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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글 Aug 09. 2017

“법이 없다고? 만들면 되지!”

‘데이트폭력법’ 제안한 서울여대 다섯친구


“데이트폭력으로 애인에게 살해되는 희생자가 매주 1명씩 발생합니다...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침묵하거나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습니다.” (2017. 5.21. 국회톡톡,  “데이트폭력법을 제안합니다” 중에서)


지난 5년간 데이트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467명. 한 달 평균 여성 7명이 데이트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수치를 보면 문제임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여기 국회톡톡을 통해 1,160명의 시민을 모아 데이트폭력법 제정운동에 불을 댕긴 5명의 대학생 제안자들이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재학생 김수궁, 김수정 씨를 만나 그 여정을 들었다.

데이트폭력법 활동 만장일치! 5명이 뭉쳤다! © Pink Sherbet

-데이트폭력법을 제안한 첫 시작점은 어디였나요?


김수정: 저희 학교엔 ‘바롬’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서울여대의 시그니처인데요(웃음), 1, 2, 3차가 있는데 졸업을 하려면 들어야만 하는 필수 수업들이에요. 1차는 ‘나를 알기’, 2차는 ‘나와 너, 우리를 알기’, 3차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로 이루어져 있어요. 

데이트폭력을 다룬 건 ‘바롬3’ 수업 때였어요. 여대이다 보니 여성 이슈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자연히 토론 주제도 관련된 것들을 다뤘고요. 그중 하나가 데이트폭력이었어요. 사회적으로는 되게 큰 문제인데 국내엔 데이트폭력을 다룰 수 있는 법안이 없더라고요.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팀원들도 다들 공감해서 만장일치로 데이트폭력에 대한 활동을 하자고 결정이 났죠.


인터뷰에 응해주신 제안자 두 분. 액세서리를 들고 있는 왼쪽 분이 김수궁님, 두 손을 모으고 계신 오른쪽 분이 김수정님이다. © WAGL

-의기투합하셨군요!(웃음) 다섯 분이 국회톡톡을 이용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김수정: 처음에는 ‘데이트폭력과 그 심각성을 알리자’ 정도의 마음이었어요. 학기 초만 해도 사람들이 가정폭력은 알아도 데이트폭력 개념은 생소하게 여기던 때였거든요. 계속 자료를 모으던 중에 영국, 일본, 미국은 있는데 한국엔 마땅한 법이 없는 현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국회톡톡을 이용해 입법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제가 원래 국회톡톡을 알고 있었어요. 작년에 ‘한겨레21’과 ‘빠흐띠’가 함께 한 ‘바글시민와글입법프로젝트’에서 GMO 완전표시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만난 분들이 국회톡톡 플랫폼을 알려주셨죠. 당시에도 이번처럼 많은 시민 분들이 함께 의견을 모아주셨지만, 국회에서 여야 의견 차이로 무산됐었어요. 또다시 도전하는 건데,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꼭 됐으면 좋겠어요. 



-의원 매칭 단계로 넘어가려면 최소 1,000명의 시민 참여가 필요하죠. 달성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텐데요.


김수궁: 사실 저희가 1,000명을 채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처음엔 전혀 못했어요. 노력만도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지인으로만 채우기엔 100명도 안 되어서 힘들었는데,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 여성 활동가 분들께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홍보를 부탁드렸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셔서 100명씩 참여자 수가 올라가더라고요. 990명 정도부터는 참여자 수가 오르지 않아서 조마조마했어요. 학교에 지나가고 계신 분들을 붙잡아 설명드리고 제안 참여를 요청드리면서 성공할 수 있었죠.



-병행하셨던 다른 활동이 있었나요?


김수궁: 인식개선 캠페인 활동을 했어요. 데이트폭력 정의를 알릴 피켓을 만들고, 데이트폭력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예시 항목을 넣어서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했어요. 대수롭지 않게 체크리스트에 긍정 스티커를 붙이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 모든 게 데이트폭력이라고 인지시켜주는 데 목표를 두었죠. 또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사람들이 대처방법을 잘 모르니까, 1366(여성긴급상담전화)이 적힌 보라색 리본 고리를 주면서 방법을 알려줬어요. 자신이 아니더라도 친구, 가족, 지인이 당하면 알려주고,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 준비했어요.


인식개선 캠페인하던 날 © 김수정, 김수궁님 제공
리본의 보라색은 치유, 희망, 여성주의를 함의한다. © 김수정, 김수궁님 제공

-법안이 어떤 형태로 구성됐으면 하시나요?


김수정: 저희가 프로젝트할 때도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게 가해 예방이었어요. 누군가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에게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이 항상 나오곤 하잖아요. 피해자더러 조심하라할 게 아니라 가해자가 안 하는 게 해결책 아닌가요. 캠페인 할 때도 ‘가해하면 안 된다’를 강조해 홍보했는데, 법 자체도 가해자에게 처벌이 강하게 내려지는 형태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김수궁: 처벌 강화와 더불어서 가해자들에게 사후 교육 프로그램이 꼭 같이 실행됐으면 좋겠어요. TV 프로그램 ‘썰전’에서 표창원 의원님이 다루신 ‘성범죄자 처벌 강화’의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범죄 유형 중 성범죄 유형은 일반 범죄와는 다르게 유사성행위와 같은 재발률이 높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처벌 강화만을 재범방지로 놓지 않고, 가해자들을 위한 사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요. 

데이트폭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처벌만 강화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도 이들이 인식과 행동을 바꿔나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원 매칭이 끝이 아니죠. 데이트폭력법이 제정될 때까지 계획하고 계신 후속 활동이 있다면?


김수궁: 1,160명이라는 시민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의원님까지 연결이 닿게 돼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입법과정이 논의돼야 할 페이스북 그룹에서 활동이 너무 저조한 거예요. 의원님, 비서관님과 소통도 어렵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건지도 알기가 어려워서 이러다 말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의원님께서 관련 행사를 기획하실 때 꼭 제안자와도 직접적인 소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수정: 데이트폭력법 페이스북 그룹이 홍보가 많이 부족한 상태예요. 행사를 열어서 이런 그룹이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사안을 계속 논의하다 보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매칭된 신보라 의원님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수정: 처음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님이 호응해주셔서 놀랐어요. 당시가 홍준표 의원님 막말 문제 터졌을 때라, 자유한국당에 편견이 있었거든요. 나서 주시겠다고 호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신보라 의원님께 꼭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데이트폭력은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이고, 한국은 그동안 이 문제를 너무 쉽게 간과해왔어요. 이번에 꼭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수궁: 일단 저희가 제안한 법안에 함께해주신 신보라 의원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또 입법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제가 ‘[국회톡톡]데이트폭력 페이스북 그룹’에서 궁금하던 내용을 문의드린 적이 있었는데, 비서관님이 이해하기 쉽게 정성을 다해 정리해주시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네요. 정말 감사했어요. 끝으로, 제안자로서 데이트폭력 법안이 입법될 때까지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할 열정이 준비돼 있으니, 원활하게 소통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이 법이 설령 끝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의원님과 비서관님께서 함께 노력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국회톡톡]데이트폭력법 페이스북 그룹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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