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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Jun 03. 2024

어색한 아이

그러거나 말거나..

단체 사진을 찍어본 것이 언제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릴 적 학교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서 야외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면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 싫었다. 왜 꼭 그런 자리에서 억지로 사진을 찍어야 했는지. 안 그래도 눈이 부셔서 똑바로 뜨지도 못하는데 사진사 아저씨들은 그렇게 웃으라고 다그치고는 했다. 덕분에 단체 사진 속 내 표정은 항상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를 오묘하게 찌푸린 어색함 그 자체였다. 그때 기억이 좋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도 사진 찍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편이다.


여행을 다녀와도 내 사진첩에는 그 흔한 셀카 한 장 없다.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사진 속 어색한 내 표정이 보기 싫어서다. 같이 놀러 간 친구들이 내가 찍힌 사진을 공유해 줘도 저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남들 사진을 보면 자연스러운 미소가 부럽기만 하다. 나는 왜 사진 찍을 때 그토록 어색해질까.


어쩌면 나 자체가 그냥 어색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다. 사진 속뿐만이 아니라, 직접 사람을 만날 때도 늘 자연스럽지 않다.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때도, 물론 다른 사람을 만날 때보다는 훨씬 편하긴 하지만, 한 번씩 어색한 기운이 돌 때가 있다.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내 표정은 쭈뼛쭈뼛 어색하기만 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말들, 생각해 두었던 말들은 모두 증발해 버리고 머릿속은 하얘진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뻣뻣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한때는 그런 생각에 낯을 가린다는 핑계로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지금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점점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도 없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내뱉어본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단체 사진 속 나는 어딘지 모르게 외톨이였다. 대놓고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같이 다니는 친구가 정해져 있지도 않은, 요즘 말로 완벽한 ‘아싸’였달까. 누군가 그때 그 단체 사진을 아직 가지고 있다면, 그 많은 얼굴 중에 유난히 어색한 그 아이를 알아보는 이가 혹시 있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 명이라도 기억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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