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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 브런치
by 와글 Oct 11. 2016

오키와 포키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국회톡톡,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3개월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민입법발의 플랫폼 국회톡톡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국회톡톡은, 시민들이 직접 입법 발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과의 매칭을 통해 '입법 드림팀'을 꾸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국내 최초의 시민 입법 플랫폼인 국회톡톡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기획 과정에 참여한 오키와 포키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열띤 회의의 결과/WAGL

Q. 국회톡톡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포키: 국회톡톡의 탄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월 와글이 운영했던 필리버스터닷미 서비스입니다. 필리버스터 시작 후 10시간 만에 만들어진 필리버스터닷미 서비스는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입을 빌어 시민들 누구나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게 한 메시지 플랫폼이었습니다. 


30만이 넘는 시민이 접속해서, 3만 8천 개가 넘는 메시지를 남겼고, 필리버스터에 나선 7명의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메시지를 낭독했어요. 시민들은 필리버스터닷미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잠시 접어두고, 스스로의 정치적 효능감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거죠. 와글에게도 필리버스터닷미는 아래로부터의 정치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이 경험을 더 소중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WAGL

오키: 필리버스터 이후 와글의 고민은 두 가지 방향으로 압축되었습니다. 필리버스터닷미처럼 정치적 사건이 터졌을 때, 기민한 대처로 시민참여를 모으는 시빅해킹 방식이냐,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이슈와 어젠다를 다룰 수 있는 온라인 시민정치 플랫폼이냐로요. 필리버스터닷미는 분명히 성공한 시빅해킹 프로젝트였지만, 입법, 정부 감시와 같은 정치과정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참여를 보장하지는 못했고 그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시빅해킹보다 포괄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고, 상시적인 시민참여가 가능한 플랫폼 기획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동안 현실정치를 독점하고 있던 소수의 전문가, 행정가, 직업적 정치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다수 시민이 정치의 주인공이 되는 플랫폼 말이죠. 와글 내부적으로는 7월 하반기 워크숍에서 시민과 국회를 연결하는 국회톡톡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왜 하필 입법 제안 플랫폼을 만들었나요? 

오키: 입법이야말로 한국 정치권 특유의 '손대지 마 정치'가 집약된 총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독점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는 더러운 거야 만지지 마!라고 고함치는 한편, 정치는 굉장히 어려운 거니까 모르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 게 좋다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사실 궁극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은 '정치는 어려운 거다'라는 인식 자체가 아닐까요. 

"입법은 당연히 시민의 머리와 마음에서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포키

포키: 국회톡톡은 입법에 대한 관습적 이해를 거꾸로 세우는 기획입니다. 법은 똑똑하고 진정성 있는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하는 게 아니니까 법을 만들기 전에 시민에게 물어보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함께 법을 만들라는 거죠. 대한민국 헌법 1조에도 나와 있듯이 대한민국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시민이잖아요. 시민들의 안전, 시민들의 자유, 시민들의 행복을 위한 입법은 당연히 시민의 머리와 마음에서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오키: 입법 청원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도 합니다. 헌법 26조는 시민의 청원권과 국가의 심사 의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국회톡톡은 과거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고요, 그래서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문제제기도 아니고요. 과거에도 있었지만 쓰기 복잡하고 불편하고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쓰기 편하게 기름칠을 하고 보기 좋게 닦아서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일 뿐이에요. 


Q. 국회톡톡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한 사람은 누구이고, 각자 어떤 역할을 했나요?

오키: 국회톡톡은 와글을 비롯한 온라인 기반 시민정치 필드 행위자들이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저희는 이 방식을 정치적 기획의 '콘플루엔시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와글이 듣도 보도 못한 정치에서 소개했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엔 코무를 기억하시나요? 바르셀로나 엔 코뮤 아래 모인 다양한 이질적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들 모두를 수평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 시키는 정치적 기획이자 시스템을 '콘플루엔시아(confluencia)'라고 합니다.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방식을 시스템화한 콘플루엔시아는 오래된 양당체제를 깨부수고 스페인 시민들을 정치의 전면으로 부각한 '정치적 지진'의 뒷배경이 되었습니다. 필리버스터닷미가 와글 내부 구성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민한 실행력을 기반으로 했다면, 국회톡톡은 와글의 정치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개발자 집단의 기술적 상상력, 싱크탱크의 정치적 경륜을 교차시키는 '콘플루엔시아'적 기획의 결과입니다.


