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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slow
Nov 26. 2024
완벽한 나의 어린이집 결정기
어린이집고르기, 머리가 아프신가요?
내년 어린이집의 재원 의사를 묻는 가정통신문을 받은 후부터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 헤맸다. 지금 튼튼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같은 아파트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이다. 가까운 게 제일이라는 주변 육아 선배들의 의견을 듣고 큰 고민 없이 선택했었다. 선생님들도 좋으시고 어린이집에 나름 프로그램도 알차며, 가깝다 보니 만족하며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막상 재원 여부 선택해야 하자 별생각 없던 어린이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내년이면 4살이고 덩치도 더 커질 텐데. 활동적이고 체력이 좋은 우리 튼튼이가 다니기엔 너무 작긴 해. 그러고 보니 요즘 어린이집에서 낮잠도 안 자고 오는 날이 부쩍 늘던데, 그만큼 체력 소진이 안 되는 거 아닐까. 맞다, 최근에 본 유튜브에서 어릴 때 체력이 평생 간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좀 더 넓은 곳에서 뛰놀며 체력을 길러줘야 하지 않을까. 형, 누나들과 같이 지내면 보고 따라 하면서 많이 성장하는 것 같던데, 가정어린이집은 내년에는 형, 누나도 없이 동생들 뿐이잖아.
떠오르는 생각은 현재 어린이집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들이었다.
그렇게 유사 전문가의 조언을 찾아 헤매다 두 명에게서 한 어린이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희 남편이 아이에 관한 건 엄청 열심히 알아보는 사람인데요 남편이 △△어린이집이 좋다고 해서 보내게 됐어요"
"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대학에 강의 나가는 교수인데 그 사람이 이 근처 어린이집이랑 유치원에 관한 것 다 알아보고 △△어린이집 보내더라고.."
최근 동네 놀이터에 친해진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길래 아이 엄마에게 그 어린이집에 대해 물었었다. 바깥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고, 원 자체 내에 모래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가 하원하고 집에 돌아오면 머리카락 곳곳에 모래가 박혀있다고 했다. 앗, 요즘 핫한 모레놀이가 어린이집에 있다니. 예의상 물어봤다가 한 껏 촉을 세워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초면에 캐물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아 그 뒤로 만날 때마다 궁금한 것들을 두어 개 정도씩 물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 엄마가 친해졌고, 그 아이의 아빠가 육아에 관해 거의 연구하는 수준으로 공부하고 알아보고 한다는 사실과 그 남편이 대기업 종사자라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그 무렵 즈음 또 한 명의 지인에게서 그의 동네 지인이 대학에 강의도 나가는 영어 강사인데, 그 사람이 온 정보를 뒤져 결정한 곳 또한 △△어린이집이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그 어린이집을 직접 가보지도 않고, 바로 입소신청을 했다. 나는 물건 하나 살 때에도 온갖 후기와 사이트별 가격을 죄다 뒤지고, 충동 구매일 것을 우려해 오랜 기간 고심하느라 수일에서 길게는 몇 개월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편이다. 한데 아이가 몇 년 동안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어린이집은 고작 두 명의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 결정한 것이다. (심지어 한 명은 직접 겪은 이야기도 아닌 건너온 이야기이다)
좀 더 알아보지 않고 급하게 결정을 한 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1. 어차피 어린이집의 큰 커리큘럼과 운영방침은 비슷비슷하다.
2.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서 다니는 기관보다는 부모의 역할이 훨씬 크다.
3. 어린이집의 후기는 천차만별이다. 모두 직접 다녀볼 수 없으니 적당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4. 고학력의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선택했다는 정보는 꽤 신뢰할만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다소 충동적으로 결정한 이유이다.
아니 변명인가.
음 그러니까 ...
귀찮았고, 혹했다.
나도 이렇게 치맛바람 대열에 함께 서는 것인가.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자괴감이 언습해오려하자 나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몰라.. 어린이집 좀 대충 골랐다고 뭐 큰일 나겠어.. 다들 이러고 사는 거 아니겠나..