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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글 Oct 18. 2016

"결혼은 했나?" 표준이력서가 깨진 흥을 살려드립니다

국회톡톡 이슈 소개❷ 표준이력서 법제화

“아직 미혼이야? 결혼은 언제 할 건가?”

취업 면접장에서 가끔, 아니 실은 꽤 자주 지원자의 능력과 상관없는 불쾌한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들이 있습니다. 결혼 여부, 자녀 유무, 부모의 직업 같은 것들 말이죠. 면접자 입장에서는 “아니 면접관 양반, 그게 지금 면접이랑 무슨 상관이요?”라고 따지고 싶어도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는 말입니다. 평균 취업 준비기간 13개월취업준비 비용으로 월평균 30만 원가량을 지출하는 취준생 입장에서 합격이나 불합격이냐를 결정할 칼자루를 쥐고 있는 면접관에게 이에 대해 따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잡코리아가 지난 7월 구직자 1681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취업 이력서에 일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적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잡코리아, CC BY-SA-NC-ND


취업과 관련하여 국가와 지자체, 기업 등의 책임을 규정한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르면, 결혼 여부, 친인척 인적사항, 성별이나 나이 등으로 인한 차별적 발언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법 제7조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혼인ㆍ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으로 지원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를 불쾌하게 하는 질문들은 면접장에서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얼마 전 서울시 공무원 모집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자, 시 인권담당관이 이를 시정하도록 권고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금지하거나 나중에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톡톡에 제안된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을 소개합니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이영봉 씨는 이와 같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막기 위한 첫 단추로 국회톡톡을 통해 ‘표준이력서 법제화'를 제안했습니다. 면접 질문은 기본적으로 지원자가 낸 이력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력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결혼 여부나 가족 사항 같이 채용과 전혀 무관한 내용을 적지 않도록 해서 차별을 막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 이력서를 통해 제출한 내용 중에는 가족사항(60.3%)이나 부모님 직업(45.5%) 등  타인의 개인정보도 있었다. / 잡코리아, CC BY-SA-NC-ND


사실 지난 2007년 당시 노동부가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에 표준이력서 사용을 이미 권고한 바 있습니다만, 표준이력서를 쓸지 말지는 기업과 기관 자율에 맡겨졌습니다. 이영봉 씨는 채용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개발한 표준이력서를 사용하면 “채용 차별과 불필요한 스펙 쌓기, 직무와 무관한 항목의 삭제 등 고용시장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표준이력서와 함께 보급된 바 있는 표준면접 가이드라인 또한 제도화하여 구직자가 실제 감당할 수 있는 그 선을 마련해 주고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 취지를 밝혔습니다.


채용 지원을 할 때 이력서 양식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지원자들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아무 이력서나 작성하곤 합니다. 이때 결혼 여부나 가족 사항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도 그냥 써서 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면접관이 이 내용에 관해 질문을 하면, 나중에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지원자가 이미 제공한 정보에 관해 물었을 뿐이라고 발뺌을 할 수도 있습니다. 표준이력서와 표준면접 가이드라인이 법제화되면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면접자는 이를 어긴 고용주에 민사상 책임을 묻기도 쉬워집니다. 


국회톡톡, 1천 명이 모이면 국회의원이 응답합니다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이영봉 씨는 부산의 표준이력서 사용실태를 직접 조사해 부산광역시에 이에 관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9월 부산시 산하 49개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표준이력서 사용을 요청했습니다. 이영봉 씨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대학생들과 함께 부산시가 공문 발송에서 더 나아가 시 차원의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10월 18일 현재 이영봉 씨가 국회톡톡에 제안한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은 300명 가량이 지지의 뜻을 밝혔습니다. / 국회톡톡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을 지지하는 시민 1천 명이 확보되면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법안 발의 참여 여부를 묻는 이메일이 발송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15세 이하 아동청소년 입원진료비 보장' 제안에 시민 1천여 명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더민주 기동민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입니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찾아간 면접장에서 들은 불쾌감을 느낀 취업준비생은 물론, 취업을 했더라도 이런 질문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던 모든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이력서와 면접관이 깨어버린 흥, 국회톡톡에 올라온 ‘표준이력서 법제화 제안'으로 함께 살려보시죠!


국회톡톡 직접 해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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