포키: 국회톡톡 역시 와글 뿐만 이 아니라,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의 권오현 대표,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의 홍일표 박사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했습니다. 7월부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느슨한 만남을 이어오다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기획 미팅을 갖기 시작했지요. 각자의 전문성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전문성에 기반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제한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완벽한 공동의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건 사실이에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게 드러나곤 했습니다. 국회의원 호출 기능은 핵심기능에 빠졌다가, 들어갔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시민의 지지를 널리 쓰이는 ‘좋아요’로 표시할지, 이보다 적극적인 표현인 ‘참여하기’로 해야 할지는 마지막까지 결론내기 어려운 이슈였어요. 논의 과정이 길어지다 보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다가 목표시한까지 개발이 끝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지만큼이나, ‘어떻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톡톡은 '콘플루엔시아'적 기획의 결과입니다"-오키

Q. 국회톡톡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어떤 방식으로 협력했나요?

오키: 국회톡톡을 만들어가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슬랙을 사용했습니다. 슬랙은 구글독스, 드롭박스 등 다양한 외부 협업 툴을 끌어다 쓸 수 있고, 대화나 파일 검색이 용이해서 협업에 최적화된 업무용 메신저입니다. 특히, 국회톡톡 플랫폼의 구체적인 모습을 입히는 개발/디자인 작업이 모두 슬랙을 통해서 이루어졌어요. 국회의원 정보를 제안자보다 상단에 보여줘야 하느냐, 댓글에 업보팅 기능을 넣어야 하느냐- 이런 모든 개발적 이슈의 의사결정은 슬랙을 통해 전체가 공유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적 방식을 따랐습니다.


이건 공동 기획자인 개발자 조합 빠흐띠가 작업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빠흐띠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일반화된 기획자의 구상과 개발자의 실행 사이의 분리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요, 그래서 실제 개발 작업이 '모두의 의논. 모두의 결정, 모두의 실행'으로 이루어져요. 그래서 제가 기획 아이디어를 올리면, 그것이 바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구글 닥스나 슬랙을 통해서 찬반토론이 이뤄지곤 했어요. 빠흐띠의 방식을 존중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개방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병원비 같은 경우는 국회에서 환아 부모님들이 직접 나와서 증언대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현장에서 부모님들의 사연을 듣고 꼭 국회톡톡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국회톡톡에 업로드된 시민제안은 어떻게 정해진건가요? 제안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포키: 처음 오픈했을 때 ‘이제부터 시민 제안 올리세요’ 이러면 국회톡톡에 처음 들어오신 분들 입장에선 이 제안서를 올리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시작할 때 2~3개 제안은 미리 세팅이 되어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어떤 제안을 제일 처음 올릴 건가. 이것 때문에 아주 머리 아팠죠. 너무 무거운 제안이면 사람들도 무겁게 플랫폼을 느낄 것 같고. 그래서 첫 제안을 선정하는데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이슈들을 찾았어요. 첫째는 시민들의 삶에 직결된 이슈일 것,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많이 이야기되었지만 입법화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슈들을 중심으로 찾아보았죠. 그래서 나온 게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 골목사장지킴이법, 표준이력서 법제화예요. 


어린이 병원비 같은 경우는 국회에서 환아 부모님들이 직접 나와서 증언대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현장에서 부모님들의 사연을 듣고 꼭 국회톡톡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골목사장지킴이법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거리로 쫓겨나는 세입자들 문제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보호하자는 건데 가로수길 곱창집 사장님이 직접 제안해주셨어요. 이력서 문제는 부산에 있는 청년들이 부산지역 공공기관 이력서들을 직접 실태 조사한 기사를 보고 제안자를 찾게 되었어요.   


Q. 국회톡톡이라는 이름은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인가요? 

포키: 처음엔 시민과 국회의원을 직접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내부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국회핫라인’ 프로젝트라고 불렀어요. 국회로 통하는 핫라인을 온라인에서 개설한다는 거죠. 그러다가 시민의 제안을 국회의원이 법안으로 만든다는 걸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말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오키가 ‘냉장고를 부탁해’를 패러디한 ‘내 법안을 부탁해’가 어떻겠냐는 거예요. 시민의 제안(냉장고 재료)을 국회의원이 법안으로 만든다(레시피)는 거라 의미 전달도 쉽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플랫폼은 온라인 주소가 생명이잖아요. 결국 프로젝트 제목을 연상시키는 URL을 찾지 못해 탈락했죠. 


그러다가 제안-지지-매칭의 단계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다가 “이거 카톡방에서 대화 나누는 거랑 비슷한 거 같지 않아?” 이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카톡방 안에서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서로 의견 나누고 그런 게 국회톡톡에서 사람들이 소통하는 그림과 맞아떨어진 거죠.  

"국회톡톡의 다양한 버전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WAGL

Q. 국회톡톡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포키: 국회톡톡의 다양한 버전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국회톡톡을 개발한 빠흐띠도 오픈소스로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입장이거든요. 국회톡톡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다면, 지역에서는 시민의 제안과 지방의원들을 매칭 하는 지역 버전도 생각해볼 수 있죠. 꼭 의원들과의 매칭이 아닌 또 다른 버전도 가능할 수 있고요. 예를 들면 1318톡톡, 청소년톡톡 이런 식으로 현실정치에서는 발언권을 갖지 못했지만 온라인 세대인 그들이 주체가 되는 톡톡이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오키: 시민제안왕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초반에 검토되었던 플랫폼 이름 중에 ‘내일은 입법왕’이 있었거든요? 민주공화국에서 ‘왕’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 결국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저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는 시민에게만큼은 ‘왕’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니까요. 시민제안왕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자, 의견을 모으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국회의원이 해야만한다고 생각되는 역할이지만, 생각해보면 현장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끼고 해결하기를 원하는 누구든 공적인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국회톡톡이 시민이 주인공인 민주주의의 훈련장이자, 실험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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