 이상 범죄 경험이 아닌 행복으로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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