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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글 Oct 26. 2016

처벌보다 무서운 공개의 힘

정치인 말바꿈과 거짓말을 폭로하는 도구를 소개합니다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을 묻자,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봉건 시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입에 올리기도 싫은 성립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나흘 후인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최순실에게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원종 비서실장의 발언은 거짓말이 되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 졸지에 봉건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비서실장은 자신의 발언에 사과하기는커녕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이나 근거 없는 말을 꺼내놓고 나중에 모르고 그랬다거나 침묵함으로써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 막말을 쏟아놓거나 특정인을 공격하고, 논란이 일면 슬며시 그 내용을 삭제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죠. 그리고는 논란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런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투명한 공개의 원칙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폭로하는 도구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폴릿웁스와 팩트체크가 바로 그것이죠.

말 바꾸기 현장을 포착한 폴릿웁스(Politwoops)

폴릿웁스(Politwoops)는 이처럼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의 거짓말과 책임회피를 폭로하는 도구입니다. 폴릿웁스는 주로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서, 그들이 트위터에 썼다가 삭제한 발언만 모아서 보여줍니다. 정치인이 나중에 말을 바꾸어도 이곳에서 원래 발언을 확인할 수 있죠.

트위터는 140자 내로 간단명료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인이 정치적 선언을 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특히나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인지라 가끔 불가피한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홧김에 한 말이 ‘흑역사'로 남기도 합니다.


폴릿웁스는 정치인들이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삭제한, 트위터 상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게시물들을 모아 아카이빙한 사이트입니다. 게시하고 삭제하기까지의 시차, 그리고 사용한 디바이스(핸드폰, 컴퓨터, 등)도 볼 수 있습니다. 무의미한 오타는 알아서 걸러집니다. 목표가 뚜렷한 서비스이죠.


‘막말'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날드 트럼프조차 돌아보면 후회스러웠던 트윗이 꽤 있었나 봅니다. 폴릿웁스에서는 그가 삭제한 10여 개의 트윗을 볼 수 있습니다. 폴릿웁스 코리아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트위터 삭제 기록도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코미디언 김제동과 관련된 발언을 올렸다가 4분만에 삭제한 하태경 의원의 트윗이 폴릿웁스에 저장된 모습. / 폴릿웁스 갈무리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

이 서비스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트위터가 2015년에 ‘정치인들도 말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폴릿웁스에 API 접근을 취소하여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하죠.

그러나 반발은 거셌습니다. 국제적으로 총 46여 개의 디지털 권리 단체들이 이 결정에 반대하며 공개 항의서를 제출합니다. 언론도 나섰습니다. 가디언지(The Guardian)는 권력자들이 대중을 대상으로 펼치는 캠페인을 용이하게 도와주는 반면 정작 대중들은 수동적인 입장 밖에 취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방향적 소통 도구 (‘one-way tool’)으로 쓰이게 될 가능성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죠. 허핑턴 포스트(US Edition) 역시 ‘공익이 아닌 정치인들을 위해 움직이는 트위터'라며 트위터의 편향성을 따끔히 지적했습니다.


트위터 대표 잭 돌시 / cellanr



결국 폴릿웁스는 재가동 됩니다. 2015년 10월 새 대표로 임명된 잭 돌시(Jack Dorsey)는 신년 연설에서 ‘공인들에게 책임감을 심어 주는 것이 우리(트위터)의 임무'라고 언급합니다. 공공의 담론을 촉진하고 그에 ‘투명성’을 비추고자 하는 의도를 정치적으로 수행하는 것 또한 트위터만의 차별화된 기능성이라는 것이죠.


NPR 실시간 팩트 체크

NPR의 ‘실시간 팩트체크'도 있습니다. 이 '팩트체크'는 정치인들의 발화 시점과 그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불과 몇 분 정도로 줄였습니다.


지난 9월 26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웹사이트에 6백만 여 명의 사용자들이 접속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 토론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토론이 벌어지는 동안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용자들과 공유했기 때문인데요. 힐러리 클린턴은 토론 중 트럼프의 발언에 반박하며 “‘팩트 체커'들이 볼륨을 높이고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트럼프는 이라크 침략을 옹호했습니다"라고 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 Rich Girard


‘실시간’ 팩트 체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NPR의 팩트 체커들은 온라인 공동 문서 작업 도구인 구글 독스(Google Doc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먼저 자막 방송 등에 활용되는 자동 속기 서비스와 구글 독스를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스크립트를 받았습니다. 20여 명의 팩트 체커들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여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스크립트 위에 ‘제안 모드'로 주석을 달았습니다. 한편, 연구원들과 교열팀이 이를 확인하고 시각팀은 이를 재빨리 편집하고 가공했습니다.


90여 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74개의 주석이 달렸으며, 팩트 체크된 33개의 트럼프 발언 중 16개가, 9개의 힐러리 발언 중 1개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발언 중 하나는 트럼프가 과거 ‘기후변화는 중국이 날조한 거짓’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팩트 체커들은 대표적인 팩트 체크 미디어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인용하며 그가 2012년 트위터를 통해 그와 같이 발언했음을 밝혀냈습니다.


<사진 : NPR 스크립트 중 - 트럼프가 기후변화 관련 발언을 부인하자 이를 팩트체크 했다.>


NPR은 이날 자사 역대 최고 트래픽을 갱신했습니다. 6백만 명의 사용자가 접속했고 이 중 22 퍼센트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페이지에 머물렀습니다. 사용자의 70퍼센트가 모바일로 접속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상당 수의 유권자들이 일방적, 수동적으로 단순 ‘중계’되는 방식의 TV 토론이 아니라 손쉽게 접근 가능하면서도 비판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죠.


사실은 사실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팩트 체크의 효과나 신뢰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사실만 믿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사실을 접하더라도 자신의 믿음과 다를 때는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취사 선택된 사실이 오히려 편향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는 것이죠. ‘어떤 사실을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진위 여부를 판단할 발언을 정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편집과 가공을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팩트 체크의 공직자 감시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연구(Nyhan, Reifler 2014)에 따르면 자신의 발언이 팩트 체킹 된다는 경고를 받은 정치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발언의 정확도가 더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에서도 팩트 체커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팩트 체크 전담 미디어가 조사의 부담을 덜어주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용이해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팩트 체크 미디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언론연구소(American Press Institute)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29개의 팩트 체크 전담 미디어 회사가 있으며, 그 중 24개는 2010년 이후로 생겨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투명성 + 기술 혁신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일과 기술 혁신이 만났을 때, 그리고 사실이 보다 많은 대중에게 폭로될 때 그 혜택은 시민에게 돌아옵니다. 물론 사실 자체만이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사실에 기반한 숙의 과정이 서로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발언은 잊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된 발언은 막강한 힘을 가집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상대방을 흠집 내거나 이해관계만을 옹호하기 위한 막말은 이제 사라져야겠죠. 폴릿웁스나 팩트체크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 이용은 그 촉매가 될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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